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주왕산에 다녀오다(2)

김창집 2011. 8. 31. 00:26

 

▲ 주왕산의 백미는 역시 폭포

 

  전망대에서 내려와 걷는데, 오른쪽으로 아주 작은 주상절리가 빽빽한 암벽이 높이 솟아 있다. 그러고 보니, 바위 자체가 눈에 많이 익었다. 한반도의 산에 분포한 화강암과는 달리 제주도의 오름에 있는 돌처럼 응회암이다. 화산재가 떨어져 서로 엉겨 붙어 굳은 것들이다. 제주도의 암석인 경우 용암이 흐르며 기포를 이루어 굳어진 현무암이 많지만 오름에 따라 분석구에 응회암이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응회암은 아무래도 화산재로 이루어져 있어 침식에 약하기 때문에 장소에 따라 굴곡이 생기고 파이기도 하여 이곳처럼 기암과 계곡을 이루어 시내와 폭포가 많게 되는 것이리라. 어느 기준인지 몰라도 한국의 6대 폭포라 하여 ‘1박2일’ 프로에서 이수근이 다녀간 곳이 바로 주왕산의 폭포다. 휴게소에 이르렀는데, 주왕산국립공원 자원봉사단인 포스코 자연활동가 팀이 나와 국립공원 ‘그린 포인트’에 스티커를 붙이기를 권하며, 배낭에 리본을 달아준다.

                                                                                                     * 제1폭포

 

 학처럼 솟은 바위기둥인 학소대를 보고나서, 나무다리를 건너 조금 더 가니, 바로 제1폭포가 나온다. 그렇게 높지는 않으나 바위 사이를 힘차게 곤두박질치며 떨어지는 세찬 물줄기가 좋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맞은편으로 돌출된 전망소로 가서 사진을 찍고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김수영의 시 ‘폭포’ 구절이 떠오른다.

                                                                                                     * 제2폭포

 

 ‘폭포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어진다.’

                                                                                                    * 제3폭포

 

▲ 제2폭포, 제3폭포를 돌아

  제1폭포를 떠나 계곡을 따라 들어가는데, 주왕암에 들르지 않고 먼저 갔던 일행들이 돌아오는 것이 보이고, 폭포가 멋있었다고 전한다. 폭포라면 제주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주 봐와서 그렇게 신비스러울 것도 없는데, 좋다고 하는 것은 분명 나무가 울창한 산속의 계곡을 타고 흐르는 것이어서, 다시 말해 주변 환경이 좋아서 더 좋아 보이는 것이리라.

 

 이곳에는 기암괴석과 숲 등 자연경관적 요소가 많다.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학소대, 앞으로 넘어질 듯 솟아오른 급수대, 주왕과 마장군이 격전을 치렀던 기암, 주왕의 아들과 딸이 달구경을 하였다는 망월대, 멀리 동해가 보이는 험준한 지형의 왕거암, 주왕이 숨었다가 숨진 전설의 주왕굴, 그리고 폭포, 약수 등 탐방객을 매료시키는 곳이 많다고 한다.

 

 

 들어오는 곳에 크게 간판을 세우고 자랑했듯이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알려진 망개나무와 노랑무늬붓꽃, 둥근잎꿩의비름 등이 자생하고 있다. 그런데 좋은 경치가 몰려 있는 코스는 바로 우리가 찾은 대전사~제1폭포~제2폭포~제3폭포를 돌아오는 코스다. 그 외로 제3폭포에서 후리메기를 거쳐 칼등고개로 주왕산을 올랐다가 대전사로 내려오는 9.2km, 5시간 코스도 마음에 든다.

 

 제2폭포는 오른쪽으로 약 200m쯤 들어간 곳에 있었다. 2단으로 된 폭포는 1단에서 조금 휘어 들어와 한 바퀴를 구르고, 다시 2단으로 떨어지는 재미있는 구도였다. 2단에서 떨어진 물은 모래와 자갈이 깔려 있는 평평한 물위에서 물보라를 조금 일으킨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다시 나와 20분쯤 걸어 3폭포로 가보니, 그리 높지는 않으나 제법 폭이 넓은 폭포가 좁은 호수 같은 곳으로 곱게 흘러내린다.

 

 

▲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다른 풍경

 

  주왕산 국립공원도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곳이어서 제3폭포에서 내원동으로 큰골입구로 돌아 가메봉 삼거리, 대문다리를 거쳐 절골탐방지원센터로 나가는 코스가 있는가 하면, 제3폭포에서 금은광이3거리를 거쳐 장군봉으로 해서 대전사로 내려오거나, 너구마을로 해서 달기폭포를 거쳐 월외공원 지킴터로 나오는 5~6시간 코스도 있다. 특이하게 그들 코스의 다이어트 칼로리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었다.

 

  올라갈 때는 주로 계곡만 바라보고 갔다가 올 때는 바위와 나무를 살피며 오니까 분위기가 영 다르다. 하기야 빛이 반대로 비치다 보면 그 느낌도 다르겠지. 유난히 바위가 높게 병풍처럼 둘러 있어 ‘석병산(石屛山)’이라고도 부른다는 게 실감난다. 주방계곡은 우리나라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들어간다고 간판을 걸어놓았던데, 아들바위, 시루봉, 학소대, 향로봉 등 이름만 듣고도 짐작될 만한 바위들이 늘어서 배웅하는 것 같다.

 

 

  청송군 깊숙한 곳에 산이 있어 오기 힘들 것 같아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오간다. 조선 후기의 문인 홍여방(洪汝方)은 청송읍의 찬경루에 걸린 ‘찬경루기’에서 청송의 인상을 “산새는 기복이 있어서 용이 날아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범이 웅크린 것도 같으며, 내물은 서리고 돌아 마치 가려하다가 다시 오는 것 같다.”고 했으니, 이런 청송의 모습은 주왕산을 보고 나서 한 말 같다.

 

  이제 이 산을 다 돌아보지 못하고 가서인지, 꼭 다시 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산을 좋아하는 여러 팀과 어울리다 보면,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그러나 오건 안 오건 상관은 없다. 그리 어렵지 않은 산행에다 경치만 좋으면 어디든 달려갈 테니까. 갑자기 배가 고파오면서 오다가 본 산비탈에 심어놓은 청송골 사과로 빚은 사과막걸리 향기가 코끝에 어린다. 뒤이어 대전사가 나타났고, 왜 이리 늦느냐는 전화가 왔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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