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솟아오른 특별한 아름다움
2011년 8월 20일 토요일. 작년 7월 31일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 답사 중 변화를 주고자, 둘째 날 인근 청송군에 있는 주왕산을 오르게 기획했는데, 날씨는 화창하지 않았지만 산에 안개와 구름이 약간 있는 것이 덥지는 않겠다 싶다. 엊저녁은 백암온천에서 자기 위해 영양군을 거쳐 구주령고개를 구불구불 넘었는데, 오늘 아침은 백일홍 꽃길을 거쳐 동해안 7번 국도로 나와 영덕에서 다시 914번 산길을 돌아 먼저 주산지를 둘러보고 상의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나이 든 분도 계시고, 답사 위주로 나왔기 때문에 B코스 상의주차장에서 대전사를 거쳐 1,2,3폭포를 보고 돌아오다가 주왕암을 둘러보는 8.6km 거리, 3시간 20분이 소요되는 코스로 정하고 걸어들어 갔다. 주왕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쓰인 수식어처럼 ‘솟아오른 특별한 아름다움’의 기암이 우리를 맞았고, 그 뒤로 주왕산이 안개 속에 덮여있다. 먼저 대전사 매표소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식당에 점심을 예약한 후, 하산 후에는 그곳에 모이기를 당부하고 출발했다. 얼마 없어 매표소가 나오고, 곧 대전사다.
주왕산을 상징하는 기암 바로 아래 자리한 대전사(大典寺)는 신라문무왕 12년(672)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나, 고려 태조 2년(919)에 보조국사가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大典道君)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웠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조선 중기에 절집이 불타 다시 짓는 바람에 오래된 건물은 별로 없으며, 조금 좁다싶은 경내에는 보광전을 중심으로 명부전과 신령각, 요사채 등이 들어섰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02호인 보광전(寶光殿)은 정면 3칸 측면 3칸 맞배지붕으로 지어진 전각으로 수수하고 아담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최치원, 나옹화상, 도선국사, 보조국사, 무학대사, 서거정, 김종직 등이 수도했고, 임진왜란 때에는 사명대사가 승군(僧軍)을 훈련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갈 길이 바쁜 관계로 물을 찾아가 표주박으로 한 바가지 받아 마시고는 바로 나와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 주왕암
▲ 주왕암도 둘러보고
비가 온 뒤라 길은 좀 질척거리는 곳이 있었지만, 계곡을 따라 나 있는 등산길이 너무 좋아 잰 걸음으로 상쾌한 출발을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주로 소나무와 신갈나무 군락이다. 그 외로 굴참나무, 물푸레나무, 느티나무, 서어나무, 잣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굴참나무, 졸참나무, 갯버들, 망개나무, 연복초, 미치광이풀, 회양목, 노랑물봉선 등이 살피며 기대했으나, 노랑물봉선은 아직 안 보였다.
곳곳에 수달래라는 표현이 있어 읽어보니, 산철쭉을 이곳에서 수달래라고 하는 모양이다. 수달래 축제를 여는데, 올해는 꽃이 한창인 5월 7일과 8일에 열렸었다. 주왕산이란 이름은 중국의 주왕이 숨었다 죽은 곳이라는 데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주왕(周王)은 중국 진나라 때 벼슬을 지낸 주도(周鍍)라는 사람으로 진나라가 망하고, 당나라가 들어서자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스스로를 후주천왕(後周天王)이라 부르며, 779년에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으로 쳐들어갔다가 크게 패하여 쫓기는 몸으로 남은 군사들을 이끌고 이곳 주왕산으로 들어왔다 한다.
이에 당나라에서는 주왕을 섬멸해달라는 요청을 해와 신라에서 마일성 장군 5형제를 보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주왕은 마장군을 피해 주왕굴에 숨어 있다가 화살과 철퇴를 맞고 죽었는데, 이 때 주왕이 흘린 피에서 수달래[水丹花]가 돋아나니, 지금도 주방천변에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5월에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1.3km, 약 30분을 걸으니, 지하교 쉼터가 나타났다. 오른쪽 길로 900m 가면 주왕암이 나온다고 되어 있어 먼저 들르기로 하고 그곳으로 갔다. 바위로 둘러있는 좁은 곳에 자리한 주왕암(周王庵)은 대전사의 부속암자로 주왕을 위무하기 위해 지어졌다 한다. 입구에 있는 가학루를 지나면 바로 요사채가 있고, 한 단 위에 나한전과 산신각, 중앙에 주왕암이 자리잡았다. 나한전에는 석가여래삼존불과 16나한이 봉안되어 있다. 그 옆으로 한 30m쯤 올라간 곳에 주왕굴이 있다.
▲ 주왕산의 진면목
주왕암에서 학소대 쉼터까지는 700m 정도인데, 그 중간에 나무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그곳에 오르니, 우뚝우뚝 솟은 바위들이 둘러서 있어 바위가 아름다운 주왕산의 진면목이 다 보인다. 주왕산(周王山)은 경북 청송군 부동면에 있는 산으로, 높이 721m로 태백산맥 상에 솟아 있고, 주위에 금은광이(812m), 장군봉(687m) 등의 봉우리가 있다. 산의 모습이 돌로 병풍을 친 것 같다 하여 석병산(石屛山), 신라의 왕족 김주원(金周元)이 머물렀다 하여 주방산(周房山)이라고도 한다.
주왕산이라는 이름은 나옹화상(懶翁和尙)이 이곳에서 수도할 때 이 산을 주왕산이라 부르면 이 고장이 번성할 것이라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전한다. 산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산세가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곳곳에 기암절벽이 솟아 있어 경상북도의 소금강으로 알려져 있다. 기반암은 시생대, 원생대의 화강암, 편마암 등으로, 요곡운동을 받은 고생대의 지층이 곳곳에 분포하고 있으며, 계곡의 상류에서는 고생대 식물화석이 발견되었다.
전사면이 급경사이며, 사방에서 발원하는 물은 많은 계곡을 형성하면서 주방천, 괴내, 주산천(主山川) 등으로 흘러든다. 기암괴봉, 울창한 수림, 폭포 등 자연경관이 뛰어나며, 유서 깊은 사찰과 유적지들이 많아 영덕군의 일부지역을 포함한 청송군 청송읍, 부동면, 진보면 일대가 1976년에 주왕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총면적 105.6㎢ 가운데 청송군은 75.7㎢, 영덕군은 29.9㎢를 차지하고 있다.
약 555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희귀 동식물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서쪽의 대전사에서 주방천 상류에 이르는 곳에는 이 공원의 중심을 이루는 주왕계곡이 있으며, 계곡을 따라 기암, 아들바위, 학소대, 급수대, 망월대 등의 기암괴봉이 늘어서 있다. 특히 입구에서 3㎞ 지점에 있는 기암(旗岩)은 정면에 200m가 넘는 7개의 봉우리 가운데 최고봉이며, 주왕이 대장기를 세웠다 하여 그런 이름 붙여졌다 한다. (계속)
'국내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흥 팔영산 산행기 (0) | 2012.04.30 |
---|---|
주왕산에 다녀오다(2) (0) | 2011.08.31 |
주왕산 가다 들른 주산지 (0) | 2011.08.25 |
독도는 고요한 세상 (0) | 2011.08.12 |
눈 내린 화진포에서 (0) | 2010.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