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솔체꽃, 늦가을을 맞다

김창집 2011. 11. 17. 14:34

 

엊저녁은 사단법인 제주어보존회에서 운영했던 제2회 제주어 연수

수료식에 다녀왔다. 유네스코에서 제주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선언을 하자 뜻있는 인사들이 나서 이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에 이 교육에 참가한 분들 역시 제주어 사랑이

각별한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다른 도에서 온 분도 계셔서 그

열의를 높이 사기도 했다. 어떻든 이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게

제주어가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솔체꽃은 산토끼꽃과의 두해살이풀로 줄기는 높이는 50~90cm이다.

잎은 마주나고 밑의 잎은 긴 잎자루를 가진 달걀 모양의 타원형

이며, 줄기잎은 깃 모양으로 갈라진다. 8월에 보라색 꽃이 줄기

끝에 피고, 열매는 긴 타원형의 수과(瘦果)이다. 깊은 산에 나는데

우리나라의 중부 이북, 중국의 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 만추(晩秋) - 박후식

 

다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마치고 있을 때

저문 열차가 굽은 궤도를 돌아 수림 속으로 빠져들고

우수수 나뭇잎이 흩어지며 있을 때

아직도 들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우구스티누스를 기다리며

긴 허공에 빠져 있을 때

간솔 냄새가 아궁이 속으로 타들어가고

밭두렁에서는 묵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을 때

가을이 성문 밖으로 사라지고

골목 끝 빈집 외등이 어둠으로 젖어 있을 때

긴 여행애서 돌아와 문밖에서 너를 보고 있을 때

그때 노래하리라, 사랑한다고

 

 

♧ 저승꽃, 만추 - 양전형

 

가을이 섬을 다 덮었다

몸을 내맡긴 채

요분질치는 섬, 양 볼이 한껏 발그레하다

자, 지금이다

새 천년을 향해 새 생명을 쏘아댈 때다

바람 없이도 스스로 경련하는 팽나무

흩어진 씨알과 이파리들이 일제히 땅을 향한다

묵묵히 가랑이를 벌린

대지는 거룩하다

 

 

♧ 만추(晩秋) - (宵火)고은영

 

설움일레라

음력 구월 초엿새

초저녁 초승달만 초롱불 같은 하늘가

열병 같은 만추(晩秋)도 한참이라

해일처럼 밀려드는 임 향한 가슴으로 애절하오나

 

쓰면 뱉고달면 삼키는 요즘 세상

사랑도 취기가 올라 먼 산 바라듯

홀로 삭이는 그리움 만삭이라 배가 부르나

추수를 기다리는 맘 거둘 게 없는 처소에

그리운 눈물임에랴

 

낙엽 같은 몸

길은 이미 어두움에 접어들어 쇠락해 가도

마음은 내 어찌 연분홍 꽃잎이 아니오니까

 

 

♧ 만추(晩秋) - 강정식

 

공백(空白)한 아침

무서리 내리고

청무 밭 시퍼런 잎새들은

홰를 치듯 일어서

부서지는 물마루 끝에

번쩍이는 날을 품은

여문 강물 위로

막막하게 떠가는 날들

 

소리치며

막고 싶은 날들이

 

 

♧ 만추의 들녘 - 홍윤표

 

긴장된 상강의 들녘은 마냥

외로움이며 중년의 외침에 가을을

타작하며 돌아 눕는 겨울 추녀는

진한 낙숫물이다

 

님이여!

외로운 들녘을

뜨거운 가슴으로 채우자

 

차 한 잔에 추억을 심을

너와 나의 언약

서리꽃이 피었다

 

바람이 차갑다

흔들리는 바람에 나는 미루나무가 될까

서해의 일몰은 아직도

남아 있다

 

 

♧ 고향의 만추 - 강대실

 

일손 거둔 촌로

토담 밑 웅크리고 앉아

절은 노을 좇고

 

사립 잠든 빈집 앞

누렁이 한 마리 졸다

눈 부라린다

 

빛 잃은 먹감나무

까치 기다리다

홍시 흘리고

 

유년의 추억은

개울 가 갈꽃으로 일어나

하이얀 바람 날린다.

 

 

♧ 만추(晩秋) - 권경업

 

야윌대로 야윈 오후 햇살

울먹이다 떠나간 떡갈나무 숲

밤마다, 별이 되어버린 그리움들

내 잠든 천막 위

하얀 서릿발로 내려 앉았다

 

소슬바람, 앙상한

이 계절 아름답다는 것

허튼 제 약속 허둥대며 좇아온

마흔에야 겨우

 

 

♧ 만추 - 정군수

 

숨어있던 내 작은 뜰에도

낙엽들이 몰려와

가을은 어디에도 지천이다

남루를 걸친 사내가

가을을 껴안고 뒹굴다가

불려온 바람 속으로 침몰한다

잎 진 가지 사이로

하늘을 기대고 선 나무들이

인간보다도 고독하다

죽어 넘어진 나뭇잎들이

구르는 차바퀴 아래로

또다시 몸을 던진다

쇳소리보다 날카로운 달이

여인의 냉소처럼 떠있는

도시의 건물 사이를 지나

장례식장으로 가는 불빛들이

가을 속으로 잠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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