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 현장에서 돌아오는 길
집 앞 울타리 밖으로 꾸며진 화단에
이 배꽃이 피어 배시시 웃고 있었다.
사람들은 총선에 취해
서로를 헐뜯으며 돌아다니는데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려
약속을 지켜 핀 배꽃이여!
♧ 배꽃 - 홍해리(洪海里)
봄에 오는 눈발은
밤에 더 밝다
나뭇가지 사이로
나는 나비 떼
새들도 날아와
우짖으면
달빛에 노 젓는 소리
하얗게 일어서고
깊은 산
시름 속에 젖는 한밤을
옷깃에 차는
달빛 그림자
눈썹 끝에 어리는
천상의 엽서.
♧ 배꽃 아래서 - 김세실
한밤 내 달빛이
유난히 초롱이더니
하얀 배꽃이
화개하는 소리였군요.
네 누이 같은
잇속을 환히 드러내고
두 볼이 곱게
살풋 웃고 있네요.
배꽃 필 때
그대가 오신다면
배꽃 따라
내 그리움 만개하여
정갈히 머리 빗고
새하얀 꽃단장하고
배꽃아래서
詩 한 줄 읊고 있으리.
♧ 배꽃 핀 달밤(259) - 손정모
십리 들녘
은은히 적시는 향기
과수원 가득
물결처럼 소용돌이치는데
가만히 있으려도
형언 못할 그리움
어깨선에서부터
포근히 밀려드는 달밤
청량한 솔바람에
벙긋거리는 수만의 꽃송이들
구름송이처럼 피어올라
까르르 웃음을 깨문다.
옷깃으로 휘감기는 꽃물결에
눈물 비친 나그네
잠자코
꽃송이에 얼굴을 묻어본다.
♧ 배꽃 - 박덕중
어머니의
마음밭에
하얗게 피어난 말씀
여윈 가슴 속
흰 속살을 빚는다.
표백된 광목보다도
더 눈부신
사랑.
이마 위
날으는
흰 나비 떼.
♧ 배꽃이 피면 - 마종하
배꽃이 피면 내님은 돌아올까
은의 월쓰 반짝이는 달빛 속에
그대의 웃는 이빨 차고 시려서
배꽃이 피면 강물도 푸르러
불 밝힌 열차가 서럽게 떠나는 밤
저녁 잠결에서 깨어나 앉으면
창 밖엔 어느새 희게 웃는 바람소리
빗발은 밝게 꽃잎에 부서지고
멀리서는 떠난 밤차의 긴긴 울음소리
배꽃이 피면 끊어질 듯 서러워
달빛은 흘러내린 산모래를 적시고
그대의 물빛 크림 상기도 싱그러워
그대의 밝은 손은 내 가슴에 어른거려
오 코를 묻네 눈을 감네 향기로 뜨네.
♧ 배꽃 - 하두자
바다 가득 밀려오는
산호초 붉은 바람에
온 몸의 피돌기 돌아 연초록 잎이 돋는다
순간의 빛살과 그림자 한 몸이 되어
바람끝 따라 한 시절 터지고 싶은 욕망
내 안에 쌓인 순백의 향내
그 열망에 나는 떨고 있다
빗장 굳게 닫은 창문들 열어제끼고
방을 뛰쳐나간 꽃망울들이
하얗게 하얗게 폭죽 터뜨리며 무너진다
세상이 흔들릴 적마다
나는 황홀하다
♧ 배꽃 - 박인걸
싸늘한 봄바람에
바르르 떨면서
눈물방울처럼 맺힌
하얀 배꽃아
아스라한 추억이
흑백 필름처럼
희미하게 떠오르는
고향 언덕에
흰 나비처럼
나풀대며 지던 날
내 곁을 떠난
사랑하던 임아!
이제는 모습마저
가물가물한
배꽃만큼 하얗던
그리운 얼굴
♧ 배꽃 밭에서 - 李順姬
햇볕의 찬연함이 연둣빛과 입 맞추던
사월 열하루,
두 볼 스치는 봄바람에 실려 간 신안군 압해면 복용리 바닷가에
때 아닌 함박눈이 춤추듯 뒤덮인
배꽃 밭 품에 안겨
바동바동 뛰던 삶의 자락 내려놓고
코끝을 간질인
구름 속을 산책하며
묘한 떨림의 가락이 영혼을 사로잡는
쇼팽의 녹턴에 취한 듯
황홀한 갈채
배꽃 아래 하얀 동굴 속을 거닐며
날리는 배꽃 잎의 간지럼
매혹이란 단어가 이런 것인가
자꾸만 퍼지는 행복 바이러스
살아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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