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에 털진달래가 한창이다.
길이 꺾이는 지점에 홀로 서서
가녀린 봄빛을 풀어놓는다.
마침 그곳이 그늘져 있는 시간이어서
제 색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털진달래는 철쭉이라고도 하며 한라산 고지대에 무리지어 자생하는데,
5월 중순에 산을 붉게 물들이는 꽃이다.
잎은 호생하며 긴 타원상 피침형 또는 도피침형이고
첨두 또는 점첨두이며 예저이다. 잎 길이 4~7cm, 폭 1.5~2.5cm로
톱니가 없으며 표면에 인편이 약간 있고 뒷면에 인편이 밀생하며
잎에 털이 나 있어 털진달래라 부르는 것 같다.
♧ 진달래 - 양전형
다시는 나를 부르지 마라
내 맘 속 천 리 먼 길
사랑의 티가 박힌 늑간살을 지나
어질증 폭발처럼 흐드러지게
알몸 도발을 다시 해야 하느니
나를 부르지 마라 피지 않겠다
어디 한 번
눈물 괴이도록 열매 하나쯤
벅차게 달려준 적 있었는가
헤픈 늦삼월
고요만 무성한 허기진 숲속
제발 내 이름 부르지 말라니까
♧ 진달래꽃 2 - 권오범
혀만큼이나 참을성 없어
나잇살이나 먹도록
툭 하면
젖먹이처럼 칭얼대는 그리움
유통기간 다한 겨울이
자리보전하는 동안
그런대로 다소곳해
철들었나, 했건만
어쩌자고 또 열없이 흐트러져
핑계를 유발시키는지
그러잖아도 위태위태한 노스탤지어
차마 달랠 수조차 없게
♧ 진달래꽃 - 권도중
이 땅 위 햇살 돋는 4월의 바람 속을
참꽃 참꽃 진달래야 심지 않아도 잊지 않고
한없이 용서한 후에 다시 피는 혼이다
그냥은 갈 수 없어 너를 두고 갈 수 없어
잔잔한 햇살 그늘로나 흙에 스며 잠겼다가
한 세상 목숨의 허물 다 벗어도 남는 한
잃었는 먼 먼 사람 바람 되어 두고 간 정
몰랐던 내 숨결도 매듭매듭 풀고 넘어
못 가본 산 계곡에도 연년세세年年歲歲 내가 핀다
나 또한 저승 갈 제 따슨 이 길목 돌아갈 제
사랑했기 때문에 이 흙 속을 내가 묻고
잊어도 다시 피리라 이 산하 따스함에
♧ 진달래꽃 - 윤꽃님
지난 주까지도 아무렇지 않았다
온순하고 침착하고
가장 일상적이었다
평범한 삶만이 오래 살 수 있다고
느린 사랑만이 길게 갈 수 있다고
잘 버텨왔었다
겨울의 삭막함이 능력인 오늘
메마른 공기 속에서
봄의 열정이 잠시 한 눈 팔았다
실낙원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낭만성을 실토해 버렸다
봄은 역시 봄이다
시대가 어떻든 봄이면 늘
누군가는 봄바람에 발열되어
울컥 각혈하며 상사병을 앓는다
♧ 진달래 - 권경업
조개골 온통
피 피 피
이맘때면 되살아나
외팔이 하씨
눈자위 허옇게 뒤집는
모진 꽃불
...............
* 하씨: 신밭골에 살던 빨치산 하씨
♧ 진달래꽃 - 오세영
입술은 타고
몸은 떨리고
땀에 혼곤히 젖은 이마,
기다림도 지치면
병이 되는가,
몸살 앓는 봄밤은 길기만 하다.
기진타가 문득 정신이 들면
먼 산 계곡의 눈 녹는 소리,
스무 살 처녀는 귀가 여린데
어지러워라
눈부신 이 아침의 봄 멀미.
밤새 地熱지열에 들뜬 山은
지천으로
열꽃을 피우고 있다.
진달래.
♧ 진달래 꽃 - 명위식
산마다 연분홍 꽃 지천으로
톡톡 터트려 가는 봄 날
마음은 파랑새 되어 쪽빛 하늘을 날고
산자락마다 핑크빛 그리움 타오르면
하염없이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저 꽃잎 지고 나면...
너무도 아쉬운 미련에
돌아앉아 다시 오랜 기다림으로
뼛속 아픔을 견뎌야 하리라
가까이 보아도 싫증나지 않아
더욱 정이 끌리는
수줍은 듯 소박한 미소 짓는 산처녀
봄에만 찾아오는 사랑의 절정
헤어지기 싫은 아린 그리움이여
♧ 진달래 - 하덕규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그대 가슴을 스몄으면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그대 타는 가슴으로 스몄으면
사월 목마른 사월 하늘
진홍빛 슬픔으로 피어
그대 돌아오는 길 위에서 흩어지면.........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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