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털진달래 한라수목원에

김창집 2012. 4. 13. 08:12

 

한라수목원에 털진달래가 한창이다.

길이 꺾이는 지점에 홀로 서서

가녀린 봄빛을 풀어놓는다.

마침 그곳이 그늘져 있는 시간이어서

제 색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털진달래는 철쭉이라고도 하며 한라산 고지대에 무리지어 자생하는데,

5월 중순에 산을 붉게 물들이는 꽃이다. 

잎은 호생하며 긴 타원상 피침형 또는 도피침형이고

첨두 또는 점첨두이며 예저이다. 잎 길이 4~7cm, 폭 1.5~2.5cm로

톱니가 없으며 표면에 인편이 약간 있고 뒷면에 인편이 밀생하며

잎에 털이 나 있어 털진달래라 부르는 것 같다.   

 

 

♧ 진달래 - 양전형

 

다시는 나를 부르지 마라

내 맘 속 천 리 먼 길

사랑의 티가 박힌 늑간살을 지나

어질증 폭발처럼 흐드러지게

알몸 도발을 다시 해야 하느니

나를 부르지 마라 피지 않겠다

어디 한 번

눈물 괴이도록 열매 하나쯤

벅차게 달려준 적 있었는가

헤픈 늦삼월

고요만 무성한 허기진 숲속

제발 내 이름 부르지 말라니까  

 

 

♧ 진달래꽃 2 - 권오범

 

혀만큼이나 참을성 없어

나잇살이나 먹도록

툭 하면

젖먹이처럼 칭얼대는 그리움

 

유통기간 다한 겨울이

자리보전하는 동안

그런대로 다소곳해

철들었나, 했건만

 

어쩌자고 또 열없이 흐트러져

핑계를 유발시키는지

그러잖아도 위태위태한 노스탤지어

차마 달랠 수조차 없게   

 

 

♧ 진달래꽃 - 권도중

 

이 땅 위 햇살 돋는 4월의 바람 속을

참꽃 참꽃 진달래야 심지 않아도 잊지 않고

한없이 용서한 후에 다시 피는 혼이다

 

그냥은 갈 수 없어 너를 두고 갈 수 없어

잔잔한 햇살 그늘로나 흙에 스며 잠겼다가

한 세상 목숨의 허물 다 벗어도 남는 한

 

잃었는 먼 먼 사람 바람 되어 두고 간 정

몰랐던 내 숨결도 매듭매듭 풀고 넘어

못 가본 산 계곡에도 연년세세年年歲歲 내가 핀다

 

나 또한 저승 갈 제 따슨 이 길목 돌아갈 제

사랑했기 때문에 이 흙 속을 내가 묻고

잊어도 다시 피리라 이 산하 따스함에

       

 

♧ 진달래꽃 - 윤꽃님

 

지난 주까지도 아무렇지 않았다

온순하고 침착하고

가장 일상적이었다

평범한 삶만이 오래 살 수 있다고

느린 사랑만이 길게 갈 수 있다고

잘 버텨왔었다

 

겨울의 삭막함이 능력인 오늘

메마른 공기 속에서

봄의 열정이 잠시 한 눈 팔았다

실낙원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낭만성을 실토해 버렸다

 

봄은 역시 봄이다

시대가 어떻든 봄이면 늘

누군가는 봄바람에 발열되어

울컥 각혈하며 상사병을 앓는다  

 

 

♧ 진달래 - 권경업

 

조개골 온통

피 피 피

이맘때면 되살아나

 

외팔이 하씨

눈자위 허옇게 뒤집는

모진 꽃불

...............

* 하씨: 신밭골에 살던 빨치산 하씨   

 

 

♧ 진달래꽃 - 오세영

 

입술은 타고

몸은 떨리고

땀에 혼곤히 젖은 이마,

 

기다림도 지치면

병이 되는가,

몸살 앓는 봄밤은 길기만 하다.

 

기진타가 문득 정신이 들면

먼 산 계곡의 눈 녹는 소리,

스무 살 처녀는 귀가 여린데

 

어지러워라

눈부신 이 아침의 봄 멀미.

 

밤새 地熱지열에 들뜬 山은

지천으로

열꽃을 피우고 있다.

 

진달래.   

 

 

♧ 진달래 꽃 - 명위식

 

산마다 연분홍 꽃 지천으로

톡톡 터트려 가는 봄 날

마음은 파랑새 되어 쪽빛 하늘을 날고

 

산자락마다 핑크빛 그리움 타오르면

하염없이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저 꽃잎 지고 나면...

너무도 아쉬운 미련에

돌아앉아 다시 오랜 기다림으로

뼛속 아픔을 견뎌야 하리라

 

가까이 보아도 싫증나지 않아

더욱 정이 끌리는

수줍은 듯 소박한 미소 짓는 산처녀

 

봄에만 찾아오는 사랑의 절정

헤어지기 싫은 아린 그리움이여   

 

 

♧ 진달래 - 하덕규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그대 가슴을 스몄으면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그대 타는 가슴으로 스몄으면

 

사월 목마른 사월 하늘

진홍빛 슬픔으로 피어

그대 돌아오는 길 위에서 흩어지면.........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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