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달개비 혹은 닭의장풀

김창집 2012. 8. 27. 00:13

 

아무래도 운동은 해야 할 것 같아

지질공원 투어에 다녀왔다.

욕심은 오랜만에 혹 산방산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에 더 끌렸다.

그러나 역시 산방산은 10년 동안

묶어 놓아서 갈 수 없다고 했다.

달개비 또는 닭의장풀은 복수표준어인 것 같다.

 

달개비는 닭의장풀과에 속한 한해살이풀로

밑 부분이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며

밑쪽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잎은 어긋나고 끝은 뾰족하며

7~8월에 하늘색 꽃이 달린다.

들이나 길에서 많이 자라며 잎은 약재로 쓴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 달개비 - 김승기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발밑에서 채일 때마다

포르릉 날아오르는 파랑나비의 날개짓

별빛으로 꼭꼭 채워주던

꿈을 꾸는 닭의장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구부정해진 아버지의

허리 바로 세우는 지팡이였는데

언젠가 제초제에 묻히고 난 뒤

썩어 문드러진 그 자리에

허물어지는 빈집만 휑하니 남아 있고

값비싼 행세하며

집 안에까지 밀치고 들어오는 양달개비 앞에서

파랗게 아롱지는 꿈도 사라져야 하는가

 

 

지금부터라도 가꾸어야지

헐벗은 땅

메말라 가는 세상

넋 놓고 바라볼 수는 없는 일

허물어진 빈집 다시 세우고

농약에 찌든 때 씻어내야지

때로는 고달프고 가끔은 피도 흘리겠지

그래도 우리들 마음 속에 꽃밭을 만들고

벌 나비 불러들여야지

자식에게 들려줄 파랑나비의

아름다운 동화를 위하여

 

 

♧ 비는 자줏빛 달개비 꽃 빛을 지운다 - 남혜숙

 

자줏빛 물달개비 꽃잎위로

빗방울 하나가 뚝, 떨어진다

잠시 후, 내 겨드랑이에 울컥 슬픔이 고인다

몇 개의 몇 번의 빗방울이 떨어졌을까

그 통증이 지나간 자리에

꽃 빛이 흐리게 지워져가고

 

꿈을 꾸고있던 내 눈꺼풀을

스치고 지나간 빗방울

하나, 혹은 둘……

목마르게 기다리던 빗방울도 때로는

꽃잎에 상처를 낸다

 

 

 

♧ 달개비꽃 - 김영천

 

자꾸만 밀려나가는 바다더러

안된다고, 안된다고,

제 몸 데구르르 구르며,

온 몸으로 치받으며,

자갈거리는 돌멩이들

 

그렇게 떠나보낸 세월이나,

열혈 들끓던 젊음이나,

사랑 따윈 다 헛되더라고,

송림은 아직도 푸르게 서서

갯바람이나 조금씩 흔들어보는 것이지만

오메, 저 깜깜한 숲 속으로는

새파랗게 맺히는 눈물들은 무슨 이유인가?

 

저리 순결한 몸짓을 보라

우리의 삶은 시정의 그 것들처럼 더욱 진부해도

끝끝내 젊음을 유지하려는 게지

 

와그르르 밀려와 깨지는

파도처럼

그 어떤 진실보다도 더 진한 빛깔로

한 마디 말도 되지 못할 중얼거림으로

비로소 터치는 입술.   

 

 

♧ 달개비 꽃 - 권오범

 

우듬지 붙잡고

몽환경에 취해 있어

바람이 무시로 집적거려도

미동조차 없던 푸른 나비들

 

점심 먹고 와 살펴보니

공작부인 되어

승천한 걸까

누더기만 걸쳐있다

 

뙤약볕이 몸살이 나도록

관절마다 주리를 틀어도

비밀을 지키려는 듯

입을 닫아버린 이파리들

 

아침이 오면

조가비 같은 꿍꿍이속 열고

푸른 나비들이

또다시 환생하겠지   

 

 

♧ 달개비 - 이진숙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주전자

뚜껑처럼 박차고 나가고 싶을

 

차라리

한 잎 낙엽이 되어……

희미하게 닳아버린 생채기를 보듬고

궁글고 싶을 때

 

보도에 뒹구는 빗방울 몇 개처럼

느닷없이 다가오는

아찔한 한기,

 

눈부신 내 부끄럼 한 줌,

가슴에 젖어오네

 

둘러친 아파트 철조망 사이……

달개비 보라 꽃잎

숨죽인 노래 소리 들을 때   

 

 

♧ 달개비 꽃 - 박인걸

 

보랏빛 감자 꽃이

여름 햇살에 출렁일 때

떳떳한 양심으로

아무데나 뿌리를 박고

새파란 자존심을 세우며

작은 꽃잎을 피우기 위해

맑은 하늘을 마시던

밤이슬에 가슴을 씻어

진주보다 곱게 피는

잉크 빛 밝은 웃음에

코끝이 저며 온다.

여름 냄새 짙게 풍기는

낮은 들풀과 어깨동무를 하고

장맛비에 춤을 추며

점령지대를 넓혀만 가는

누구를 위해 살던

끈덕진 생명력이 경이롭다.

의지는 강철보다 더 강하고

꽃잎은 핏물보다 더 진한

나는 너의 투지 앞에

모자를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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