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운동은 해야 할 것 같아
지질공원 투어에 다녀왔다.
욕심은 오랜만에 혹 산방산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에 더 끌렸다.
그러나 역시 산방산은 10년 동안
묶어 놓아서 갈 수 없다고 했다.
달개비 또는 닭의장풀은 복수표준어인 것 같다.
달개비는 닭의장풀과에 속한 한해살이풀로
밑 부분이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며
밑쪽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잎은 어긋나고 끝은 뾰족하며
7~8월에 하늘색 꽃이 달린다.
들이나 길에서 많이 자라며 잎은 약재로 쓴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 달개비 - 김승기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발밑에서 채일 때마다
포르릉 날아오르는 파랑나비의 날개짓
별빛으로 꼭꼭 채워주던
꿈을 꾸는 닭의장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구부정해진 아버지의
허리 바로 세우는 지팡이였는데
언젠가 제초제에 묻히고 난 뒤
썩어 문드러진 그 자리에
허물어지는 빈집만 휑하니 남아 있고
값비싼 행세하며
집 안에까지 밀치고 들어오는 양달개비 앞에서
파랗게 아롱지는 꿈도 사라져야 하는가
지금부터라도 가꾸어야지
헐벗은 땅
메말라 가는 세상
넋 놓고 바라볼 수는 없는 일
허물어진 빈집 다시 세우고
농약에 찌든 때 씻어내야지
때로는 고달프고 가끔은 피도 흘리겠지
그래도 우리들 마음 속에 꽃밭을 만들고
벌 나비 불러들여야지
자식에게 들려줄 파랑나비의
아름다운 동화를 위하여
♧ 비는 자줏빛 달개비 꽃 빛을 지운다 - 남혜숙
자줏빛 물달개비 꽃잎위로
빗방울 하나가 뚝, 떨어진다
잠시 후, 내 겨드랑이에 울컥 슬픔이 고인다
몇 개의 몇 번의 빗방울이 떨어졌을까
그 통증이 지나간 자리에
꽃 빛이 흐리게 지워져가고
꿈을 꾸고있던 내 눈꺼풀을
스치고 지나간 빗방울
하나, 혹은 둘……
목마르게 기다리던 빗방울도 때로는
꽃잎에 상처를 낸다
♧ 달개비꽃 - 김영천
자꾸만 밀려나가는 바다더러
안된다고, 안된다고,
제 몸 데구르르 구르며,
온 몸으로 치받으며,
자갈거리는 돌멩이들
그렇게 떠나보낸 세월이나,
열혈 들끓던 젊음이나,
사랑 따윈 다 헛되더라고,
송림은 아직도 푸르게 서서
갯바람이나 조금씩 흔들어보는 것이지만
오메, 저 깜깜한 숲 속으로는
새파랗게 맺히는 눈물들은 무슨 이유인가?
저리 순결한 몸짓을 보라
우리의 삶은 시정의 그 것들처럼 더욱 진부해도
끝끝내 젊음을 유지하려는 게지
와그르르 밀려와 깨지는
파도처럼
그 어떤 진실보다도 더 진한 빛깔로
한 마디 말도 되지 못할 중얼거림으로
비로소 터치는 입술.
♧ 달개비 꽃 - 권오범
우듬지 붙잡고
몽환경에 취해 있어
바람이 무시로 집적거려도
미동조차 없던 푸른 나비들
점심 먹고 와 살펴보니
공작부인 되어
승천한 걸까
누더기만 걸쳐있다
뙤약볕이 몸살이 나도록
관절마다 주리를 틀어도
비밀을 지키려는 듯
입을 닫아버린 이파리들
아침이 오면
조가비 같은 꿍꿍이속 열고
푸른 나비들이
또다시 환생하겠지
♧ 달개비 - 이진숙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주전자
뚜껑처럼 박차고 나가고 싶을
때
차라리
한 잎 낙엽이 되어……
희미하게 닳아버린 생채기를 보듬고
궁글고 싶을 때
보도에 뒹구는 빗방울 몇 개처럼
느닷없이 다가오는
아찔한 한기,
눈부신 내 부끄럼 한 줌,
가슴에 젖어오네
둘러친 아파트 철조망 사이……
달개비 보라 꽃잎
숨죽인 노래 소리 들을 때
♧ 달개비 꽃 - 박인걸
보랏빛 감자 꽃이
여름 햇살에 출렁일 때
떳떳한 양심으로
아무데나 뿌리를 박고
새파란 자존심을 세우며
작은 꽃잎을 피우기 위해
맑은 하늘을 마시던
밤이슬에 가슴을 씻어
진주보다 곱게 피는
잉크 빛 밝은 웃음에
코끝이 저며 온다.
여름 냄새 짙게 풍기는
낮은 들풀과 어깨동무를 하고
장맛비에 춤을 추며
점령지대를 넓혀만 가는
누구를 위해 살던
끈덕진 생명력이 경이롭다.
의지는 강철보다 더 강하고
꽃잎은 핏물보다 더 진한
나는 너의 투지 앞에
모자를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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