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가을비가 내린다.
요즘 컴에 앉는 시간이 많다보니
운동량이 부족했는지
좌골신경통인지 뭔지 몰라도
왼쪽 허벅지서부터 발목까지
걸을 때 당기는 것처럼 통증이 온다.
오래 컴을 하다보면
또 오른쪽 어깻죽지가 은근히 아파
글쓰기의 능률이 떨어진다.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이리라.
무릇은 백합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들이나 밭에서 절로 자라고
파, 마늘과 비슷하게 보이며
7~9월에 이삭 모양의 담자색 꽃이 핀다.
어린잎과 비늘줄기를 식용으로 쓰는
구황(救荒) 식물의 하나로
아시아 동북부의 온대에서 아열대까지 널리 분포한다.
요즘 들에 나가면 이 꽃이 한창이다.
♧ 가을의 소원 -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 가을 -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는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넉이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 묻고 싶은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 가을 - 정호승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
♧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 가을 - 최승자
세월만 가라, 가라 그랬죠
그런데 세월이 내게로 왔습니다
내 문간에 낙엽 한 잎 떨어뜨립디다
가을입디다
그리고 일진광풍처럼 몰아칩디다
오래 사모했던
그대 이름
오늘 내 문간에 기어이 휘몰아칩디다
♧ 해 지는 가을 들길에서 - 김용택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 그늘도 묻히면
길가에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에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춥지 않아도 되니
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지금 이대로 이 길을
한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 송이로 서고 싶어요.
♧ 두려운 사랑 - 김금용
가을은 독선이다
묻지도 않고
대답도 안 듣고
돌아서 가버리는 고집불통 산이다
갇힌 숲에 오솔길 하나 남겨놓고
아무 준비도 없는 내게
문득 나와라 해놓고
눈물 깊은 내 안에 물웅덩이 파놓고
감빛 핏빛 노을빛 치마 자락
넘치도록 어망 펼쳐놓고
주저앉은 내 등짝 때리며 재촉한다
물 그림자 파문 이는 살곶다리 아래
머물 곳을 찾지 못해 돌고있는 해오라기
더는 뒤돌아보지 말고
저며둔 그리움 따위 쏟아내라고
가을은 서두르며 돌아선
실패한 사랑이다
다신 다가설 수 없는 두려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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