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와 함께 하는 걷기 명상 프로그램
마지막 행사를 다녀왔다.
처음 삼다수 숲길을 생각했으나
삼다수 공장에서 시작했던 과거와는 달리
시멘트 포장길로 진입하고 철수하는
과정이 너무 길어 다른 곳으로 옮겼다.
태풍이 지나고 난 뒤 길 주변도 황량하고
축사 옆을 지나면서 향기도 별로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은
아직 개장은 않고 공사 중이지만
바닥에 촉감 좋은 발판이 깔려 있는 상잣성길은
그늘이 있고 높낮이도 거의 없어
편안하게 쉬고 싶을 때 쉬면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최적이었다.
따라서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오금을 펴면서 맑은 공기를 마셔서 그런지
깔깔대며 콧노래가 나오고 좋은 분위기로
아무 탈 없이 다섯 번째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주색달개비는 멕시코 원산으로 생육적온은 16~30℃, 월동
온도 10℃ 이상이다. 줄기와 잎이 모두 붉은 자주색인데,
줄기는 길이 40~60cm 정도로 자라고, 잎은 길이 10㎝내외
폭 3㎝내외이고 약간 다육질로 긴 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부드러운 털이 있다. 꽃은 분홍과 빨간색을 띠며 줄기의 끝에
핀다. 꽃만 자주색인 자주달개비와 구분하기 위하여 자주색
달개비로 명명한 모양이다.
초복 때 한 번 올린 적이 있으나
태풍을 넘긴 어수선한 가운데
유난히 맑은 꽃이 눈에 들어와 다시 찍어 올린다.
♧ 초가을 느낌 - 박인걸
한낮의 햇살이 여름이라 우겨도
새벽 한기는 옷깃으로 스며들고
매미들 자취를 감춘 뒷산에
풀벌레들 노래만 구슬프다.
지난밤 퍼부은 빗줄기는
한 여름 흔적을 지우고
말쑥하게 피어난 쑥부쟁이가
가을 인사를 하며 웃는다.
석양 깃든 창가에서
노을 빛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까닭 없이 스며드는 외로움이
가슴 언저리를 적신다.
지난 해 이맘때도
오늘 같은 맘이었는데
살아 온 삶이 버거워서일까
가을을 타는 남자여설까.
♧ 초가을 풍경 - 박종영
가을인가 보다,
논둑 강아지풀은 쭈뼛이 고개 들어
성글게 찾아들고,
담장 넘어 토실한 연둣빛 대추는
하늬바람 잔가지에 매달려 방방거린다.
생솔가지 군불 때는 호젓한 시간,
뒤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몽글몽글 웃음꽃 피우며 하늘 오르고,
아버지 지게에 얹혀오는 선선한 바람이
슬며시 사립문 여는 어스름 저녁.
빛가림 서늘한 담벼락 등대고 돌아서니
서운한 것도 없는데 그냥 서러워지는 마음,
보잘것없는 나의 뜰에도 정녕,
풍성한 가을은 오고 있는 것인가.
♧ 초가을 - 최일화
친구들 여러 명 세상을 떴다
어릴 적 친구도 학창시절 친구도
사고로 죽고 병으로 죽었다
떠난 친구도 옛 친구 잊지 못하고
우리가 체육대회를 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며 망년회를 할 때
저승의 창문을 열고 멀리 이쪽을 바라볼 것이다
그래, 우리도 네 생각을 한다
이제 모두 퇴직할 나이
자녀들 혼인시켜 내 놓고 두 내외 살아야 할 나이
남은 생애 어떻게 끼니를 이을지
남은 재산 요리조리 계산하여 보는 나이
긴 하오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며 쓸쓸하게 집을 나서는 나이
연륜에 단 맛이 들어
툭 던지는 말에도 무게가 느껴지는 나이
차오르던 신록이 엊그제 같은데
낙엽은 벌써 한 닢 두 잎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초가을의 실루엣 - 초영 손계숙
목덜미 잡힌 가을이 외롭다
잊혀진 사랑만큼
쓰르라미는 목청을 조여
연시빛 울음을 뽑고
잔가지에 걸린 울음
마음이 시든 마당에 누워있다
일 년의 절대고독에서
길어낸 고백
백여 일 동안
하늘을 향해 연소시키고
그래도
타지 못한 고백의 입자들이
쓰르람쓰르람
가슴을 뜯고 있다
여무는 초가을
구슬꽃나무 얼굴위에
실타래 같은 추억 한 장이
순금으로 앉는다.
♧ 산촌의 초가을 소묘 - 녹암 진장춘
Ⅰ
산 위에 떠오르는 해는
마을과 숲에 생명의 빛을 뿌린다.
깨어난 숲은 기지개를 커고
새는 일어나 지저귄다.
큰 날숨으로 마음을 비우고
긴 들숨으로 평화를 마신다.
텅 빈 충만
고요에 평화가 내린다.
해맑은 공기를 마시며
새벽 들길을 나선다.
다락논엔 벼가 고개를 숙이고
산엔 밤송이가 익어간다.
마타리, 개구리자리, 달맞이꽃
벌거미취, 쑥부쟁이, 며느리밑씻개
들꽃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서쪽 파란 하늘엔
우현이 이지러진 낮달이 보이고
서풍이 구름을 벗긴다.
Ⅱ
참취 꽃 위에 나비의 나래짓이
마음속까지 밀려들어오는 한 낮
고요 속에 바람이 돌리는
세월의 초침소리가 들린다.
유연한 능선
흐르는 구름
조용히 숨 쉬는 숲
자연이 그린 입체 정밀화다.
Ⅲ
황혼이 스러져 어둠이 내리고
새들은 깃으로 돌아가고
별빛이 조용히 내리면
풀벌레와 시냇물의 하모니
가을 음악회가 열린다.
쓸쓸쓸, 설설설, 움움움
카시오페라, 북두칠성, 북극성
견우, 직녀,안드로메다
어린 시절 부르던 별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동산에 달이 뜬다.
소나무 가지에 떠오르는 달이 저렇게 밝고 예쁠까
까닭모를 설움이 밤이슬처럼 내린다.
별빛이 저리도 슬픈 줄을 예전엔 조금도 몰랐다.
왜 풀벌레는 밤을 새워 울어 대는가
가을밤은 한 폭의 수묵화
서러운 음악
자연이 쓴 무언의 시다.
♧ 초가을 저녁 - 이향아
진작 와 있는 걸 내가 몰랐다
내 무딘 발바닥이 여름내내 들떴어도
이러다가 하나씩 가라앉겠거니
새벽 홑이불 살갗에 슬퍼도
내가 이리 슬프면 남들도 슬프겠거니
나는 막연하게 기다리기만 했다.
목숨도 진작 가을로 깊은 것을
생활도 달력처럼 사위어 드는 것을
살수록 남루만 갈잎처럼 쌓인 것을
몰랐다.
서둘러 돌아갈 길 잊고 있었다
빈 들에 대낮처럼 불을 놓아서
모처럼 나도 전할 소식 있었으면
누를수록 피어나는 기쁜 일도 있었으면
팔짱끼고 서성이는 초가을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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