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학생수가 점점 적어져 그대로 두면 분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나의 모교 곽금초등학교 학교 살리기의 일환으로 짓는 다세대주택 기공식에 다녀왔다. 원래는 윗동네에 터를 잡고 기초 작업을 시작했는데, 공사도중 선사시대 유물이 나와서 할 수 없이 해수욕장에 있는 마을 땅에 옮겨 짓게 되었다. 모두들 별장터 같다고 얘기하는 이곳에 지어질 지상 4층 철근콘크리트 다세대주택은 모두 16가구분으로 연면적 1,961.52㎡이다. 앞으로 이곳에 들어와 사는 학부모의 귀농을 돕고 마을의 인구를 늘려 나가게 된다.
이 절국대는 내가 처음 본 풀로 성불오름 정상부근에서 찍은 것이다. 8~9월에 한창 피었을 것으로 보이며, 지금은 열매를 맺고 남아있는 윗부분에 몇 송이 꽃을 달고 있었다. 중국의 전설에도 나오는 기생식물로 귀중한 약재로 쓰인다.
절국대는 현삼과(玄蔘科)에 속하는 기생성 1년생초로 키는 30~60㎝이다.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고, 잎은 마주나거나 어긋나며 창 모양으로 가늘게 갈라진다. 노란색의 꽃은 7~8월경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꽃받침 통은 통 모양으로 길이가 1.5㎝이며 맥이 두드러져 있다. 입술 모양의 꽃잎은 길이가 약 2.5㎝이다. 열매는 피침형의 삭과로 꽃받침 안에서 성숙하고, 씨의 크기는 0.5㎜ 정도이다. 식물체 전체를 산후의 지혈제와 이뇨제로 쓰고 수종의 치료에 사용한다.
중국 남조(南朝)의 역사를 다룬 ‘남사(南史)’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 식물이름으로도 불려지는 유기노(劉寄奴)는 송나라 고조(高祖) 유유(劉裕)의 어릴 적 이름인데, 어려서부터 무술을 좋아하여 매우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그는 산에 가서 땔감을 해다 팔아 근근히 끼니를 이었다.
하루는 그가 낫과 멜대를 가지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길이가 20척이나 되는 큰 꽃뱀을 만났다. 꽃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그를 덮쳤으나 재빨리 피하면서 멜대로 뱀의 목을 힘껏 내려쳤다. 꽃뱀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꼬리로 흙먼지를 자욱하게 피워 올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 나서 나무가 많은 높은 산에 도착하여 낫으로 나무를 베고 있으려니까 어디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귀를 기울여 자세히 들어보니, 그 소리는 절벽에 있는 동굴 속에서 나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동한 그는 낫을 들고 절벽을 기어 올라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안으로 들어 갈수록 넓고, 안에는 어디선가 햇볕이 비쳐 환하게 밝았다. 가만히 살피니 동굴 속 바위 위에 동자 둘이 앉아서 약초를 절구로 찧고 있었는데, 약 내음이 코를 찔렀다. 그는 동자에게 “무슨 약초인데 향기가 이렇게 좋으냐?”고 물었다.
갑작스런 인간의 출현에 동자들은 깜짝 놀라 대답했다. “당신은 누군데 감히 이곳에 들어왔는가? 지금 용고(龍姑)님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데, 그분이 알면 넌 죽은 목숨이야. 빨리 나가!” “용고라고! 그 따위 놈이 뭔데 나를 죽인단 말이냐? 내가 너희 같은 요물들을 모두 처치해 버려야겠다.” 약을 찧던 동자들은 절구를 들고 달려 나오며 말했다. “네놈이 우리 용고님에게 상처를 입힌 놈이구나. 우리가 복수를 하겠다.”
유기노는 재빨리 낫을 들고 그들과 싸웠다. 셋이서 어울려 싸우는데, 유기노의 힘과 무술이 뛰어나 두 동자들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때 찢어지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너희들은 그의 적수가 못 된다. 빨리 도망가자!” 뱀은 갑자기 연기를 자욱하게 내뿜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안개가 걷힌 뒤에 보니, 동자들이 찧던 절구와 약초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이것이 상처를 치료하는 데 좋은 약초인가 보다.” 하고는 그 약초를 들고 마을로 내려왔다. 그 뒤로 마을에서 사람이 상처가 나면, 그 약초를 캐어다 짓찧어서 붙여 주었는데 그러는 족족 모두 깨끗하게 나았다. 훗날 유기노는 의병대에 들어가 수령이 되었고, 장군들이나 병졸들이 상처를 입으면 그 풀을 상처에 붙이게 하여 많은 사람을 치료하였다. 그 결과 유기노는 임금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 약초의 이름을 유기노라 하였다. 그 약초가 절국대인 것이다.
♧ 취밭목 - 권경업
고향이 언제나
긴 그림자로 따라다니듯
누릿누릿 물들어 가는 상수리숲
해집고 뛰놀던 오후 햇살이
눈물 글썽이는 곳
취밭목은 내 산행에
긴 그림자로 따라다닌 어머니였다
간혹 약초꾼들이 쉬었다 간 자리
유평리 덫사냥꾼이 하룻밤을 묵었음직한
거기 타다 남은 삭정이 끝에서
멧돼지 은여우를 쫓던 이야기
실연기로 피어오르고
아랫골 대원사 불목하니
겨우살이 장작패는 소리가
온 산을 메아리로 떠다니는 곳
백두대간의 반을
고스란히 남겨둔 채
영혼이 야위어가는 중년이 되어
나 돌아간다
가을 햇살,
어머니의 떨리는 음성으로 들려오는
취밭목으로
♧ 새로운 공부 - 김남조
마술을 배울까나
거미줄 사이로
하얗게 늙은 호롱불,
욕탕만한 가마솥에
먹물 한 솥을 설설 끓이며
뭔가 아직도 모자라서
이상한 약초 몇 가지 더 넣으며
혼 내줄 사람과
도와줄 이를
따로이 가슴서랍에 챙겨 잠그고
빗소리보다 습습하게
주문을 외는
동화속의 마술할머니
마술을 배울까나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먹물 가마솥에
좋은 풀도 많이 넣는
마술 할머니
내가 그녀의 제자 되어
새로운 공부에 열중해 볼까나
유년의 날
서커스의 말 탄 소녀를 본후
온 세상 노을뿐이던
흥분과 부러움을
적막한 이 세월에
되돌려 올까나
마술을 배울까나
♧ 추색(秋色) - 주근옥
댕댕이덩굴
휘돌아 감은 상수리나무
상수리 알알 떨어지고
남은 가지 매달려
푸른 계곡 물 속 들여다보면
나도 해질 무렵의 종소리
소르르 소르르
쏟아지는 산그늘 밟고서
고라니처럼 맨발로 가시덤불 헤쳐 나가면
저절로 열리인 길섶 한 모롱이 후미진 곳에
옹기종기 약초 내음 풍기며 사는 사람들
나도야
이끼 한 겹 뒤집어쓰고 끼일 수는 없는가
토끼 사슴 사향노루처럼 코를 벌름거리며
벙어리 냉가슴 쥐어뜯으며
안으로 안으로만 잦아들다가
불이 붙었네
♧ 통나무집 - 石丁 김용진
바닷가 푸른 언덕에
소나무 바위 병풍 삼아
통나무집을 지으리라
눈 아래
작은 텃밭이 있으면
감자라도 심으며 살리라
약초 캐오는 산 사람들
해 저문 데 내려오시고
어부들도 모두 모이시구려.
산나물 무쳐놓고
생선회 떠놓고
감자전 지져 놓을랍니다
별도 달도 잠시 오라하고
강바람 산바람 벗 삼아
머루 다래주 한 잔 나눕시다.
주거니 받거니 취하고 나면
산타령 강타령
세상타령이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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