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 그리고 금년 결혼한 둘째딸과 사위
넷이서 처음으로 조합을 이뤄 올라간
아부오름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둥실둥실 떠서
일행을 한껏 띄워주었다.
철탑 지중화를 부르짖으며
인간 띠 잇기를 하기 위해
처음 아부오름을 찾았던 20여년 전 그 날은
왜 그렇게 회색구름이 짙었는지.
동원된 인원으로 능선을 따라
손을 잡고 한 바퀴 돌려했는데
얼마나 오름이 넓은지 10m에
1명 정도도 모자라
씁쓸했던기억이 있는데,
엊그제의 풍성한 흰구름은
우리 모두를 채우고
가을을 실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파란 하늘을 향해 - 정세일
파란 하늘을 향해
가슴속에 답답함이 오지 못하도록
언제든 그 친구와 함께 올라갔던
그 작은 언덕이 있는 그 산에서
우리는 메아리를 힘차게 불렀습니다.
그 메아리 속에는 초등학교 시절
상고머리를 휘날리는 총명함과 별들이
우리의 가슴속에는 들어있어서
우리는 그 작은 산에서 우리의 몸이
굴러 내리도록
메아리를 부르며 힘차게 숨이 차도록
달려서 내려오곤 했지요.
그래요!
그때는 우리는 가슴에 메아리를
담고 있어서 우리가 달려 내려올 때는
메아리는 언제든
우리를 따라 달려오면서
산 가슴을 울리곤 했지요.
그래도 우리의 마음에는 산처럼
커지고 싶고 산처럼 변함없는 모습을
닮고 싶어서
우리는 가슴에 구름이 보이거나
우리의 마음속에 안개가 보일 때면
언제든 우리는 손을 잡고 그 언덕이 있는
그 산에 한달음에 뛰어올라가서
휘파람 소리로 메아리를 부르기도 하고
가슴속에 있는 설렘으로 메아리를 부르기도
하였지요
그런 우리를 보고 메아리는 언제든 우리에게
소리 내는 그리움으로 닦아왔었지요
♧ 훌륭한 새벽이여
오늘은 그 푸른 하늘을 찾으려 갑시다 - 신석정
진주 같은 별들이 밤하늘을 성장하던 것은
벌써 어젯밤 이야기가 아닙니까?
글쎄 그 별들이 또 어느 밤 하늘을 성장하기 위하여
작은 새 새끼들처럼 포르르 포르르 날아가 버리었을까요?
태양은 지금 아주 먼 어느 숲속을 건너서
작은 산새새끼들의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느라고
아직 한줄기의 광성조차 대지에 보내주지 않는데
한가한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저 구름들이 벌써 일어나서
뭉게뭉게 산을 넘어 오지 않습니까?
이윽고 남풍이 불면 저 구름은 우리들을 찾아온다 합니다 그려!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당신의 비둘기들이
지금은 고 작은 보금자리 속에서 노래하고 있지만
저 숲너머 푸른 하늘을 오고 가는 것으로
그들의 생활은 오늘의 일과를 삼을것입니다.
여보
얼마나 훌륭한 새벽이요
우리는 몇 억만년을 두고 우리의 생활에서 너무나 오래오래
잊어버리었다하는
그 푸른 하늘을 찾으려가지 않으렵니까?
♧ 파란 하늘이 하나 걸리면 - 정세일
파란 하늘이 하나 걸리면
가을이라고
하늘이 높도록 쓰겠습니다
너무나 높아서 가을마음을 가지고
높은 산 위에 올라가
당신의 곱게 열려진 푸른 마음을 열고
하늘을 쳐다보아야만
보일 수 있도록 가을이라고 높게 쓰겠습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한점 걸리면
가을이라고 당신의 마음에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가을의 눈썹인 구름이 나의 잠들어
있는 가을 눈을 뜨게 하려나 봅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오늘 나의 가을 눈을 뜨고
가을 들판을 달려가 파란 하늘에 구름이
걸려있는 그 아름다움을 보려 가는 나를
찾아와 주십시오
나는 들판의 끝이 있는 곳
그 곳에서 오늘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과 가을 구름을 보려 가는
아름다운 설레임을 간직한 채 말입니다
파란 하늘에 하나의 살랑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나의 영혼이 머리 결을
당신을 향해 흩날리겠습니다
더 이상 향기로울 수 없는
그 아름다운 머리결의 향기를
당신을 향해 보내드리겠습니다
당신의 가슴에 감미로운 나의 사랑을
느끼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 가을하늘, 그 푸름으로 새벽이 오면 - 김영숙
가까이 아주 가까이
고독한 당신의 미소가 삶의 그림자로 드리워지면
추억의 거리마다,
짙게 풍겨오는 가을 향기를 쓸어모아
차마 부르지 못할 이름으로
흔들리면서도
당신의 마지막 잎새가 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빛깔로
황혼의 속삭임이 무르익으면
외로운 영혼에 불을 밝히고
보랏빛 연기 피어오르는 창가에 앉아
바바리코트 치켜세운
쓸쓸한 가을바람으로
당신의 향기를 불러오면
나만의 당신으로
전신을 태우며
사랑의 스케치를 하고 싶습니다.
계절은 오라고 손짓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 옷을 벗어던지고
때가 되면 떠남을 알지만
그리움은
계절로도 차마 보듬지 못하고
한나절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처럼 찾아오는 것
영혼 속에서 그려보는 사랑의 별빛이
허망한 꿈이 되어
은사(銀沙)에
눈물로 쓰러져
떠도는 비파소리에 미쳐간다고 해도
당신만을 위한 기도로
가을 하늘 되어
푸른 소망 하나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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