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꽈리
11. 일제 때 탄광으로 강제징용
우리나라로 보나 세계로 보나 제2차 세계대전은 엄청난 재앙을 불러와십주. 그 따문에 하영 죽기도 엿고, 그로 고생은 말도 아니라시난. 그 중에도 그때 젊은 사름덜이나 그 집안 사름덜은 시도 펜안 날이 으서서마씀. 그 때가 1939년부터 1945년지난 1920년에 난 우리 아바님은 우리 나이 스물에서 스물섯으로 그 한복판에 든 거 아니우까?
전쟁이 나던 해에 어머님은 스물나 아바님 스물에 둘이 합치난, 징용에 공출에 정신이 어선, 배 타문 안 심어간덴 연, 일본 회사에서 운영는 겐자꼬(巾着船)에 타게 뒈여십주. 해벤에서 커시난 궤깃배에서 일는 건 아무것도 아닌디, 신방 련 얼매 으신 때난 새각시도 보고졍고, 낳젠 연 그것도 궁금디, 바당 우틔서 어떵 도리가 으서십주. 처얌엔 나오는 담배도 아니 피왕 다른 사름 줘부러신디, 고맙덴 말도 으시 으레 져가가난, 부에도 나고 착잡기도 연 담배를 피왓젠 연게, 그 때 못 앙 담배 피운 일을 두고두고 후회멍 살앗수다.
1943년에 들어사서 전쟁은 일본이 열세로 돌아가멍, 하간듸서 배덜이 폭격을 맞아가난 배에서 련 고향으로 돌아와십주. 그 때 일본은 시가 급연 돈주켜 뭐켜 쉑이멍 드러 아가단 안뒈난, 강제로 막 동원는 거라마씀. 큰 재산이 이시카, 뒤에 누게 봐주는 사름 하나 으신 우리 아바님이 무사 리가 으서십주. 1944년 1월 둘째 이 시상에 나오자마자 일본 탄광 노무자로 달칵 징용이 뒈질 아닙니까?
갈 만 사름은 다 가분 연차에 을벨로 할당(割當)이 나오난, 어디 강 하소연 여봣자 들어줄 사름도 으서십주게. 어머님은 아바님 딱 사름 봔 시집 오라신디, 물 닥닥 나는 성제 앙 살아갈 길이 아득디, 그걸 놔뒁 살지 말지도 몰르는 디로 가는 아바님 가심이 어떵여시코 걸 이제 생각문, 일본 놈덜 미왕 죽어져마씀.
설고 물 설른 땅 북해도. 천리만리 떨어진 디 강, 짚은 땅 쏘곱 왁왁 갱에서 석탄이나 케멍 사는 생활이 어떵여신디는 대충 짐작 거우다. 경주마는 안직은 절맛고 쌍일단 몸이라, 요런 일쯤 아무것도 아니로구나 생각영 시키는 대로 여불문 음도 펜안곡 거뜬여렌 들엇주마는, 집의 놔둰 온 각시광 어린 식덜 생각문 들아지곡 언제 끗날지 몰르는 생활이 답답 거라마씀.
경다고 떼돈 버는 것도 아니곡 문 시를 못 베경, 일 안 여난 사름덜은 는 일이 고뒈당 보문 탈출당 털어졍 죽곡, 껄령 경비원신디 맞아죽거나 빙신뒌 사름이 하렌 디다. 우리 아바님 정도 어느 사름 못지 아니게 절박엿주마는 나가 봣자 갈 디도 읏고, 들러퀴엇젠 나사질 일도 아니난, 그러려니 영 살당 보문 베롱 날이 싯주긴 난 그런대로 딜만 엿덴마씀. 경연 트멍 보멍 힘들엉 는 사름 도웨주곡 단 보난 해방이 뒈연 살안 돌아와져렌 디다.
이제왕 생각여 보문, 그런 어려운 시대를 살단 보난 우리 아바님의 정직 근면 성품이 이루와진 거 닮아마씀. 무신 실력이 이시카, 재산이 이시카, 배경이 이시카, 오직 건강 몸 나배끼 으서노난, 주어진 환경에 열심히 순응(順應)는 걸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는 지혜를 터득 겁주. 요세 보문 ‘피 수 읏걸랑 즐기라’ 는 말이 신디, 그 말광 딱 들어맞는 거 아니우까?
12. 속담으로 준 교훈
이런 디서 이런 말 는 건 좀 뭐우다마는, 우리 아바님은 교엔 딘 댕겨보지 못여서마씀. 그 때 동네에도 그런 어른이 하낫주마는, 1920년대 말을 부모 으시 살단 보난, 서당(書堂)광도 거리가 멀어실 텝주. 그냥 저냥 친구덜 고 어울리곡 궤기나 낚으레 댕기멍 농일이나 거든 거 닮아마씀. 일제강점기 정 뻔히 아는 거 아니우까. ㅅ듸 웃사름이나 셩 이끌어주지 아니문, 공뷔가 쉬운 일이 아니라마씀.
경난 당신 못 배운 것이 한이 뒈연 아을 나난 이웃 실 서당지 보냅디다. 어머님도 할마님광 살앙 어멍아방 으시 컷주마는, 마침 동네 야학(夜學)는 디가 시난, 그디 댕기멍 한글은 물론 웬만 한자도 다 베완 펭셍을 쎠먹어십주. 든장 교본에 나와난 글을 달달 웨우멍 자랑(?) 아닌 자랑을 단 돌아갓수다. 경고 아바님이 웨지로 가게 뒈난 이건 꼭 알아사 덴 영, 본적 생년월일 일름을 한글 한자로 쓰는 걸 메칠 동안에 르쳐시난, 돌아갈 때장 씰 줄 아는 게 그거엿수다.
우리 아바님은 가훈(家訓)이나 좌우명(座右銘)이엔 말은 아니 쎠도 속담으로 하간 걸 르쳣수다. 그 중에 이제지 생생게 기억나는 건 ‘나무리는 낭에 눈 걸린덴’ 멍 누겔 불로 무시지 말랜’ 단들엿고, 느량 ‘부지런 부젠 하늘도 못 막넨’ 는 말을 좋아여십주. 경고 너미 와리지 말앙 느긋게 일렌, ‘잰 성안 감시민 뜬 도그네 간다’ 멍 당신도 일을 근근 엿수다.
밧디 강 이염 비지 아니영 두루겡이 놔둔 걸 보문 ‘집치레 말앙 밧 치레 렌 곡, 소도리 잘못 영 누게안티 욕이라도 들엉 오는 날은 ‘좁은 입으로 은 말 널른 치메깍으로 못 막넨’ 멍 타일르곡, 놈 핑계 대어가문 ‘놈의 우흐로 내 넘젠 지 말렌’ 곡, 놈의 말 잘 안 들엉 이녁 군늉으로만 여가문 ‘쉐눈이 크덴 여도 의논이 큰다’ 는 식으로 조용히 타일럿수다.
13. 잘 지킨 세시풍속
두린 때부터 부모 으시 할마님광 살멍 읏이 경험이 으서실 건디도 우리 제주 풍속 직는 일은 어김 으서십주. 새해 들엉 연 멩글앙 올리단 거 정월 보름이 뒈문 꼭 방쉬게 곡, 정월 대보름날 밤인 꼭 방쉬떡 쳥 멕이멍 액막아 줘서마씀. 또 집 고치거나 손보는 일은 신구간이라사 곡, 샛절 드는 날(입춘일)은 놈의 집이 가거나 서답을 지 말렌 영 놀레도 못 가게 엿수다.
단오가 뒈문 인문초 ㅌ은 약초 캐어당 놔두곡, 보리 져날르멍 고고리 주시렌 엿당 비오문 게역 영, 물에도 탕 호로록 드르씨곡, 식은 보리밥에 버무령도 먹곡, 종이에 쌍 졍 댕기멍 먹당 끼기도 여십주. 백중날이 뒈문 물 맞아사 덴 영, 아명 바빠도 물맞이레 감썽 영 바릇잡으레 개ㅅ디 댕겻수다. 주 가진 아니여도 머정이 이성, 전복광 오분재기 구젱기, 미, 물꾸럭 ㅌ은 거 리지 아니영 굿드로 잡아오문 잘도 먹엇수다.
또 봄의 두어 자리 앚젓당 빙애기 류왕, 가메기 못 물어가게 잘 직엿당 유월스무날이 뒈문 사름이 리씩 돌아가게 을 잡앙 튿어 먹어십주. 나 바로 아래 동싕이 해도 다 못 살앙 아판 죽어부난 아의덜 보기(補氣)시켱 잘 키우젠 거라마씀. 동짓날은 골 놧당 남펭날 뒈문 꼭 엿영 멕이곡 여시난.
14. 나서며
니 번에 걸쳥 우리 아바님의 행적을 더듬어 봣수다마는 이 일로 영 선친의 살아생전 인품에 누(累)가 뒈지 아니엿기를 바람수다. 처얌 씰 때는 하간 거 하영 쎠짐직 영게마는 돌아가신지 35년 세월이 흐르단 보난, 다 잊어불언 튼내울 수 이신 것이 이 정도 뿐이우다. 이녁 부모여서 좋은 말만 씨고 궂인 말은 으시데기질 아니고, 생각나는 그대로 써시난, 험 시대에 태어낭 부모 으시 컹, 3남3녀 반듯게 키왕 내세우곡, 을 사름덜신디 손가락질 안 받앙 살아시난, 우리 아바님이 이 싀상에 나온 보람은 이신 건지, 시간 날 때 곰곰 생각해봐사 쿠다. (완)
*주
궤깃배 : 어선(漁船). 고기를 잡으러 다니는 배.
하간듸 : 여기저기. 여러 곳.
쉑이멍 : 속이면서.
아가단 : 데리고 가다가.
쏘곱 : 속[裏]. 안.
쌍일 : 상일. 힘든 일. 막일.
들아지곡 : 걱정이 되고.
껄령 : (좋지 않은 일을 해서) 걸리거나 들켜서. → 걸키다. 껄리다.
들러퀴다 : 어지럽게 날뛰다.
베롱다 : (약간) 밝아지다. (불이) 희미하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 생기가) 되살아나다.
나무리다 : 남을 업신여겨 낮추어보거나 얕잡아 말하다.
단들이다 : 어떤 일에 대해 어긋나지 않도록 단단히 잘 타일러 두다.
와리다 : 마음이 바빠 가만히 있지 못하고 지나치게 서두르다.
근근 : 차분하고 듬직하고, 으젓하게 움직이는 꼴.
이염 : 길이나 담장의 가나 옆. → 어염.
소도리 : 남의 말을 이리저리 전파하는 일. 말전주.
군늉 : 행동과 마음이 몹시 이상스럽고 음험함. 잔꾀. → 구늉.
읏이 : 별로. 정도에 지나치게. 한없이.
방쉬 : 제주 무속에서 좋지 못한 것을 막거나 몰아내는 징표로 하는 일.
신구간 : 제주에서는 대한 후 7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 6일 동안을 말하며, 이 때는 어떤 일을 해도 손이 없다고 하여 이사를 가거나 집을 고치는 일을 한다.
서답 : 빨래. 세답(洗踏). → 답.
고고리 : 곡식의 이삭.
게역 : 보리를 볶아 갈아 만든 제주 특유의 미숫가루.
끼다 : 물 따위를 먹을 때 제대로 삼키지 못해 기관지를 자극하여 캑캑거리다.
머정 : 어떤 일에 따른 재수. → 머의.
굿드로 : 닥치는 대로. 차례대로. → 굿들로.
골 : 보리나 밀 따위가 싹이 트게 해서 만든 엿기름.
남펭날 : 납(臘)평. 동지 뒤의 셋째 술일(戌日). 엿을 고아 먹는 풍습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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