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철쭉이 만발하였다기에
아침 일찍 서둘러 한라산엘 다녀왔습니다.
영실로 오르는 길목엔
벌써부터 전국에서 몰려온
등산객들이 산행을 서두르고
오가는 길 내내
등산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온난화 현상의 하나일까요?
전처럼 산이 온통 빨갛도록 피어나지 않고
나무가 위치한 곳의 환경에 따라
벌써 피어서 져버린 것도 있고
이제야 봉오리를 피어올린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 한라산의 철쭉은
다른 곳의 철쭉과는 달리
철쭉도 아니고 진달래도 아닌 독특한 종입니다.
그래서 ‘진달래밭’이라고 할 때는 ‘진달래’라 했다가
‘철쭉제’를 할 때는 ‘철쭉’이라 부르는 걸 보면
아무래도 진달래적 특성도 있고
철쭉의 특성도 있는 모양입니다.
다음 주에는 한라산에서 철쭉제를 한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이 몰리는 한라산에
사람꽃이 만발하겠지요.
♧ 한라산 백록담 - 김윤자
먼발치에서 당신을 보고 간 한 여인이
다시 그리움 안고 와
하루의 역사를 온전히 쌓고 갑니다.
영실코스 가파른 절벽길을 숨이 멎도록 걸어오르며
오백나한의 기암 속에 망자로 선다해도
나는 진정 행복하여서
당신 그 넓은 품에 뒹굴어도 보고
병풍바위 지나, 구상나무 숲길 지나
선작지왓 고산의 너른 평원을 가로지르며
오월의 꽃불로 일어서는 철쭉꽃 축제의 물결에
지친 육신이 일어서고
노루샘 약수로, 혼미한 영혼이 일어서고
윗세오름봉에 거룩한 당신이 보일 때
발보다 눈이 앞서 달려가
당신을 사랑한 낮달이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하늘에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도 걸고 왔습니다.
어리목코스 하산 길에서
당신의 따슨 숨결로 키운 노루도 만나고
제주 바다 위, 순결한 해무와
무한한 자유로 용솟음치는 운해의 설경도 만나고
해가 지기 전 어서 가라고
숨가쁜 음계로 깔아놓은 나무 계단을
잘박잘박 걸어 내려오며
당신만큼 용감해지리라 다짐하였습니다.
♧ 철쭉제 - 가영심
우리들
이름없는 풀잎에서
이 시대의 어둠까지
魂이 되어
떠도는 한 마리 나비처럼
이름모를 山河를 헤매이는가.
부르르 부르르
몸 떨며
신음하며 외쳐부르는
너와 우리와
조국의 이름이여.
그대들
뜨거운 입술이 타는
피같이 붉은 꽃송이로
벙그는 아픔.
곳곳마다
불지르는 山철쭉 가슴들아.
시퍼런 匕首비수 물고
지리산 계곡 뒤흔들고 휩쓸어
내려오던 바람이
태백에서
무등에서
한라에까지
이 땅 위에 뜨겁게 血脈 뛰는
봄이 오고 있을 때
이 땅 위에
또다시 봄이 오고 있을 때
그대들
봄의 정령에 입맞춤하면서
부활의 祭제 올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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