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출발하기 전에 비가 와
우리 오름오름회에서 보살피고 있는 왕이메나
돌아보고 날씨를 보면서
다른 곳으로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왕이메 오름을 돌아보고 나서니,
날씨가 더워져서 어디 숲오름이나 가보자고
정한 곳이 족은노꼬메였다.
그래 평화로를 지나 한밝저수지로 통하는
산록도로를 씽씽 달리고 있는데
바리메 입구에서 이 꽃이 환히 웃고 있어
차를 세우고 찍었다.
한 때는 너무 빨리 퍼져 걱정을 했었는데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맛을 들였고
이제는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얼마 전에 누가 먹어보라고 내밀어서
날로 먹어보니, 당도는 좀 낮지만 먹을 만하였다.
♧ 뚱딴지는
뚱딴지는 국화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땅속줄기는 감자 모양이며,
줄기는 높이 1.5~3m이고 잔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는데 윗부분에서는 어긋나서
해바라기 잎과 비슷하고, 9~10월에 노란 꽃이 핀다.
덩이줄기는 사료나 알코올의 원료로 쓰였는데
옛날에는 구황식물로,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돼지감자라고도 한다.
♧ 뚱딴지(178) - 손정모
해바라기를 닮은
노란 꽃잎에 번지는
이슬 같은 영롱함이여
키 크지 않아
허리 부러질 리
없건만
소스라치게 밀려드는
바람결에도 휩쓸리는 자태
눈송이처럼 우아하여라
그 뉘 알리요?
기근을 면하려
심던 식물인 줄을.
♧ 거꾸로 서서 - 홍희표
아무 것도 쓰고 싶지 않다
애써 버린
한 송이 뚱딴지꽃
무엇인가 살아간다는 것은.
거꾸로 서서
장검(長劍) 아래로 뛰어내리는 일
거꾸로 서서
자기 자신을 바꾸는 일.
쓴다는 것은
아주 부질없는 행방
버려진 것을
기둥삼아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어리석음으로
애써 버린
반평생의 의족(義足)
슬픔의 저울눈 읽으며.
♧ 뚱딴지 - 최범영
형은 매 새끼를 내려다 키웠다. 매가 개구리 뒷다리 먹고 나면 꽁지를 내밀어 바로 밑 오줌 파내기에 볼 일을 보았다. 으스스 저녁 무서움에 소막간 갈 수 없어 오줌 파내기에 큰일 보다 혼나던 날 매는 끼룩 밤새 뒤척였다. 마당 가운데 병아리 한 떼, 지게 소고발 속에 둥지를 틀었다. 매가 커서 휘휘 마당을 돌 때마다 어미 닭은 죽는 재수. 병아리는 거름탕 옆 짚더미로 숨거나 호르륵 소고발 속 어미 품으로 들었다. 하라는 공부나 하지, 뚱딴지같이 웬 매 새끼를 키우는 겨? 형 나무라던 어머니 소리도 지치던 날 삽작거리 수문장 같은 뚱딴지는 노랗게 꽃을 피웠다.
성님, 매 키워 새 좀 잡었슈?
명절이면 형님이 그린 산수화에 뚱딴지같이 매를 그려 넣고 싶다.
♧ 뚱딴지 - 권오범
돼지 대신 내가 사랑한
그 천한 것이
웰빙바람 타고 버젓이
세월 만날 줄이야
땅속에서 나와 바람과 사랑을 나누면 금세 늙고
삶으면 맛대가리 없어
싱싱할 때 원 없이 발가벗겨 연명했으니
이제 와 비싸게 굴어도 여한은 없다
다만, 먹고 살만하니 왜 하필
내가 죽지 못해 사랑한 것들만 골라
칭찬이 자자하게 뒷북치는지
굴왕신같은 과거 되작이느라 눈물겹게
추억마저 껄끄러운
허기진 유년의 울타리
땅속에 울퉁불퉁 누워 숨어 살던 맥없는 고것이
금값으로 출세했다니 반갑기는 하다만
♧ 뚱딴지 - 김승기
너를 보면 생각나는 옆집 아줌마
언제 보아도 그늘이라곤 티 한 점 없는 얼굴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연실 밝은 웃음 건네는 여자
굵은 허리에 불룩하니 아랫배까지 나온 몸매로 쉰을 넘겨 예순을 바라보는 멀지 않아 며느리 볼 나이인데도 젊게 살아야 한다며 이십대 아가씨마냥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짧은 치마를 그것도 해바라기 꽃처럼 팔짝 퍼드러진 치마를 즐겨 입는 약간은 푼수 끼마저 있는 웃음이 헤픈 여자
그러나 해맑은 웃음이 마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두운 마음 주름살 펴게 하며 덩달아 들떠 웃음보 터질 것 같은 여자
돼지감자라고도 불리는 너를 보면, 나도 모르게 떠올리며 기분 좋아져 피시식 웃음 흘리는 옆집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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