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제주시조와 자금우

김창집 2013. 12. 29. 11:52

 

 

제주시조 2013 제21호를 다시 펴들다.

이번에는 거꾸로 펼치며

작품들을 읽어내려 간다.

 

그 중에 여섯 작가의 작품을

하나씩 골라

요즘 오름 기슭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자금우와 함께 올려본다. 

 

 

♧ 노을 - 홍경희

 

꽉 깨문

이별 앞에

턱까지 차오른 말

 

미어지다

미워지다

 

뒤돌아

그리움이지

 

빗금 간

그 이름만으로도

붉어지는

사람아  

 

 

♧ 백자 앞에서 - 한희정

 

마음도 저리 환한

백옥빛이면 좋겠네

 

칼끝보다 매서웠을,

깊은 숨도 멈추었을

 

한 생애 소용돌이 속,

은하 건넌

하나 

 

 

♧ 손익분기점 - 조한일

     -가위바위보

 

계산기 안 두드리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수점 몇 자리까지 오롯이 챙기지만

 

한 움큼

쥐었다 펴면

바위 감싸는

손바닥 

 

 

♧ 안부 - 장영춘

 

마주 보고 가는 길은

언제나 눈앞의 수평

 

늘 그만한 거리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듯

 

올여름

잘 건넸는지

느닷없이 귀뚜리 운다

 

 

♧ 서귀포 2 - 이창선

 

계절이 바뀌면

바뀐 대로 손짓하는

 

올렉리 전설 속에

함께 걷는 출근길

 

엄지손

지문인식기

내 사랑의 서귀포 

 

 

♧ 해녀의 꿈 - 이용상

 

삼달리 바다에는

자맥질한 해녀들

 

왼종일 몸을 맡겨

게워낸 숨비소리

 

이어도

너의 섬에도

전복 소라 자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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