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겨울에 피는 브로콜리 꽃

김창집 2014. 1. 7. 08:36

 

소한 대한 사이인 줄은 아는가

브로콜리 꽃이 밭 가득 피었다.

 

그것도 꽃봉오리를 모두 따서 팔고

다시 돋아난 봉오리가 꽃을 피우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 겨울은 그렇게 추웠는데

올해는 아직 큰 추위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조금은 더운 지역에서

이사 온 것들이기에 지금 피는 것 같다.

 

요즘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사는 대한민국,

사람인들 어찌 그렇지 않으랴

그들을 이해하려 힘써야 할 것 같다.

  

 

♧ 산딸나무 - 홍경희

 

시는 짓는 일이

삼천 배보다 어려운 날들

 

화려한

수식어를

봄철 내내 다 지우고

 

안개속

산딸나무는

사족없이 피어서,

 

헛꽃잎 헛말 속에

본심을 숨겨놓은 듯

 

몸 따로

마음 따로

바람에 흔들리는 듯

 

달빛에

버무린 슬픔

뿌리 없는 꽃인 듯 

 

 

♧ 풀무질, 저 눈발 - 한희정

 

소나무 등 뒤에다 풀무질 하는 눈발

아련히 정근소리 끊길 듯 이어지고

골짜기 어린 해송들 밀랍 채 서 있네

 

고향집 옆 불미장이 코끝 붉은 할아버지

하늘서도 붙들고 있네 이따금 망치소리

눈 속에 불똥이 튀듯 팥배열매 붉었네

 

연일 폭설에 둥그러진 침엽수림

화인처럼 찍힌 자국 불평 없이 덮으며

구구곡 공양 한 그릇 먼저 덥석 받으시네

   

 

♧ 꽁초 - 장영춘

 

한때 누군가의 불꽃으로

타오른 적 있었네

 

지문 닿은 손끝으로

허공에 길을 내던

 

수은주 발갛게 오른

세상 속을 엿보네

 

예전엔 그대 마음

어르고 얼렀지만

 

갈 데까지 가서야

제 모두를 버리는 일

 

저렇듯 밟히고 밟힌

시 한 줄이 누웠네 

 

 

♧ 묵시록 - 이용상

 

비단물결 살갑게

드러눕는 아침 햇살

 

눈부신 금침 위에

펼쳐놓은 저 묵시록

 

마음은 수평선 너머

내 유년을 펼쳐든다 

 

 

♧ 수평 - 이애자

 

기우는 일 따위 없을 거라 벽을 치던 바다

 

절울음 거두고 마음 푸르게 열자

 

이성과 감성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는다

  

 

♧ 돌부리 - 오영호

 

오솔길을 걸어가다

 

아무런 예고 없이

 

툭, 하고 돌부리에 넘어질 뻔한 순간

 

등골엔 식은 땀 나고

 

잊었던 나를 찾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