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2월을 맞는 별꽃

김창집 2014. 2. 1. 16:15

 

비가 또 내린다.

2월의 하늘 아래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올 겨울

우리 제주 마을에는

영하의 한파가 없이

밋밋한 날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별꽃이

벌써 그 모습을 드러냈다. 

 

 

♧ 2월의 산통 - 온기은

 

때 이른

봄의 문을 열었더니

 

남새 밭에

움틀 거리는

초록 생명의 꿈틀거림

 

만삭 되지 못한

산모가 출산 하듯이

서툴고 어설픈 날갯짓으로

 

기나 긴 겨울울

하얀 깃털로 씻어 내려

생명의 계절을 잉태하려는

진통의 소리

 

꽃샘바람에

온 대지가 얼어붙은 심장으로

눈치를 보며

2월의 산통을 겪는다.   

 

 

♧ 2월 - 박인걸

 

지긋지긋한 한파(寒波)에

더 이상 시달릴 수 없어

따스한 햇살과 함께

엷은 바람이 시위를 한다.

붉은 띠와 함성도 없이

조용한 혁명으로

양지쪽을 점령하고

서서히 영역을 넓힌다.

도시를 장악했던 빙판(氷板)과

들판을 차지했던 눈은

기세를 잃은 듯

슬금슬금 자리를 비우고

숨죽이던 시냇물과

움츠렸던 뱁새도

조금씩 입술을 열어

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폭력과 무질서를 거부하고

오직 훈풍(薰風)으로

하지만 결코 쉽지 않게

세상엔 또 봄이 오고 있다. 

 

 

♧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이희숙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별이 서툰 자를 위해

조금만 더 라는 미련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미처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이에게는

아직은 이라는 희망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갓 사랑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리운 너에게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따스한 가슴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 2월 그리움 - 오보영

 

그 매서운 추위에

마구 퍼부어 내리던 폭설에

내가 이처럼

잘 참고 견디어낼 수 있는 건

오직

 

님이 있어서다

 

늘 품안에서

가슴 훈훈하게 데워주고

가득 머릿속 메워

맘 든든하게 매어주던

 

사랑하는 내 님을

 

머지않아 곧 만날 수 있다는

 

기다림이 있어서다

 

아련히 그려만 보던 님을

한껏

 

가까이 옆에서 지켜보며

내내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 2월의 눈물 - (宵火)고은영

 

아비 없는 후레자식처럼

형제 사이를 겉도는 설움

변절 된 기류 사이를 오가는

가슴은 그래도

사랑이 고파서 운다

 

불안하게 서성대는

네 발자국에는 늘 어색한

지문 날인을 원하는

열한 명의 형제들

 

천년으로 돌아도

네 불구는 고칠 수 없고

환영받지 못할 소외된

가슴 사이로 얼었다 녹았다

흐르는 변방 같은 눈물  

 

 

♧ 회색 하늘의 2월 - 박종영

 

어둠을 벗어나는 별들의 웃음에서도

나는 늘 그리움을

파먹으며 살아 가슴 따뜻하다

 

그렇게 무수한 세월을 읽어주는

밤하늘의 별이 더 밝게 보이는 것은

내 우둔한 성장이 게으름을

벗어난 탓이리라

 

소리없이 흐르는 강물,

강의 깊이를 재며 흐르는 물살의 여행도

같은 흐름의 내 세월의 강이 되기도 하고,

 

얼음 벽에서도 피어나는 꽃 무리,

붉은 꽃대의 순결은

옆집 옥이의 해맑은 그리움으로 돌아와,

싱싱하게 일어서는 매화꽃 한 송이를 보라

 

만지면 터질 듯 소담한 봉오리

엉큼스레 가슴 밑에 차오르고,

어느 시간은 촉촉이 젖은 가슴 부끄러워

하늘 가리고선 자리,

강변 마른 갈대가 기운 차리고

우우 소리 내며 일어서는,

2월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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