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화로 맞는 봄

  

점심 초대를 받고 다녀오다가

영춘화가 피어

동네를 밝게 해주는 걸 보았다.

 

겨우내 다리 오그리고 지내던

나이 든 노인들에게

이제 봄이 왔다고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웃는 것 같다. 

 

 

영춘화(迎春化)는 물푸레나뭇과(科)에 속한 낙엽 관목으로

속이 빈 가지는 잘 자라고, 옆으로 펴지면서

밑으로 휘어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린다.

잎은 세 개에서 다섯 개의 작은 잎으로 된 깃꼴 겹잎인데 어긋나며,

봄에 황색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꽃은 통꽃이며 끝이 네 갈래로 갈라진다.

열매는 연교라 하여 약으로 쓰인다.

키는 3m 가량으로, 번식은 꺾꽂이, 포기 나누기로 한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우리나라와 일본에 많다. 

 

 

♧ 영춘화 - 김승기

 

알몸으로 겨울잠 자겠다고

마른 대지에 눕더니,

 

바디로션을 발랐느냐

오이 팩을 하였느냐

 

푸른 줄기 반지르르

향기 품어

가지마다 노랑나비 내려앉았네

 

춤추는 날갯짓

들썩들썩 허공을 들었다 놓았다

아지랑이 너울지는 하늘

꽃샘추위 거두어가네

 

피돌기는 그렇게 하는 것인가

눈 꼭 감고 지내야 하는 한겨울

안으로는 살짝 실눈 뜨고 있었는가

 

바라보고만 있어도

얼굴 가득

훈김으로 번지는 웃음

 

얼어붙은 팔다리

사르르 풀어지네  

 

 

♧ 봄맞이 - 정윤목

 

설원의 흰빛 온통 떨리는 냉기가

햇살 입맞춤 속 깊이 녹아내릴 때

온 몸의 털끝 세워 맞이하려 해요

제각기 설움에 겨운 긴 동면의 순결은

이제 세상에 제모습 진면 드러내려 기쁨,

각각 따사로히 물오름 싱싱한 것 보고 있어요

벌금다지 미처 녹지 못한 벌판 위로 연한 숨길 보낼 때

서둘러 우리 서로 마음 활짝 열 수 있을까요

구석진 응달마다 봄맞이 하려는 기지개 몸부림치고 있는데

살금살금 조심히 걸어온 겨우살이 이제 온유의 선선한 너그러움으로

봄을 맞아야겠어요

까실어진 봄처녀 아, 추위의 긴 설움 지녔으려니

누구랄 것 없이 달려오는 저 들녘의 가녀림에

가지런히 시간 속 빼곡한 질서 속으로 빠져야겠어요

 

오는 봄 보다 먼저 아지랭이 가물거려야겠어요  

 

 

♧ 봄맞이 산행 - 김내식

 

정동진 괘방산에서

아침 햇살만 한 모금 마시던

잔설이 세월모르고

비탈에 누워

낙엽을 덮고 늦잠 자다

봄맞이 산행을 시샘

슬쩍 밀어버리곤

사라진다

 

물 오르는 나뭇가지

당겨 잡고 일어나

꽃샘추위의 눈치를 살피며

파릇한 남쪽 길로

접어드는데

참새 한 마리가

노랑제비꽃잎 입에 물고

앞질러 날아간다 

 

 

♧ 봄맞이 - 류근택

 

입춘 추위 지나

골짜기 아래

겨우내 움츠린 눈 녹여

유리창처럼 투명한

얼음장 밑으로

봄의 서곡

물은 생명으로 흘러

 

졸졸졸

봄의 소리는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거늘

누구는 듣지 못해

여전히 몸 웅크리고

누구는 들어도 마음 문 닫혀

누구는 가슴 열어

전심으로 듣나니

 

뜨거운 가슴은 뜨겁게

차가운 정열은 차갑도록

지난 세월은 보듬어

산의 나무 푸른 숲

새들의 비상

 

시간은

열린 가슴 아니어도

반짝이는 눈빛

설레는 희열, 희망의 노래

봄의 함성 울리리니

너와 나

두 손 들어 봄맞이 노래  

 

 

♧ 봄맞이 - 구재기

 

  새벽 달빛이 물안개 자욱한 들녘 위로 쏟아지노라면, 어디선가 소쩍새 한 마리 섬짓하게 우짖다 피라도 토하는 듯. 차츰 봄바람이 이는 걸 보면 이제 새벽도 머지 않은 끝일런데, 졸음 겨운 두 눈으로 찬 이슬 기운이 자꾸만 스며들고. 어느 사이일까. 논둑길로 끝끝내 사라져 가는 달빛을 따르련가 하면, 비로소 애써 아끼던 사랑까지도 송두리채 잃어버린 슬픔이 먼 산기슭에서 자꾸만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