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한림공원의 매화는

김창집 2014. 2. 5. 09:49

  

한림공원의 매화는

지금 봄의 중간쯤에 서 있다.

 

서귀포시 지역이 아닌

한라산 북녘의 제주시 지역인데도

열병처럼 마구 피어났다.

 

지금 그 매화는

그 아래 흐드러지게 피어난

수선화 향기를 대동하고,

화신(花信)은 전하려

비양도를 건너

다도해로 흐르고 있다.    

 

 

♧ 매화 - 박인걸

 

서귀포 매화향이

영상을 타고 안방으로 퍼질 때

겨우내 차갑던 가슴에도

봄기운이 스민다.

 

눈발을 헤집으며

억척스럽게 피어나는

여리고 여린 꽃잎에서

숭고한 생명력을 읽는다.

 

海風부는 언덕에서

휘둘리며 견디어 온 세월

애태우며 기다린

은혜로운 봄이시여!

 

겨우내 닫아 둔 가슴

마음 문 열어 젖히고

더 이상 망설임도 없이

꽃 한 송이 피우리라. 

 

 

♧ 매화피던 날에 5 - 김경숙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저 여린 꽃잎들 어쩐다지요

 

만남과 이별 넘나들며

피우는 날보다

기다린 날들 더 많았을 텐데

 

사라져가는 미소 속에

애절하게 부르는 눈빛으로

내어준 가지마다

눈물 샘 자극하는

아픈 상처를 어쩐다지요

 

뒤척이는 불멸의 시간

잔달음에 달려가

뜨겁게 안아주고 싶습니다  

 

 

♧ 매화꽃 피다 - 목필균

 

세월의 행간을 읽으며

육십 년 뿌리 내린 나무

여기저기 옹이 졌다

 

가슴에

촛불 하나 밝히고

번잡한 세파 속에

정좌된 마음 만으로

걸어온 길

 

동반자 없는 길

서럽다 하지 않고

추운 겨울바람

맨살로 견디고도

환하게 피어난 매화

정월 스무 이렛날

 

그믐달 어둠 속으로

흐르는

충만한 매화 향에

온몸이 젖어드는데

 

세상살이가

어디 외롭기만 하겠느냐  

 

 

♧ 바람이 매화에게 - 素養 김길자

 

머물다가도

기꺼이 떠나겠습니다

 

피어날 꽃망울들이

봄 앓아누울 생각에

가슴 아려 오지만

초연하게

속내 들어내지 않는

옷섶 단정한 매화여

 

그대의

쏟아지는 봄볕 샛길로

떠나겠습니다.  

 

 

♧ 매화 한 가지 피워 놓고 - 한휘준

 

머무르고 싶었다

그대 차디찬 뜨락에서

바람 한 점

되어서라도

 

그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부드러운 입술향기

살짝 머금어

봉긋한

가슴을 맴돌고 돌아

온 몸에 소름 돋아나듯

솟아오르는

발칙한 그리움이여

 

은하의 별들이

밤새 쏟아져 내렸나

백설 분분한 겨울 끝자락

봄은 저 만치서

기별조차 없는데

가지마다 열꽃으로 피는

그대 아련한 미소

매화나무 가지 끝에 어여쁜

어여쁜 꽃봉오리 되었다

머무르고 싶었다

그대 차디찬 뜨락에서

바람 한 점 되어

연분홍 매화 한 가지

피워내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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