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공원의 매화는
지금 봄의 중간쯤에 서 있다.
서귀포시 지역이 아닌
한라산 북녘의 제주시 지역인데도
열병처럼 마구 피어났다.
지금 그 매화는
그 아래 흐드러지게 피어난
수선화 향기를 대동하고,
화신(花信)은 전하려
비양도를 건너
다도해로 흐르고 있다.
♧ 매화 - 박인걸
서귀포 매화향이
영상을 타고 안방으로 퍼질 때
겨우내 차갑던 가슴에도
봄기운이 스민다.
눈발을 헤집으며
억척스럽게 피어나는
여리고 여린 꽃잎에서
숭고한 생명력을 읽는다.
海風부는 언덕에서
휘둘리며 견디어 온 세월
애태우며 기다린
은혜로운 봄이시여!
겨우내 닫아 둔 가슴
마음 문 열어 젖히고
더 이상 망설임도 없이
꽃 한 송이 피우리라.
♧ 매화피던 날에 5 - 김경숙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저 여린 꽃잎들 어쩐다지요
만남과 이별 넘나들며
피우는 날보다
기다린 날들 더 많았을 텐데
사라져가는 미소 속에
애절하게 부르는 눈빛으로
내어준 가지마다
눈물 샘 자극하는
아픈 상처를 어쩐다지요
뒤척이는 불멸의 시간
잔달음에 달려가
뜨겁게 안아주고 싶습니다
♧ 매화꽃 피다 - 목필균
세월의 행간을 읽으며
육십 년 뿌리 내린 나무
여기저기 옹이 졌다
가슴에
촛불 하나 밝히고
번잡한 세파 속에
정좌된 마음 만으로
걸어온 길
동반자 없는 길
서럽다 하지 않고
추운 겨울바람
맨살로 견디고도
환하게 피어난 매화
정월 스무 이렛날
그믐달 어둠 속으로
흐르는
충만한 매화 향에
온몸이 젖어드는데
세상살이가
어디 외롭기만 하겠느냐
♧ 바람이 매화에게 - 素養 김길자
머물다가도
기꺼이 떠나겠습니다
피어날 꽃망울들이
봄 앓아누울 생각에
가슴 아려 오지만
초연하게
속내 들어내지 않는
옷섶 단정한 매화여
그대의
쏟아지는 봄볕 샛길로
떠나겠습니다.
♧ 매화 한 가지 피워 놓고 - 한휘준
머무르고 싶었다
그대 차디찬 뜨락에서
바람 한 점
되어서라도
그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부드러운 입술향기
살짝 머금어
봉긋한
가슴을 맴돌고 돌아
온 몸에 소름 돋아나듯
솟아오르는
발칙한 그리움이여
은하의 별들이
밤새 쏟아져 내렸나
백설 분분한 겨울 끝자락
봄은 저 만치서
기별조차 없는데
가지마다 열꽃으로 피는
그대 아련한 미소
매화나무 가지 끝에 어여쁜
어여쁜 꽃봉오리 되었다
머무르고 싶었다
그대 차디찬 뜨락에서
바람 한 점 되어
연분홍 매화 한 가지
피워내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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