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홍매 피어나는 봄

김창집 2014. 2. 8. 14:57

 

사흘 동안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려

온갖 나무와 꽃에 물이 오른다.

 

오늘은 아침에 비가 내려

오름 등반 계획에 차질이 있을까 염려되었으나

많지는 않지만 다섯 사람이 참가하여

남서쪽에 위치한 군산으로 가는데

안덕면으로 접어드는 순간 비가 안 오고

아예 땅이 말라 있다.

 

전국에 눈이나 비가 온다는데

우리나라 최남단 부근만 맑은 셈이다.

서귀포 앞바다의 섶섬, 문섬, 범섬이 다 보이고

바다도 트여 산행이 너무 즐거웠다.

산에 자연스럽게 퍼져 있는

유채꽃도 한창이고

제비꽃은 아예 겨울을 잊었다. 

바야흐로 봄이 깊어진 것이다. 

 

 

♧ 홍매화가 피는 아침 - 주용일

 

내 그리움은 꿈길이 닳도록

깊고도 서럽구나

그대 그리움으로

밤새 뒤척인 아침에는

우물가에 어김없이

붉은 매화가 핀다

꿈속 먼 길을 돌아온

내 가슴의 고단한 동토에서

각혈의 꽃송이

수없이 밀고 밀어 올리는 매화나무야

밤새 고생 많았다

순식간에 활짝 피어서

세숫대야 가득 핏물 들이는

홍매화 나무의 꽃송이들아

그리움은 꽃처럼 붉은 것인가

눈물 몇 방울 잘 섞어

꽃물에 세수하고 바라보는

시린 하늘에도 꽃잎 흩날리는구나 

 

 

♧ 홍매 - 장덕천

 

세상을 붉은빛으로 채운다

추위에 떨며 기다려온 날들

싱그러운 햇살과

푸른 바람으로 가득 찬

세상이 너무 좋아서

온몸이 붉게 달아오른다

 

매화꽃 속눈을 들여다보며

꽃잎의 작은 눈물이

꽃눈에 머물다가

햇빛을 보면 따스한 가슴으로 껴안고

어둠이 오면 어둠으로 잠을 자다가

점점이 박히는 고통으로

작은 씨앗이 되는 것을 생각한다 

 

 

♧ 봄밤, 홍매화 피는 - 김경윤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집으로 오는 길

홍매화 꽃등 환하게 피어 있는

키 낮은 돌담 너머 낡은 쪽창에서

수줍은 여자의 웃음처럼 번지는 불빛.

 

그 불빛 아래 어른거리는 그림자

달그락거리며 아련하게 소곤대는

추억처럼 낮은 목소리에

나도 몰래 발길을 멈추네

 

문득 하늘을 보니

초이레 희미한 달빛 아스라이 멀고

지금은 잊혀진 얼굴 그 서늘한 눈매만 남아서

후줄구래한 귀가길을 내려다 보고 있네.

 

일순 온 몸에 번져오는 홍매화 향기

그 향기에 붉어진 내 몸에서도 열꽃이 피네 

 

 

♧ 노루목에 핀 홍매화 - 이민숙

 

비켜 간 노을

강 노루목에 젖고

흘러 흘러든 물살

허리 터는 나루터

물 눈 팔짝 튀어 오른다

 

꽃물에 얼굴 씻고

이슬 귀 엮어 목에 건

연지곤지 찍어 단장한

홍조 띤 홍매화 곱기도 하다

 

올망졸망

만개하고 싶어

곰실곰실 주리를 튼다

 

분홍치마 저고리

옷고름 날리는 여인처럼

아름드리 핀

홍매화 꽃잎 문다

 

말간 햇살에 누워

수혈하는 붉은 꽃술

꽃물 돌아 곱게도 흐른다  

 

 

♧ 홍매화 고운 화심 - 심의표

 

찬바람 대지를 휘감아도

연분홍 꽃잎은 피리니

응달진 뒤란의 잔설을

그림자로 거느리고

 

겨우내 아릿했던 해묵은 얘기

나무 끝에 걸어 놓고

마른 가슴 촉촉이 씻어

살포시 어루는 임의 입김

 

야트막한 담장 한 켠

햇살 한껏 끌어안고

봄을 향한 그리움에

비켜가는 햇살 낚아

홍매화 고운 화심

허공중에 그려내면

 

종다리 지저귀는 봄노래에

화사하고 향 그리운 꽃눈 열어

투욱 툭

꽃망울 터뜨리는 소리

분홍빛 연정 새봄을 부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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