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우리詩’ 6월호의 시와 한련

김창집 2014. 6. 19. 12:49

 

한련 꽃을 찍고 와서 ‘우리詩’ 6월호를 펼친다.

읽어나가면서 지난번에 못 올린 시를 골라

함께 올린다.

 

한련은 한련과에 속한 한해살이풀로

잎은 거의 둥글고 긴 잎자루 끝에 방패같이 달린다.

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한 개의 대가 나와서

그 끝에 적색, 주황색, 크림색, 황색의 빛깔을 띤

다섯 잎의 꽃이 피며, 과실은 둥글넓적하다.

특유의 냄새가 나는 잎과

매운맛이 나는 씨는 향미료(香味料)로 쓰인다.

관상용으로 재배되기도 하는데,

원산은 멕시코와 남아메리카이다. 

 

 

 그 겨울 - 조병기

 

골목길 휘어돌면

펑펑 눈이 내리고

뉘 집에선가 시레기 된장국 끓이는 냄새

알전등 뽀얗게 익어가는 밤

동치미 국물에 냉국수 한 사발 말아 먹고 나면

온 세상이 내 것이었던

그 겨울은 따뜻했네 

 

 

♧ 간장게장이 된 꽃게의 말씀 - 차영호

 

밥은 지들이 실컷 쳐먹고

 

왜,

 

애먼 나더러 밥도둑이라 하누 

 

 

♧ 올벚나무 트위터 계정 - 주경림

 

화엄사 지장암 뒤뜰에 서 있는

삼백쉰 살 올벚나무가 한바탕 꽃비를 쏟아냈다

그리고는 왼쪽 가지가 축쳐졌다

그 가지를 자르려 하자

“내 몸에 손대지 마세요”

올벚나무가 SNS로 간곡히 부탁했다

“상처가 아물지 않아요.

줄기부터 차차 몸이 썩어 죽게 될 거에요.”

그 문자에는 연분홍 눈물이 얼룩져 있다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니,

이미 둥지의 절반은 시멘트로 때워져 있는데……

 

해마다 봄꿈 속에서 꽃을 피워내

천연기념물이라 부른다. 

 

 

♧ 첼로 한 줄 - 전순영

 

고픈 밤을 버리고

눈 내리던 처마 밑 밤을 버리고

그가 보고 싶은 밤을 버리고

양손에 얼굴을 묻고 성에 긴 밤을 버리고

공짜 매를 맞은 하얀 밤을 버리고

하늘 아래 혼자인 밤을 버리고

심장 올올이 나뉘어 짜낸 비단옷을 입고

길과 동무하던 밤을 버리고 돌아서니

그 밤이

담장을 넘고

전봇대를 넘고 눈비 맞으며 삭고 삭아

실바람에도 오르르 떨며 흐느끼는

첼로 한 줄 

 

 

♧ 그리운 소꿉친구 - 민문자

 

봄이 오면 산과 들로

진달래 꺾고 냉이 캐며 삘기 뽑고

함께 뛰놀던 순이 모습 떠오르네

아아 보고 싶은 순이, 소꿉친구야

 

할아버지 아끼시던 장도(粧刀)

보리밭에서 잃어버린 그 창칼도 떠오르네

냉이로 국을 끓일까요, 삶아 무쳐드릴까요

애교로 혼쭐 피하라던 그때 그 시절

 

언제나 언니처럼 보살펴 주던 그녀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낼까

이제는 씩씩하게 무엇이나 잘한다고

내 모습 보여주고 싶은 순이

 

소꿉장난 공기놀이 고무줄넘기 숨바꼭질하며

콩 한쪽도 나눠 먹던 소꿉친구

지금은 흰머리 할매 되었겠네

아아 그립다 그리워 순이야 순이야 

 

 

♧ 방짜유기 - 남정화

 

전주비빔밥을 시켜놓고 뎅뎅 종소리 들어본 적 있는가

고명으로 올라온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무채 콩나물 당근채

볶은 쇠고기 달걀지단 슥슥 비비면 삼라만상 바람소리

솔 솔 불어와 볼때기 가득 바람이 찬다

샛노란 방짜유기 숟가락으로 툭 툭 치면 놀란 밥알

하나 둘씩 일어나 춤을 춘다 

 

 

♧ 어둠을 보다 - 성숙옥

 

해가 떨어진 하늘

지평선에 붉은 밑줄을 긋는

노을이 있다

 

바람이 싣고 온 구름의 문장이

먼 산봉우리에 잠긴다

 

헝클어졌다 모이는 새소리가

여운을 남기고

그 위로 스멀거리는 향기

 

떠오른 달이

나뭇가지를 잡으면

어둠의 푸른 향기로

검게 식어 가는 산이 가슴에 차오른다

 

해의 발자국을 더듬다

몰락하는 꽃

 

나는 잡히지 않는 구름 속

행로를 가늠하며

어둠의 에필로그를 넘긴다 

 

 

♧ 찰칵 - 손성태

 

  청화산 한우숯불갈비 식당 유리창에 붙어있는 빛바랜 선팅 사진 속에는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초원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누렁이들이 찰칵, 잡혀있는데. 녹즙이 침과 뒤섞여 짧은 흰 수염을 타고 아래로 뚝뚝 떨어지다가 찰칵, 잡혀있는데, 푸른 하늘이 한낮의 따사로운 햇빛을 타고 빗살처럼 퍼지다가 찰칵, 풀잎에 쉬며 되새김질하던 물빛도 함께 찰칵, 잡혀있는데, 풀과 누렁이와 구릉과 하늘에는 홀 안의 마블링 잘된 꽃등심과 푸른 숯불과 지글지글 냄새와 가위와 소주, 육즙에 취한 왁자지껄이 스며들고 있는데, 여전히 얼룩백이 누렁이와 푸른 들판은 빛나고 있고 햇빛에 매순간 찰칵찰칵 잡히고 있는데, 연기와 비린내는 들판에 시냇물에 하늘에 먼지와 함께 누렇게 달라붙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