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성초(약모밀)
서울서 정성스레 부쳐온
후목 소상호 시인의 시집
‘꽃들의 기억’을 펼친다.
하고 있는 일이 바쁘고
맡은 일도 많은데도
책을 많이도 내었다.
시집을 펼치니
1부 늙은 햇볕에 그을린 구름(18편)
2부 꽃들의 기억(18편)
3부 지성 이발관(17편)으로 나눠
도합 53수를 실었다.
시 몇 편을 읽고
요즘 한창 피어나는 들꽃과 같이 올린다.
* 산수국
♧ 꽃들의 기억(할머니이신 어머니)
회색 치마 끄시며 손으로 치마끈 잡아
돌아보시는 어머니
주름진 얼굴이 삶을 어느 곳에 두지 못하여
아들 눈에 맞추었는지
동백꽃 한 그루 지켜보는 길옆
지나가는 흰색 옷 입은 천사
그 누군지
큰 동네 정자나무 아래 할머니
큰아들 따로 살림, 둘째 셋째 객지 보내어
외로운 가슴 하늘에 맞추었는지
돌아다보며 자식의 쉴 곳 염려하고
그 곳 생각에
걱정 한 바가지 마시고
건너 밭에 묻은 흙손 깨끗이 씻어
넓은 그릇에 밥 말아 드옵소서.
할머니이신 우리 어머니
저희와 사랑방에 누워 도란도란 긴 얘기 하소서
그리고 애 타는 길에 서지 말고
쉬운 길로 가소서
* 조뱅이
♧ 별이란
별은 하늘에 산다
그 곳은 별똥별 쏟아내는 놀이가 있고
살구꽃 바람 날리는 밤하늘에 여운의 언어가
무수히 떠다니는 곳이다
컹컹 울어대는 여우의 울음소리와 달콤하던 유년의 기억 속
메말라 가는 젖은 옷가지 모양
가끔은 여윈 들꽃처럼
간절히 기도하는 소녀의 눈이 된다.
똑똑한 별은 등대처럼 박혀 있는 달에 기대어
긴 밤을 보내진다
지루한 삶을 그린다는 것이 두려워질 때
눅눅히 지난날을 달빛에 그을린다.
부디칠수록 힘겨워 지지만 모래알처럼 작아지는 오기로
거품처럼 외로운 손 하나 내민다.
아마 내일이면 수많은 꽃이 피리라
* 모래지치
♧ 한강둔치 카페에서 / 저녁해를 보며
반은 흐르고
반은 정지된 물결이다
지는 해는 바빠서 눈이 부시다
어두움을 집어넣기에 허둥대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여인의 눈이 강아지 눈처럼
반짝거린다.
저녁노을의 힘이 만드는 것인지
하얀 풀밭에 나목을 심어
바람과 얘기하는 강 언덕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고 싶어진다.
* 산딸나무
♧ 동행
같이 가는 것에 대하여 고심을 한다.
동행은 어진 친구도 될 수 있고
돌아오지 않는 과거와 함께 하며 죽음과 동행하는 자신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적과 동침이라는 연인도 된다.
한강 가 수양버들 가지에 까치가 중얼거린다.
동행의 노래를 부른다.
목이 마르면 물을 먹으러 강으로 간다.
춤을 추다 수양버들은 배가 고프면 광부가 된다.
다리를 뻗고 발을 내밀어 물을 길어 마신다.
가치는 배가 고프면 땅 벌레를 집아 먹고
목이 마르면 강으로 간다.
하늘의 별을 보는 까치는 졸리면 수양버들 가지에 쉰다.
그러나 수양버들은 꿈을 꾸다가 주저앉는다.
동행 하는 것은 이렇게도 서로 다르면서
한 곳으로 가는 것이다.
반드시 일치한다고 동행은 아니다.
* 인동덩굴
♧ 트럼펫 소리
어느 시간이나
어느 환경에 지배를 받지 않고
동일한 향내를 지닌 눈물의 길
트럼펫 소리의 길
뒷마당에서 냉장고만큼 큰 다이아몬드를 찾는 쉬운 길은 아니다
그래도 서럽게 울지 못하고
발갛게 그을린 둥근 얼굴로 내내 악기를 감싸 준다
650만원을 주고 80년 지난 트럼펫의 소리와 바꾼
그녀는 7년간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억척같은 인생을 트럼펫 소리에 매달아
목이 메도록 불었다
그 소리가 누이의 간절한 울부짓음이 아닌지 긴지
그렇게 알고 싶어진다.
세상 모든 인연이 어렵더라도
트럼펫 소리는 편하게 다가간다.
망각의 서러움이 지극한 소리의 울림으로 가는지
누이 목소리 같은 트럼펫 아픔의 소리
너는 누구인지
나 속의 붙여진 낭군의 한 표다
* 개망초
♧ 자화상
나는
뒷산에 뻐꾸기 울음소리도
웃음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베푸는 황금 들녘이고 싶었으며
큰 고래 작은 고기 비비대며 뛰노는
인정 넘치는
넓은 바다 되고 싶었다.
지금은 작은 언덕 위에서 헉헉대며
지팡이 두드리다
남새밭 새우등 허리 되어
코 흘리는 아이들과 풀 뜯는다.
그러다 넓은 바다 그리우면
도랑물에 가재 잡다
탁족(濯足)하며
하늘 보고 웃지 않는가.
* 가락지나물
♧ 바람
바람은 애써 지나가려한다
아무도 붙잡아 주지 않는 바람의 길
자나가다 들르는 풀숲
지나가다 들르는 산속
늦잠 자는 바다 위를 지나다,
물장구치며 놀고있는 강가를
따사한 기운에 조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러다 큰 가지를 붙잡고 용트림을 한다.
옷을 벗기기도 하고서
* 갯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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