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7월 26일 토요일. 흐리고 바람이 셈.
장마 날씨 속 태백산엘 오른다.
비는 안 오는 대신에 바람이 몹시 세다.
유일사 코스,
고랭지는 아니지만
비탈 밭에 배추와 양배추가 싱싱하다.
지난 새벽녘 세찬 비바람에
많이 꺾여 뒹구는 나뭇가지들.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날씨에 감사하며
길을 걷는데 귀룽나무 열매가 많이 떨어졌다.
산개버찌를 닮았다.
조금 더 올라갔을 때 무엇이 눈에 반짝 띄어서 보니, 동자꽃이다.
제주의 산에는 없어, 육지부 여름 산행에 나섰을 때나
반갑게 맞는 꽃이지만 오늘은 바람 속에 찢기고
젖어 있어 아쉽다.
내리는 길에 찍으려고 접사렌즈로 갈지 않은 채로
그 냥 몇 컷 찍으며 나중으로 미루었다가
내릴 땐 발견이 안 되어 이 정도로 그친 것이 아쉽다.
♧ 동자꽃
석죽과(石竹科)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m 정도이며, 줄기에는 털이 나 있다.
잎은 마주나는데 잎자루가 없어서
마치 잎 두 장이 서로 겹쳐 줄기를 감싸는 것처럼 보인다.
7~8월에 노란빛이 도는 붉은색의 갈래꽃이 피며,
열매는 삭과로 익는다. 원예 식물로 널리 심으며,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고,
우리나라, 만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동자꽃 - 김승기
장대비 같은 햇살 머리에 이고
찾은 절간에서
동자야
때 묻은 세상살이 주름진 얼굴
청산에 흐르는 냇물로 씻어
곧게 펼 수 있을까
가슴앓이
그 팔만사천의 번뇌를 지우고
맑은 詩를 쓸 수 있을까
지친 사람들 어깨 위에
엉킨 실타래처럼 얹혀진 억지들
지금이라도 술술 풀 수 있는
동심 되찾아
따뜻하게 온 누리 빨아 널 수 있을까
합장하였더니
저만치 샘물 곁에서
흐르는 냇물 들끓는 번뇌 그대로 두고
엉킨 실타래도 그대로 두고
물 한 모금으로
마음이나 씻으라 손짓하네
♧ 운주사 - 김정호(美石)
운주사 와불의 깊은 숨소리가
하늘을 울린다
천년 역사가 다시 시작되는가
다른 전설을 수태하려는지
5층탑의 젖은 눈에 반사되는
밤하늘이 눈부시다
장고한 세월의 두께로 뒤덮은
천불천탑의 잔해 속에
슬픈 전설을 간직한 동자꽃이
부끄러워 가녀린 꽃망울을 떤다
법당 안에는
산사의 하루를 여는 법고*소리에
세상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다른 깊은 가르침을 주려는지
참선을 하는 고승의 얼굴은
해탈을 한 듯하다
♧ 동자꽃만 보고 왔네 - 정군수
월정사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나자
속세의 안개가 마음을 빠져나와
석탑 돌사자와 논다
안개 몰래 오대산을 오른다
적멸보궁 부처님 진신사리
손에 닿을까 마음 비우고 오른다
안개 안개
사리탑 오르기도 전에
안개가 먼저 올라와
적멸보궁을 감싸고 보여주지 않는다
오대산 꼭대기에 오르면 손에 닿을까
안개 더불어 오른다
동자꽃 동자꽃 동자꽃
적멸보궁 진신사리 못 보아도
큰스님 기다리다 굶어 죽은 동자스님
오대산 꼭대기에서 엎드려 사는 동자꽃
큰스님보다 먼저 얼굴 씻고 사는 동자꽃
동자꽃만 보고 왔네
동자스님만 보고 왔네
동자스님만 가슴에 안고 내려왔네
안개 두고 내려왔네
♧ 여름 노트를 덮으면서 - 함영숙
여름 노트 속에는
노란 황매화 꽃잎 머리 디밀고
만나지 못해 길 엇갈린 상사화
어긋맞겨 고개 돌리고
삶 허리 끊어진 돌 틈에
패랭이꽃 팽그르 돌고 있다
자유 그리워 주저앉은
며느리밥풀꽃은 배고파 울고
부모 잃은 동자꽃은
겨드랑이 사이로 숨 쉬고
나팔꽃 봉선화 분꽃은
여자의 맴시 뽑내려하여
붉은 색 남기고 스며든 향기
여름 노트 속에는
바다에 밀려난 외로운 꽃사랑
노트 속 갈피마다 꽁꽁 숨어
흔적을 남기려하여
압사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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