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송당리 신과세제

김창집 2015. 3. 4. 12:24

 

  어제는 제주시 동쪽 산간마을인 구좌읍 송당리 신과세제 현장에 다녀왔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데도 불구하고, 당 안에 비닐로 지붕을 만들고, 그 안에서 치러지고 있었다. 당 가운데 금백주 신위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고운 물색(옷감)이 걸려 있고, 3단으로 된 단에는 손님(마을 부녀들이나 마을 출신 부녀자)들이 차롱(제주 특유의 대나무 바구니)에 제물(메를 비롯해 과일, 생선, 술잔 등)을 정성껏 차려다 올려놓았다. 많은 마을 사람들과 언론계를 비롯한 관심을 가진 외부 손님들이 몰려든 가운데 진행되고 있었다.

 

 

  송당리는 약 900여 년 전에 설촌되어, 제주도무형문화재 제5호(1986. 4. 1.)인 본향당(금백조신당) 당굿이 계승되고 있는 문화와 민속이 살아있는 마을로, 제주도의 산간마을이면서 전래적인 제주민의 민간신앙상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이 마을의 모든 일을 관장해 주는 당신(堂神)인 금백주(벡주또마누라)가 제주 동쪽에 위치한 여러 마을에 좌정해 있는 당신(堂神)들의 원조(元祖)로 관념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마을의 여성 위주의 무속의례인 당제를 중시하고 무형문화재로 지정했음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송당리의 본향당은 마을 서남쪽에 위치한 송당오름 바로 밑에 있는데, 이 당에 모셔신 당신은 여신(女神)으로서 강남천자국에서 왔다는 벡주또마누라다. 이 본향당에서 해마다 치러지는 정기적 제의는 네 가지다.

 

·음력 정월 13일 ∼신과세제(新過歲祭)

·음력 2월 13일 ∼ 영등굿

·음력 7월 13일 ∼ 마풀림

·음력 10월 13일 ∼ 신만곡대제(新萬穀大祭)

 

  신과세제 당굿 등에서 염송되는 본풀이를 보면, 송당 본향당신의 자손들이 제주도내 각처로 흩어져서 좌정하고 곳곳의 당신이 되었음이 밝혀진다. 곧 송당의 본향당신은 제주도 여러 마을의 당신들의 원조(元祖)라는 점이 주목된다. 그런 뜻에서 그 본풀이의 줄거리를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강남천자국에서 태어난 벡주또마누라는 천기(天機)에 따라 제주도 송당으로 찾아와 소천국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부부는 아들 다섯 형제를 낳고 여섯째를 포태한 상태였다. 부인은 놀고 있는 남편에게 농사짓기를 권한다. 남편은 대식가(大食家)여서 국도 아홉 동이, 밥도 아홉 동이를 먹곤 했다.

 

  어느 날 밭 갈러 가는 남편에게 마누라는 밥과 국 열여덟 동이를 밭에 지고 가서 놓아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소천국은 열심히 밭을 가는데, 마침 태산절 중이 지나가다가 점심을 얻어먹었으면 한다. 얼마나 먹겠는가 여기면서 쇠 길마에 걸어둔 점심을 먹도록 허락한다. 뜻밖에도 그 중은 밥과 국 열여덟 동이를 모조리 먹고 가버린다. 소천국이 배가 고파 점심을 먹으려고 보니 밥이 없어 밭을 갈던 소를 잡아먹었지만 모자라자 남의 소마저 잡아먹고 만다.

 

  마누라가 점심 그릇을 가지러 와 보니, 남편은 소도 없이 쟁기에 배를 대고 밭을 갈고 있지 않은가. 소천국이 부인에게 사실을 고백하자, 노발대발하는 부인은 소도둑하고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이혼한다. 그래서 벡주또 마누라는 웃손당(上松堂里) 당오름에 가서 좌정하고, 소천국은 알송당(下松堂里) 고부니를에 좌정한다. 송당리 마을제는 당오름에 모신 여신(女神)인 벡주도마누라를 신앙대상으로 삼는다.

 

  소천국은 정동말젯딸을 소첩으로 삼아서 사냥질을 하면서 살았다. 벡주또마누라는 아들을 또 낳는다. 아버지를 만난 아들은 도무지 버릇이 없자 석함에 담고 동해바다로 띄워버린다. 그 아들은 용왕국(龍王國)에 가서 엄청난 세변(世變)을 평정한다. 그곳에서 하사하겠다는 큰 벼슬 모두 뿌리치고 송당으로 돌아온다.

세 살적에 죽으라고 석함에 담고 바다에 띄워버린 아들이 천지가 진동하는 총소리와 함께 되돌아오게 되자, 그 부모는 몹시 겁이 나서 도망가다가 죽어서 어머니는 웃손당 당오름의 당신이 되고, 아버지는 일손당 고부니를 당신이 된다.

 

 

  여섯째아들은 구좌읍 김녕리(金寧里)의 궷눼깃당을 차지하고 당신이 된다. 좌정할 당시의 소원에 따라 해마다 마을사람들이 궷눼깃당 당제를 치를 때에는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통째로 올리는 게 특색이다. 그리고 다른 아들들은 제주도내 여러 마을에 흩어져서 각각 좌정하고 당신이 된다.

 

  송당마을에서 해마다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네 가지의 제의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굿으로는 음력 정월 13일에 열리는 ‘신과세제’다. 그 해 마을이 무사태평하고 농사를 비롯한 생업이 풍요롭기를 본향당에 모여서 빈다. 제물은 마을사람들이 제각기 준비하여 몰려들고 제의를 주장하는 사름은 매인심방이다. ‘매인신방’이란 단골무당을 뜻하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종일 굿이 치러진다.

 

 신과세제를 치를 때에는 본향상이란 송당마을의 모든 일을 주관하는 본향신을 위한 상이며, 옥황상제상이란 옥황상제를 비롯한 높은 신을 받드는 상이다. 본향상은 당집 앞 제단에 옥황상제상은 당 입구쪽에 배설된다.  그 제차(祭次)는 ‘궷문열림’, ‘초감제’, ‘군문열림’, ‘새림’, ‘신청궤’, ‘풍니놀이’, ‘도산받음’, ‘액막음’, ‘도진’ 순으로 진행된다.

 

 

○ 궷문열림 : 마을사람들이 받들어 제향을 치를 수 있도록 신문(神門)을 열어 주시라는 재차. 신들의 하강로(下降路)에 갖가지 기(旗)도 세워 나간다.

○ 초감제 : 굿하는 장소와 시간을 고하고, 굿하는 연유와 참여한 마을사람들의 명단을 알리는 제차.

○ 군문열림 : 신궁문(神宮門)을 여는 제차. 심방은 신명나는 도랑춤을 추며 무점(巫占)으로써 개문(開門) 여부를 확인한다. 이 제차에서 본풀이도 염송된다.

○ 새림 : 신이 내려오는 길이 깨끗하도록 사기를 쫓아서 정화시키는 제차.

○ 신청궤 : 옥황상제와 본향신을 청해 들이는 재차. 무악에 맞춰 감상기와 요령을 흔들다가 쌀을 뿌리기도 하면서 청신(請神)한다. 수심방의 사설의 템포가 매우 빨라지고 당굿의 분위기가 극렬해진다.

○ 풍니놀이 : 맞아들인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심방과 신앙민들이 신명난 춤과 더불어 노래하는 재차. “니나난니난니나 니나난니난니나 니나난니 난니나”로 시작되는 이 노래와 춤은 신인공동(神人共同)의 즐김으로 관념한다.

○ 도산받음 : 마을전반의 운수를 무점(巫占)으로 알아보는 제차. 신앙민 전체의 소지(燒紙)를 사르고 천문(天門)을 던짐으로써 신의(神意)를 파악하고 신앙민들에게 알린다.

○ 자손들 각산받음 : 신앙민 각자의 1년간의 신수를 계절별로 점쳐 보는 재차.

○ 액막음 : 그 해의 마을의 액운을 막고 행운을 비는 재차. 이 때 심방은 ‘만이 본풀이’를 염송한다. 소만이란 사람이 차사(差使)를 잘 접대하여 장수했다는데 근거한다.

○ 도진 : 청해 들인 신들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제차.

 

  산간마을인 송당리(松堂里)는 그 본향당 당신이 제주도 여러 마을에 분산, 좌정해 있는 당신들의 시조(始祖)라고 본풀이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민간신앙적 가치가 두드러진다. (내용은 송당리 마을 홈페이지 것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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