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차귀도에 다녀와서

김창집 2015. 10. 20. 10:57

                        * 배를 타기 전 자구내 포구쪽에서 본 차귀도, 그리고 한치 말리는 모습

 

지난 10월 18일 오전 10시 30분 경

탐문회 회원 43명과 함께

답사라는 이름으로

섬 속의 섬 ‘차귀도’에 다녀왔다.

 

굳이 따지자면

세 번째로 가는 섬이기에

처음보다 긴장이 덜하고,

늘 대하는 땅처럼 편하게 앞장서 가며

알고 있는 내용을 들려준다.

 

 

차귀도(遮歸島)는 제주도 최서단에 위치한 섬으로

면적은 0.16km²이며,

‘차귀도 천연보호구역’이란 이름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차귀도는 자구내에서 배를 타고 가면서

제일 먼저 만나는 와도(臥島)를 시작으로

제일 큰 섬인 대섬[竹島], 지실이섬 등 세 개의 섬과

장군여, 썩은여, 간출암(干出岩) 등

크고 작은 여(礖)로 이루어졌다.

 

 

식물은 약 82종류가 서식하는 걸로 조사되어 있는데,

그 중 수목으로 시누대, 돌가시나무, 곰솔, 돈나무 등의 13종,

양치식물은 도깨비고비 1종,

초본류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해녀콩을 비롯하여,

갯쑥부쟁이, 천문동 등 62종이 자라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본섬에 도착하여 방파제처럼 짧게 시설된 곳에 배를 대고 내려

계단처럼 생긴 곳으로 올라가다 보니,

식수원으로 사용되던 조그만 샘은 풀이 무성한 채 버려지고,

시멘트가 발라진 돌담벽만 엉성하게 남아있다.

이 죽도에는 몇 십 년 전까지도 3~4 가구의 주민이 살았었고,

제주에서 가장 큰 무인도가 된 지금은 낚시터로 유명하다.

 

 

앞 수월봉 일대가 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으면서

이 섬까지 포함되어 지질 트레일 코스로 편입되면서

세인들의 관심이 많아졌지만

과거에는 자구내 포구나 당산봉에서 보는 

낙조로 유명하여 과거 일몰제를 치르기도 했다.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섬은

응회암으로 구성되어 있고, 남쪽엔 송이층이 발달되었다.

절부암 전설에 나오는 대나무를 베려왔다 조난당한 장사철을 생각하며

길게 퍼져 있는 시누대와 억새의 물결을 바라보며 걷는다.

이 대나무는 제주에서는 ‘족대’라고 부르는데, 본토의 '이대'에 가깝다.

 

                    * 해녀콩(위)과 끝에는 대나무 그 아래로 억새가 우거진 곳(아래)

 

 

멀리 바라다 보이는 등대까지 펼쳐진 억새 들판,

여기 주민들이 살 때는 개간해서 농사를 지었던 곳이다.

남쪽 편으로 다가서 바라보니 섬이 침식을 많이 당했다.

그 중에 영실 오백장군의 막내 장군바위가 외로운데,

죽솥에서 어머님의 뼈를 발견했을 때의 심경이 오죽했을까?

 

조그만 여마다 낚시배가 부려놓은 낚시꾼들이 모습이 보인다.

다음 백과에 보면, 이곳에서 관찰된 해양무척추동물은 26종으로,

하부조간대는 거북손이 우점 서식하고,

해조류는 녹조류 2종, 갈조류 2종으로

갯녹음 원인종인 혹돌잎이 번무하다고 나와 있다.

 

 

억새와 띠 사이에 얽혀 있는 해녀콩을 보며 서쪽으로 가는데,

용암이 흘러 바다 속에 뻗쳐 있는지 물결이 이는 곳이 있다.

 

이번에는 등대로 나있는 길을 따라 가는데

아직 산국은 피지 않았고, 이고들빼기만이 만개했다.

태양열 전지로 돌아가는 무인등대는

제주 최서단을 묵묵히 지키는 파수꾼이다.

 

 

전에는 낚시꾼들이 많아 몰리는 섬 동쪽 끝까지 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 트레일 코스를 만들면서 정상부까지만 갈 수 있도록 하였다.

모든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었기로

하릴 없이 입을 다시며, 고종달의 전설을 떠올린다.

 

고려 예종 때 제주에 유능한 인재의 출현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보낸 호종단(고종달이라고도 함)이

서귀포에 있는 지장샘 수호신의 꾀에 속아

술서(術書)를 찢어버리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바로 이 차귀도가 있는 지점까지 왔을 때

한 마리의 날쌘 매가 날아와 돌풍으로 변해

호종단이 탄 배를 침몰시킨다.

그렇게 한라산 신령이 매로 변하여

호종단의 횡포에 대한 복수로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았다 하여

‘차귀도(遮歸島)’라 불렀다 하는 전설….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살피며 걸은

일행들이 속속 뱃머리로 모여든다.

차에서 음식물 반입을 금하며 식물이나 광물,

그 중에 특히 해녀콩에 손을 대지 말라는 당부를 잘 지켜

모두들 만족한 얼굴로 상기되어 들어왔다.

 

처음에 이곳까지 다녀가는 배삯이 16,000원이라 했을 때

왜 그렇게 비싸냐고 했던 어른들도

비싸면 그만큼 더 얻기 위해 노력하라 했는데,

그게 얼마나 효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행정지원을 받는 도항선과 달리

관광 차원에서 운용하는 유람선이라 그렇다고 한다.

그래도 유람선장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고

독수리바위 너머까지 배를 몰고 가 구경시켜 주고 돌아온다.

 

 

♧ 바람 부는 섬 - 윤봉택

 

길은 하나가 아니다

 

태왁이 없어도 섬은

늘상 바람의

반대편으로 떠 흐르듯,

 

먼 바다를 돌아와 누운

아내의 눈에 고이는

서리.

 

해풍에 묻어 온 씨앗 하나

소신껏 뿌리지 못하는

이 시대의 목마름

보릿단 풀 듯

풀지 못하고

연체된 어둠으로 저무는

서기 1990년.

 

서별곶 물살이 밤새

잠들지 못하는 아내의 꿈으로

태왁도 없이

떠 있다.

 

 

♧ 차귀도 등대 - 이생진

        -등대 이야기 · 9

 

가다 보면

집터가 둘

맷돌도 그대로 있고

장독도 두 개나 남아 있던데

등대는 말없이

항아리 속

달구경만 하고 있었다

억새밭 더듬더듬

뱀도 고독이라면

몸서리치는 곳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 본섬 남쪽 끝에 선 장군바위 

 

♧ 섬은 바다를 품는다 - 김윤자

 

 

작고 갇힌 영토라 여기지만, 사실은 태고의 전설같은 밑둥이

바다 밑에 가려져 있어 내면의 세계는 무한대 열린 터다.

해면 위로 드러난 몸을 멀리서 보면, 가련한 모습일지라도 가

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라. 절벽 비탈진 등짝에 제 살점 깎아

피워낸 해송(海松)을

갯바람에도, 갈매기의 넘나듦에도 동요치 않고 함묵으로 자신

의 영역을 매몰차게 다스린다. 멀리 보이는 휘황한 뭍은 그에

게는 지구의 그림자일 뿐이다. 결코 동경의 대상이 아닌. 그

보다는 밤하늘을 칼날같이 지키는 초승달을 사모하며 밤마다

광활한 우주와 상면하여 쪽빛 꿈밭을 일군다.

                                                                             * 남쪽 독수리바위

 

바다

 

깊은 해심으로 바위처럼 묵중해 보이지만 얕은 해풍에도 요

동친다. 수시로 돌변하는 몸을 꼭 묶어 섬에 매어두려 해도 자

신도 모르게 풀어지는 몸은 늘 뭍으로 달려간다. 뭍의 세계에

홀린 듯. 급한 제 성미에 못 이겨 허연 거품을 꾸역꾸역 토해

내며. 그 풍랑에 해어(海魚)까지 중심을 잃고 쓸려 다닌다.

사해(四海)가 섞이어 유동함에 낮에는 색깔이 없다가도 밤이

면 어둠을 틈 타 사나운 본성이 이빨을 드러내고 쏴쏴 운다.

뿌리 깊은 성품을 키우려 먼 바다로 미끄러지듯 질주해 보

지만 더 큰 몸집으로 밀려오는 먼 나라 파도의 몸부림에 꿈은

늘 무산된다.

                                                                                             * 와도

 

섬과 바다

 

섬은 침묵으로 바다를 품는다. 뭍에서 외면 당하여 쫓겨오는,

해일에 헐떡이는 바다에게 섬은 고향같은 존재다. 성난 파도

가 옆구리를 허물어도 괴팍한 바다를 늘상 다독인다. 허물을

감싸 안는다.

섬은 넓은 치마폭으로 해어를 품는다. 거친 물살에 시달려 기

진한, 심장이 작아 떠는 치어(稚魚)에게 섬은 어머니 같은 존

재다. 잠시 머무르다 떠나감을 알면서도 비스러진 고기들을

늘상 보듬는다. 가슴을 키워준다.

섬은 안다. 혼자임을. 궁극적으로는.

정작 자신은 마음속의 또 하나 외로운 섬에 갇혀 꿈꾸듯 살아

가야 함을.

 

                                                                                   * 수월봉서 바라보는 본섬인 대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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