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사천극의 진수, 변검

김창집 2015. 4. 30. 08:21

 

 

 

 

♧ 사천극(四川劇)의 진수 - 변검

 

귀국 바로 직전에 사천성의 청두(成都)에서

변검을 관람했다.

 

변검은 중국의 전통극의 하나로

연기자가 얼굴에 쓴 가면을

순식간에 바꾸는

마술과 비슷한 공연이다.

 

극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휘황찬란한 복장과 온갖 조명을 이용

빛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 가면(假面)놀이 - 김종제

 

어쩌면 저 숲속의 나무들 몸속 어딘가에

가면 몇 개 숨겨놓았는지 몰라

그래서 계절마다 심심치 않게

가면 하나씩 꺼내서 쓰는 것인지도 몰라

중극의 어느 사천경극 놀이에 나오는

변검 주인공처럼

색다른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인데

나무도 알고 보니

자신의 얼굴이 싫증 날 때가 있어서

슬쩍 흘러가는 물의 얼굴로 바꾸어 버리거나

때로는 들판에 눈부시게 핀 야생화 꽃으로

때로는 우르르 함박눈이나 소나기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몰라

그래서 가을 이때쯤

나뭇가지에 단풍 드는 것도 저 나무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너무 오래 보여 주어

식상해버린 얼굴 바꿔 보는 시간인 것 같은데

때로는 나도 그대의 눈치를 보면서

그대가 혹시 나의 눈빛이나 나의 언어나

나의 몸짓에 싫증이 날 것 같다고 느낄 때면

내속의 감춰둔 몇 개의 가면 중에서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가면 하나를 꺼내어

변검처럼 순식간에 나의 얼굴 바꿔서

그대에게 낯선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도

한 번 생각도 해봤는데

그러다가 그대가 내가 쓴 가면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다가

그러다가 내가 쓴 가면이 벗겨지지 않고

내 얼굴로 파고들어 영혼을 갉아먹고

나를 저 이집트의 미이라로 만들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혹시 지금 내 얼굴도 가면이 아닐까 하여

날선 과도로 얼굴 살갗을 굵어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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