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5월에 보내는 남방바람꽃

김창집 2015. 5. 2. 06:34

 

어느덧 5월입니다.

이른 봄꽃 진 자리에

남방바람꽃이 한창입니다.

 

얼마 없어 온 들판이

초록으로 물들고

나무도 무성한 잎을 드러내겠죠.

 

가정의 달 5월을

이 꽃처럼 상큼하게 보내세요.

   

 

♧ 푸른 오월에 - 박종영

 

고향 언덕배기

척박한 땅 자리하고 피는 들 찔레

그 하얀 가슴에 첫사랑이 보이는 오월입니다

 

청보리가 낮달을 품어 배를 불리고

청명한 바람이 강산에 고루 퍼지면

꽃 진액 달고 끈끈하게 피는 늦깎이 철쭉

 

입하 지나 해는 길어지고

먼 산 뻐꾸기 울음이

애잔한 마음에 물결을 씌우는 한나절

 

어느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못하는 외로운 시간

잔인한 사월의 아픔을 밀어내고

풋풋한 웃음을 피워내는 오월,

 

그 풋풋한 웃음을 섞어 차지게

먹이고 먹어야 하는 환희의 오월입니다.

 

 

 

♧ 오월 숲에서 - 김귀녀

 

꽃향기 가득한 오월엔

연둣빛 어우러진 숲으로 가자

우리 모두

푸른 빛 소리 들리는 숲으로 가자

 

봄여름 가을 겨울 무언의 몸짓으로

삶을 이야기 하는

오월 숲에서

우리 모두 화해하자

 

살랑 바람에도 수줍어 미끄럼 타는

나뭇잎들의 몸짓을 보며

우리의 마음도 푸르러지게

 

풀빛 가득한 오월 숲에서

꿈을 노래하고

웃음을 쏟아내자

침묵하며 그리움 사르는 오월 숲에서

   

 

♧ 오월 - 권도중

 

꽃 핀 사연마다 꿈속 같은 길을 갔다

바람 따라 갔고 싫다고 밑에 내려앉고

봄비에 지난밤이 젖어

꽃비, 꽃비, 다,

졌다

 

새순 파랗게 경쟁하는 가지마다에

꽃 진 자리에 일상으로 빠르게 와서

아픔도

더 이상 없다고

결심 속이 푸르다

 

 

♧ 오월 어느 날 - 목필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꽃 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 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자

햇살처럼 눈부신 날이다 

 

 

♧ 오월 애(愛) - (宵火)고은영

 

오, 그대 왔는가

불투명한 미래의 일기 속에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오월을 뒹굴 것인가

늙어지는 육신의 이면에 명쾌한 영혼으로

오월의 잎새처럼 마냥 푸를 것인가

창가엔 햇살이 환하다

나의 슬픔도 더러는 수수꽃다리 향 가득

엷은 노래로 희석되는가

찰랑대는 행복과 사랑의 이중주

초록으로 여울지는 음영들이 빛살에 살랑거린다

 

바람 부는가

오월 바람 일면 온통 푸른 향기들

견딜 수 없는 저 찬연한 푸르름

모로 누운 내 암울한 귓가에

숨죽여 달려드는 오월의 웃음소리

   

 

♧ 오월의 편지 - 김윤진

 

오며 가며 유독 우편함에

눈이 가는 날입니다

언젠가 어느 때였던가

길게 접어 쓴 편지에는

온 마음 담겨있었는데

그리워라 찬란했던 시절

다시 찾아 온 오월입니다

 

생각하면 아름답기만 했던

여린 내 임의 사랑이여

멀리 어느 곳에서

이슬을, 꽃을, 하늘을 바라보며

옛 추억에 잠겨있을까

동화 같은 내 사랑

잠시라도 느끼고 싶어

오월 하늘에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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