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찔레꽃 벌써 피어

김창집 2015. 5. 9. 22:30

 

집 가까이에 조그만 가시덤불 있어

그곳에 하얗게 찔레꽃이 피었다.

 

하긴 입하가 지난 지

사나흘이 지났으니

찔레꽃만이 아니라

온갖 여름 꽃이 다 피어난다.

 

지구 온난화로 아열대로 변해

봄가을은 짧고

여름겨울은 길다는데

꼭 그대로 되는 것 같다.

 

식물들이 계절에 순응해 꽃을 피우듯이

우리도 자연에 순응한다면

큰 해는 없을 것이다.

 

 

♧ 찔레꽃 2 - 권도중

 

꽃잎 따 손에 쥐고

돌아보던 자갈길

 

붉은 순 꺾어 먹고 배고프던 아이야

 

주고픈 선물이 있다

마음속에

남았는

 

흰 저고리 붉은 치마

별자락에 묻히며

 

갱변에 신발 들고 하얗게 서서 있던

 

그 꽃잎 꽃잎 사이로

가시처럼

갔던가

 

볼 수 없이 살아도

보지 않고 살아도

 

사는 게 절절하여도 피어 찔레꽃

 

하늘 끝 세월 속으로

묻어두고

피는 꽃

   

 

♧ 찔레꽃 연가 - 심의표

 

짙푸른 송림 사이 달리는 화심

게으른 뻐꾸기 울어 시샘해도

 

수줍은 듯 뽀얀 얼굴

내 고향 뒷동산 한 자락 깔고 누워

낮 익은 길손 마음 설레게 한다.

 

활짝 핀 그리움 하나

연녹색 풀섶에 살며시 묻고 서서

뿌옇게 떠오르는 달빛 맞으며

 

정든 임 기다리는 열아홉 순정

순애보 같은 사랑을 안고

꽃향기 풀어 순수의 눈빛 열어간다.  

 

 

♧ 찔레꽃 사랑 - 양전형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풀과 나무는 물론 세상 무엇이든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으면

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마음 넘치고 넘쳐 마침내

찢어진 가슴 열며 상처투성이 꽃

왈칵왈칵 구구절절이 피워내는 것

그리고 아품이 큰 꽃일수록

고웁고 향기 더 나는 것

 

사랑은 아프게 해야 한다

꽃이 아프게 피어나듯

가슴이 찢기도록 해야 한다

상처는 정녕코 아름다운 것이므로

 

아, 저 하늬 길목 갯도랑 찔레꽃

한겨울을 얼마나 아파했을까

온몸 가시에 뚫리는 고통 견디며

누굴 저리 활활 사랑했을까

 

 

♧ 찔레꽃 - (宵火)고은영

 

보아주는 이 없는

깊은 산,

그래서

물빛 서러움일레라

 

하이얀 미소

순결의 서약으로 떠도는

슬픈 입맞춤

외로운 몸짓일레라

 

우수수

소리도 없이 떨어지는

깊은 언어의 침묵

아, 고독한 사랑일레라

 

천년을 기다려도

만날 수 없는 임을 그리다

이는 바람에 포물선 그리는

너의 하얀 비망록  

 

 

♧ 찔레꽃 향기에 쌓인 그리움 - 하영순

 

찔레꽃 향기에 쌓인 그리움

 

모퉁이 돌아돌아

산길 어귀

찔레꽃 향기 초여름 햇살 젖어든 오월

 

세상에 태어나서

탯줄 떨어진 자리

채 마르기도 전에

 

하얀 꽃가마 타고 가신 님

그때는

서러움도 그리움도 미처 몰랐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찔레꽃 향기 가슴을 적시면

 

심장에서 치미는 그리움

목젖을 막아도

그립다. 말 못하고

찔레순 꺾어 씹어 삼키며 참아온 세월

 

서산에 산 까치 지저귀는데

찔레꽃향기 고개를 넘어

아카시아 꽃잎으로 피리를 봅니다

 

그리워 그리워서

피리를 붑니다

 

찔레꽃 하얀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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