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권경업 오월 시편과 실거리나무 꽃

김창집 2015. 5. 11. 08:55

 

어제는 손목 다친 후 일주일만에

오래 걷기에 도전했다.

대신 깁스한 팔은 매달지 않고

자유로 둘 만큼 되었다고 생각해서

남의 눈도 있고 그냥 걸었다.

 

그간 오래 참가하지 못한 오름에 올라볼까도 했으나

참가자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제주어보존회 회원들과 얼려

비교적 쉬운 오라올레를 걸었다.

 

마침 방선문 축제 기간이라

가끔 만나는

지인들에게서 빨리 나으라는 인사도 받고

현장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운동량도 확보하고

올 때는 혼자 내려오며 사진도 많이 찍었다.

 

모처럼 남에게 드러나게 아파서

건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따습다.

 

실거리나무는 콩과의 덩굴성 낙엽 관목으로

줄기에 가시가 있으며, 잎은 어긋나고 겹잎이다.

6월에 노란 꽃이 총상(總狀)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긴 타원형으로 가을에 익는다.

씨로 염주를 만들고, 가시 담을 쌓는다.

 

 

♧ 오월 아침

 

햇살이 막 동족 능선에 올라

밤새 젖은 숲머리

얼근 빗질을 해댈 때

짝짓기 늦잠에 놀란

찌르레기 한 쌍이

푸른 행복을 꿈꾸던

오월 위로 자지러든다

   

 

♧ 오월 산자락

 

멀리서도

층층나무 꽃내음과

노랗게 들리는 방울새 소리

다가앉으면 아늑한

아! 연둣빛 연분홍 그리움의

한 폭 수채화 같은 이여

 

오늘은 그 산자락에 안기고 싶다

   

 

♧ 오월·2

 

등나무

꽃등불

푸르게 밝힌

오월의 뒤란

 

온종일

분분한 연둣빛

토악질 해대는  

 

 

♧ 오월

   -취밭목

 

젠장맞을,

꽃이란 꽃 다 지고

솔꽃내음마저 노오랗게 져

쉬엄 쉬엄, 조개골 건너오는

뻐꾸기 울음

 

어른어른,

산자락 몸살을 앓아

왜 이리 가슴 답답한

그리움만 차노

 

 

---

*조개골ㅡ지리산 대원사 유평계곡 상부, 중봉과 써레봉에서 흘러내리는 주 골짜기

*취밭목ㅡ써레봉의 지능, 무제치기 폭포 위에 있으며 작은 유인산장이 있다.

  

 

♧ 오월 산정(山頂)

 

정 많아 늘 서러워

어두운 곳으로만 흐르던

내 어머니 눈물의 강

오월 미리내

별빛 담뿍 스쳐가는 곳

 

개구쟁이 별똥별들이

쪼르르 건너편 강기슭으로

메기잡이 붉밝이를 가면

개밥별, 싸릿덤블 여린 잎 이슬로 내려

이슥토록 어머니처럼 기다리는 곳

 

---

*붉밝이: 횃불을 밝혀 밤 냇가에서 고기를 잡는 놀이

*개밥별: 초저녁 뜨는 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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