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묻고 싶다 - 김광렬
- 베트남 하노이 거리에서
아직은 사람이 살아 있는 베트남
까만 눈동자에 내려와 앉은 순박한 하늘
그곳에 머물다 가는 흰 구름 한 자락
그것이 부러운 나는
이미 오래전 자본에 마취된
머나먼 한국에서 온 사람
묻고 싶다, 사람이 망가져도
광휘로운 경제대국을 꿈꾸는지
♧ 전후(前後) - 김경훈
베트남에서는
전쟁 후
정의가 승리했고
인간애가 넘쳐났다
그리하여
해방과 통일
한국에서는
내전 후
불의가 가중됐고
탐욕만 넘쳐났다
그러므로
종속과 분단
♧ 어머니를 만났을까 - 문충성
일당(日當) 형님 93세로 별세하셨다
2014년 12월 15일 새벽
평생 어머니 일엽(一葉) 찾아
일본과 한국 방방곡곡
떠돌았느니 저승에서
마침내
어머니를 만났을까
♧ 꿩사냥 - 김수열
1.
무자년 겨울 신효리에 김 아무개라는 자가 있었는데, 머리도 좋고 힘도 세서 호락호락 당할 인물이 아니었다. 어느 날 지서 순경이 와서 형님 꿩사냥이나 갑주, 하길래 좋다, 글라. 해서 따라 갔는데 결국 순경이 쏜 총에 그가 죽었다. 자신이 꿩이었다는 걸 왜 몰랐을까?
2.
아버지가 그렇게 죽고 두어 달 후 쓰리쿼터 탄 순경이 집 앞에 완 어머니를 찾습디다. 어머니는 흰 무명 치마저고리로 갈아입고는 나, 돈 벌레 일본 감시메 널랑 이제부터는 큰아방네 집에 강 살라, 는 말만 남기고 쓰리쿼터 타고 떠나신디 그게 마지막입주. 나중에 어른들안테 들어신디 어머니가 산사람 등쌀에 보리쌀 두 말 준 게 죄가 되연 총살 당했덴마씀.
♧ 조장(鳥葬) - 나기철
집에서 내려가는 길가
강아지 하나
치여 산산조각이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가
강아지 옆
까마귀 너댓
맴돌고 있다
♧ 그리움 - 김문택
영영 잊혀지지 않는 이름 있었어라
새소리 들려올 적마다
그대 올세라
꽃잎에 젖는 그리움은
아직도 수줍던 시절
영영 지워지지 않는 모습 있었어라
제비 날아 올 적마다
그대 올세라
촉촉이 젖는 마음은
못 다한 애처로운 사랑
♧ 압화 - 김영미
섬뜩하게 잘려나간 물관 속으로
나를 밀어 넣고 싶다
그리하여 나는 너
그러니까 꽃이 되고 싶다
그대 앞에서
한 번 더 피고 질 수 있는
꽃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락시락 문학콘서트 (0) | 2015.05.24 |
---|---|
애월문학 6호의 시와 등나무 꽃 (0) | 2015.05.22 |
스승의 날 섬초롱꽃 피었네 (0) | 2015.05.15 |
안상근 시집 ‘그날, 오늘 같은 날’ (0) | 2015.05.08 |
우리詩 5월호와 백작약 (0) | 2015.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