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주작가 봄호의 시와 등심붓꽃

김창집 2015. 5. 21. 13:44

 

♧ 묻고 싶다 - 김광렬

   - 베트남 하노이 거리에서

 

아직은 사람이 살아 있는 베트남

까만 눈동자에 내려와 앉은 순박한 하늘

그곳에 머물다 가는 흰 구름 한 자락

그것이 부러운 나는

이미 오래전 자본에 마취된

머나먼 한국에서 온 사람

묻고 싶다, 사람이 망가져도

광휘로운 경제대국을 꿈꾸는지

   

 

♧ 전후(前後) - 김경훈

 

베트남에서는

전쟁 후

정의가 승리했고

인간애가 넘쳐났다

그리하여

해방과 통일

 

한국에서는

내전 후

불의가 가중됐고

탐욕만 넘쳐났다

그러므로

종속과 분단

   

 

♧ 어머니를 만났을까 - 문충성

 

일당(日當) 형님 93세로 별세하셨다

2014년 12월 15일 새벽

평생 어머니 일엽(一葉) 찾아

일본과 한국 방방곡곡

떠돌았느니 저승에서

마침내

어머니를 만났을까

 

 

♧ 꿩사냥 - 김수열

 

1.

  무자년 겨울 신효리에 김 아무개라는 자가 있었는데, 머리도 좋고 힘도 세서 호락호락 당할 인물이 아니었다. 어느 날 지서 순경이 와서 형님 꿩사냥이나 갑주, 하길래 좋다, 글라. 해서 따라 갔는데 결국 순경이 쏜 총에 그가 죽었다. 자신이 꿩이었다는 걸 왜 몰랐을까?

 

2.

  아버지가 그렇게 죽고 두어 달 후 쓰리쿼터 탄 순경이 집 앞에 완 어머니를 찾습디다. 어머니는 흰 무명 치마저고리로 갈아입고는 나, 돈 벌레 일본 감시메 널랑 이제부터는 큰아방네 집에 강 살라, 는 말만 남기고 쓰리쿼터 타고 떠나신디 그게 마지막입주. 나중에 어른들안테 들어신디 어머니가 산사람 등쌀에 보리쌀 두 말 준 게 죄가 되연 총살 당했덴마씀.

   

 

♧ 조장(鳥葬) - 나기철

 

집에서 내려가는 길가

강아지 하나

치여 산산조각이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가

강아지 옆

까마귀 너댓

맴돌고 있다

   

 

♧ 그리움 - 김문택

 

영영 잊혀지지 않는 이름 있었어라

새소리 들려올 적마다

그대 올세라

꽃잎에 젖는 그리움은

아직도 수줍던 시절

영영 지워지지 않는 모습 있었어라

제비 날아 올 적마다

그대 올세라

촉촉이 젖는 마음은

못 다한 애처로운 사랑

 

 

♧ 압화 - 김영미

 

섬뜩하게 잘려나간 물관 속으로

나를 밀어 넣고 싶다

 

그리하여 나는 너

그러니까 꽃이 되고 싶다

 

그대 앞에서

한 번 더 피고 질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