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속 7월이다.
잠시 구름이 걷힌 틈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
바다로 산으로
나의 일상 속 스케줄은
푸르고 또 푸르리라.
너무 빨리 와버린
계절을 탓하지 말고
부지런히 살아보게나.
♧ 7월의 시 - 최홍윤
세상이 꽉 찬 7월에는
소낙비에 젖어 낯익은 돌부리를 걷어차며
성 하의 길, 아늑한 곳으로 가고 싶다
가는 길에
치자 꽃이 피고
내 손끝에 꽃잎 물들이며
바닷가로 가고 싶다.
포구에는
하늘의 너비를 재는 재갈매기 아우성일 데고
신작로에 삐죽삐죽 머리들고
성 하의 계절 맞은 잡초들과 동무하며
물오징어 내 걸고
파리채 토닥이는
할머니의 안부를 묻고
어느 한 시절에 비해
잔뜩 게을러진 내 삶을 되돌아보고 나서는
땡볕에 아스팔트를 가르는
기름진 왕바랭이처럼
윤기 나게 7월 한 달을
살아볼 일이다.
♧ 쪽빛 7월 - 박종영
7월은,
남풍으로 다듬어진 무논 두렁마다
가는허리 풀꽃들이
티없는 웃음으로 흔들리고
어느 날,
옥색 치마 팔랑 이며 이별을 손 흔들던 그대,
고운 뒤태 골몰하다
밝은 웃음 넌실대는 흥겨운 시간
화끈거리는 가슴 달래려
헛헛한 마음 감추면,
저절로 일어서는 기쁜 웃음소리
강 건너 민들레 꽃 가슴,
슬쩍 만지며 달아나고
어느새
누구의 가슴마다 풋풋하게
열리는 쪽빛 7월.
♧ 7월의 詩 - 임영준
아직은 약간 설익었으니
과하게 누리려 하지 마라
바람의 유혹만으로도
세상을 다 품겠다
무성한 초록의 영지는
노래가 끊이지 않고
호젓한 몸짓만으로도
영감을 투영하지 않는가
잠시라도 손 놓고 있으면
다그치고 지지고 볶아
초라한 냇둑이라도
못다 한 청춘을 우려내겠다
이제 도도한 계곡이 되자
숨 가쁜 바다가 되자
이 여름에 녹아들어
응감의 신전에 들자
음울한 세포 하나라도
용납하지 않는 너울을 타고
지저귀는 날들이리라
맥을 잇는 진한 열정이리라
♧ 7월에게 - (宵火) 고은영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
♧ 7월이 그리는 수채화 - 권오범
예정된 보폭으로 건너야 할 성하의 강
소서 초복 대서 중복
초목들 이파리만 도톰하게 덧칠하다보니
일렁이는 푸른 파도가 어쩐지 단조롭던 차
반질반질한 배롱나무 허구리
간지라기 바람이 때맞춰 집적거려
우듬지마다 토해버린 오르가슴으로
그런대로 구도가 잡힌 화판 아랫도리
삶이 송두리째 척척하도록
눈치코치없이 지짐거릴 장맛비도
무참히 주리 틀어 쥐어짤 열대야도
저 백일기도는 막지 못하리라
허술한 땀등거리에
성긴 햇살 꽂히는 공원벤치
심중에 펼쳐놓은 이젤 위로
붉은 물감이 함초롬히 번지고 있다
♧ 7월 -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 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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