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7월을 맞는 능소화

김창집 2015. 7. 1. 04:23

 

장마 속 7월이다.

잠시 구름이 걷힌 틈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

 

바다로 산으로

나의 일상 속 스케줄은

푸르고 또 푸르리라.

 

너무 빨리 와버린

계절을 탓하지 말고

부지런히 살아보게나.

   

 

♧ 7월의 시 - 최홍윤

 

세상이 꽉 찬 7월에는

소낙비에 젖어 낯익은 돌부리를 걷어차며

성 하의 길, 아늑한 곳으로 가고 싶다

가는 길에

치자 꽃이 피고

내 손끝에 꽃잎 물들이며

바닷가로 가고 싶다.

포구에는

하늘의 너비를 재는 재갈매기 아우성일 데고

신작로에 삐죽삐죽 머리들고

성 하의 계절 맞은 잡초들과 동무하며

물오징어 내 걸고

파리채 토닥이는

할머니의 안부를 묻고

어느 한 시절에 비해

잔뜩 게을러진 내 삶을 되돌아보고 나서는

땡볕에 아스팔트를 가르는

기름진 왕바랭이처럼

윤기 나게 7월 한 달을

살아볼 일이다.

   

 

♧ 쪽빛 7월 - 박종영

 

7월은,

남풍으로 다듬어진 무논 두렁마다

가는허리 풀꽃들이

티없는 웃음으로 흔들리고

 

어느 날,

옥색 치마 팔랑 이며 이별을 손 흔들던 그대,

고운 뒤태 골몰하다

밝은 웃음 넌실대는 흥겨운 시간

 

화끈거리는 가슴 달래려

헛헛한 마음 감추면,

저절로 일어서는 기쁜 웃음소리

강 건너 민들레 꽃 가슴,

슬쩍 만지며 달아나고

 

어느새

누구의 가슴마다 풋풋하게

열리는 쪽빛 7월.

 

 

♧ 7월의 詩 - 임영준

 

아직은 약간 설익었으니

과하게 누리려 하지 마라

바람의 유혹만으로도

세상을 다 품겠다

 

무성한 초록의 영지는

노래가 끊이지 않고

호젓한 몸짓만으로도

영감을 투영하지 않는가

 

잠시라도 손 놓고 있으면

다그치고 지지고 볶아

초라한 냇둑이라도

못다 한 청춘을 우려내겠다

 

이제 도도한 계곡이 되자

숨 가쁜 바다가 되자

이 여름에 녹아들어

응감의 신전에 들자

 

음울한 세포 하나라도

용납하지 않는 너울을 타고

지저귀는 날들이리라

맥을 잇는 진한 열정이리라

 

 

♧ 7월에게 - (宵火) 고은영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

 

 

♧ 7월이 그리는 수채화 - 권오범

 

예정된 보폭으로 건너야 할 성하의 강

소서 초복 대서 중복

초목들 이파리만 도톰하게 덧칠하다보니

일렁이는 푸른 파도가 어쩐지 단조롭던 차

 

반질반질한 배롱나무 허구리

간지라기 바람이 때맞춰 집적거려

우듬지마다 토해버린 오르가슴으로

그런대로 구도가 잡힌 화판 아랫도리

 

삶이 송두리째 척척하도록

눈치코치없이 지짐거릴 장맛비도

무참히 주리 틀어 쥐어짤 열대야도

저 백일기도는 막지 못하리라

 

허술한 땀등거리에

성긴 햇살 꽂히는 공원벤치

심중에 펼쳐놓은 이젤 위로

붉은 물감이 함초롬히 번지고 있다

 

 

♧ 7월 -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 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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