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장마와 꼬리풀 꽃

김창집 2015. 7. 8. 10:27

 

새벽까지 끈질기게 오던 비가 멈추고

일기예보를 보니

장마가 중부지방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리 멀지 않은 조선시대만 해도 제주에 자주 가뭄이 들어

위무어사가 왔던 기록이 조선실록에 많이 남아 있는데,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비가 가장 많은 곳이 되었다.

 

그렇게 비가 남쪽에 집중되다 보니

중부지방은 상대적으로 비가 적어져

물 부족으로 자주 시달린다.

 

이렇듯 자연을 거슬리면

그 재앙이 인간에게 돌아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세계가 움직이려 하나, 그 중 영향력 있는 나라에서

국익을 우선하여 잘 지키려 하지 않는다.

 

근래들어 큰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에서는

별 희안하고 커다란 재앙이 잦다.

엊그제 러시아에서도 여름에 눈이 내려

세상 별 일이 다 있다고 토픽감이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세상사람 모두가 지구가 평안해지기 위해

힘을 모아 온실가스 줄이기 등에 노력해야 한다.

   

 

♧ 장마 - 김길자

 

구름 하나가 중천에서

헛구역질 몇 번 하더니

이내 울컥울컥

쏟아 붓는다

 

나뭇잎들이 목 놓아 울어

개울마다 눈물이 넘치고

호우에 상처 난 대지의 신음소리

초록의 몸부림이다

 

장마 그 끝에서

막중한 책임을 놓칠 수 없어

땀과 눈물의 시간을 딛고

개망초 떼 지어 꽃을 핀다.  

 

 

♧ 장마 - 강희창

 

바깥은 온통 빗금 투성이다.

뜨거운 욕망을 숨긴 울매미처럼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은신처로 빨려 들어갔다

전선은 종잡을 수 없이 이동 중

막하 섣부른 선택은 금물임

비는 앙갚음이라도 하듯

본디 욕심 이상 쏟아 부었다

반발하는 우울 두 분자, 분노 한 방울

낮은 곳을 찾아 어디든 강림하사

쓸어가야 할 것은 모두 쓸어 가야지

터전을 잃고 쓰린 가슴속까지도

비는 이미 분별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시계추는 물을 먹은 듯 무거웁다

나름의 기대치는 승산이 없지

갈증은 습습한 틈바구니에 웅크린

독버섯처럼 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모든 인내는 전선 뒷전에서 종종 걸음 중

은신처에 탕난 욕망들은

쨍하는 햇살이 장막을 가르자

원래 모습으로 단숨에 복귀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과장은 심해지고

아무리 잃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아무도 못 넘볼 배짱 한 움큼이라도,

하지만 벌써 모두 잊기 시작한다

 

 

♧ 장마 - 이희숙

 

오신다는 기별은 진작 받았지만

멀리 떠난 그대가

하마 올까 하여

마중할 채비를 서두르지 않았는데

약속을 목숨처럼 귀히 여기는 그대는

걸음걸음 소문내고 오십니다그려

그대 먼 길 돌아오는 동안

사정이 생겨

오지 못한다 해도

미워하거나 토라질 내가 아닌데

어쩌자고 그대는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려와

나를 울리는지 모르겠습니다그려

아아!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랑이라서

그대의 가슴팍에 안겨 지낸 며칠은

철없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대의 카리스마에 주눅이 든 내 사랑은

힘없이 꼬리를 감추고

서둘러 그대는 떠났습니다

이제 어디에도 그대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대가 남기고 간 상처만 어지럽게 뒹굴 뿐.

 

 

♧ 장마 - 오보영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어떠한 모습도

 

떠올리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바로 너처럼

 

그저 줄줄

 

흘러내리고만 싶다

 

다 지워버리고

다 씻어버리고

 

오직

하늘 위를

훌훌

 

나부끼고만 싶다

   

 

♧ 장마 - 권순자

 

장맛비에 꽃길이 묻히네요

오래도록 서러운 꽃물이 번지네요

뭉쳐 가슴 속 깊이 박혔던 그리움들

빗줄기로 갈라져 마구 쏟아지네요 쓸쓸한 빗소리

꽃잎은 빗물에 둥둥 떠내려가며 눈물 삼키고 있네요

세상의 모든 상처들은 다 비명들처럼 끓어오르고

캄캄한 울음들은 빗금들을 쳐가며 일렁이는

무늬들만 자꾸만 더 새겨놓네요

 

투명한 내장처럼 당신의 얼굴이 또 포개지네요

어쩌죠 당신을 향한 뿌리가 아직도 저토록 자라나고 있으니

길거리에서도 저 토록이나 당당하게 출렁대오고 있으니

장맛비에도 아랑곳 않고 저토록 뜨겁게 자라나고 있으니

당신의 선홍색 목소리도 둥둥 떠내려오고 있으니

붉은 촉수로 젖어 온통 산지사방으로 다 흘러내리고 있으니

 

구름이 수면 아래에도 둥둥 떠내려오고 있네요

얼굴이 온통 퉁퉁 부어올라 그리움마저도 퉁퉁 다 부어올라요

물컹물컹한 이 그리움들만 점점 더 불어나네요

그리움이 다 터져버리면 이토록 비만 내내 내리게 되는 걸까요

초라하고 측은한 낮달은 저 하늘의 또 그 어디엔가 숨어 있다는 걸까요

 

창백한 회색의 저 허공 위에서 저 혼자만이 오로지 안 젖어들고 있다는 걸까요

   

 

♧ 7월의 장마 - 나명욱

 

장마라고 말한 지가

벌써 한 달은 되는 것도 같은데

비는 오다 말다

철부지처럼 천연스럽기만 하다

흐렸다 맑았다

축축하게 몸과 마음만 적시며

그래 세상살이

더도 말고 딱 이만큼만

모자라도 귀신마저 업신여긴다니

누구도 고개 돌리지 않도록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와 위치에서

지나치면 뭐든 산사태 물사태

사랑사태 이별사태 7월 거센 장마처럼

폭우로 쏟아지려니

과거는 흘러가고 미래만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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