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지천명과 건강

김창집 2015. 7. 9. 09:02

 

지천명과 건강

    --50세를 맞는 제자들에게

 

♧ 지천명(知天命)을 맞으며

 

  여드름이 덕지적지 얼굴을 수놓던 고민 많던 고교생들이 이제 한 세대를 훌쩍 뛰어넘어 어느덧 중년을 맞게 되었다. 그 30년을 돌아보면 고난과 고통의 세월이었겠지만 나름 생각해보면, 이 시기가 인생의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자신감은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 강한 추진력으로 오늘의 자리에 이르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입지를 생각해야 할 지천명(知天命)의 시기다.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공자(孔子)는 ‘쉰 살에 천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하였는데, ‘천명(天命)’은 ‘주어진 운명, 주어진 수명, 그리고 하늘의 명령’을 뜻한다. 인생을 살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고,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자리매김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겠다.

 

 

♧ 중재자 또는 매개자로서의 역할

 

  이제는 수명이 길어져 보통 사람의 일생을 90세로 삼는 시대가 다가왔다. 그러기에 나이로 보나 위치로 보아 50세는 중간의 나이에 포함된다. 불행하게도 이미 부모님이나 양가 부모 중 한 분을 여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정정해 계셔서 위로는 부모님을 오랫동안 봉양해야 하고, 아래로는 자식들이 직장에 들어갈 때까지 돌보아야 하는 의무를 지닌 어깨가 무거운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직장에서는 상관 자리나 중재자의 위치에 놓여 있어, 위 경영자와 아래 직원들을 다독이며 집단이 원만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해야 하고, 공동체 사회에서 사람 구실을 하려면 지연(地緣), 혈연(血緣), 학연(學緣) 등 여러 가지 모임에 뛰어들어 중요한 자리를 맡음으로써 단체가 잘 굴러갈 수 있게 하는 역할도 여러분들의 몫이다. 거기서 시간을 내어 불우한 이웃도 살피고, 사회가 밝아질 수 있도록 조금의 관심을 기울이길 권한다면 너무 욕심일까?

 

 

♧ 건강도 챙기고 겸손도 잊지 말길

 

  여러분들은 이제 젊은이가 아니라 중년이다. 건강에 자신 있다고 자신을 돌보지 않고 무리하다가 40대에 갑자기 쓰러진 친구들을 종종 보아오지 않았는가. 건강만이 나를 마지막까지 지켜줄 수 있다는 자산임을 믿고, 자신에 맞는 운동 종목을 골라 취미삼아 하루 1시간씩만 투자하자.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다.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가까운 친구와 술 한 잔을 하든지, 가족과 같이 나누어 과감히 털어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배우자와 자식들을 거느리는 가장의 신분임을 잊지 말고, 언제나 책임감을 갖고 차분히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새기면서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겸손을 잃지 말아야 한다. 돈이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거나 함부로 굴다가는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이제 자신이 어려웠을 때를 생각하여 이웃과 함께 나누며 덕(德)을 쌓아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 이글은 내가 재직했던 고등학교 제자들이 졸업 30주년을 맞아 '사은의 밤'을 개최하면서, 자료집을 만든다고 청탁한 원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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