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 탐라순력도’를 찍으러
한경면 조수리에 다녀왔다.
4.3사건을 겪으면서
마을의 소중한 자료들이 사라졌다고
청년들이 마을 역사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마을.
잘 가꾸어 놓은 돗곳물이 아름답고
상엿집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마을,
직접 수확한 참깨로 고소한 참기름을 짜고
추억의 개역(미숫가루)을 만들어주는 곳,
직접 수확한 좁쌀과 보리쌀, 기장쌀, 메밀 등 곡식과
브로콜리, 콜라비 같은 채소, 한라봉, 천혜향 같은 싱싱한 농산물을
‘농부의 아침’에서 무인판매를 실시하여 그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마을,
그리고
폐교된 조수국민학교를 터를 이용, 영화관을 만들어
많은 관객을 모으려는 새로운 문화 산업을 꿈꾸는 마을,
그 마을에 이렇게 해바라기가 피어있었다.
♧ 해바라기 1 - 槿岩 유응교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산다는 것은
아름답다.
누군가를 바라보며
산다는 것은
더욱 아름답다.
해가 그리워
해를 바라보며
마침내 해를 닮아버린
너 해바라기
너는 첫사랑의 아픔으로
너는 짝사랑의 포로가 되어
무덥고 긴 여름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거운 얼굴로
울타리 가에 발 돋음하고 서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산다는 것은
괴로움이다.
누군가를 바라보며
산다는 것은
더욱 큰 괴로움이다.
그나마
모진 비바람에
네가 쓰러져 있는걸 보니….
♧ 해바라기 - 이진선
비늘구름 사이, 선명한 파란 하늘
천상의 세계
시들지 않는 영혼
그 빛줄기 따라
마음 움직이는 소리
밀물처럼 밀려드는 그리움
태양 열기 끌어당기며,
밤이면, 별들이 속삭이다 떨어뜨린
은빛 언어 받아먹고
먼 길 돌아온 바람, 가슴 후비면
보이지 않는 두레박 타듯
남들보다 높이, 더 높이 오른다
막혀버린 담장 끝
차오르는 열정
내 그림자 한 번 돌아보지 못하였다
만남의 순간 다가왔을 무렵
차마, 얼굴 보지 못하고
고개 숙이고 말았다
까맣게 타들어 가는 가슴속
그래도, 기다림이 있어
환하게 웃고 서 있다
행복한 기다림.
♧ 해바라기 - 최일화
저 멀리 꽃 같은 시절에
호롱불 앞에서 썼다가는 지우고 다시 썼다가는 지우던
그 첫사랑 애틋한 마음과 같이
네게로 네게로만 달려가
황홀히 꽃 한 송이 피워내고야 말 이 애달고도 간절한 비원은
나를 위해 예비한 조물주의 귀한 선물이거니
아! 다정한 동무여
끝내 염원은 염천 하늘에 뜨겁게 달아 피다가
어느 가을날 서느러니 부는 바람에
빈 들녘 홀로 서서 삭풍에 흔들리며 우는 날 온다손 치더라도
오늘은 내 목숨 뙤약볕 열기 속 뜨겁기만 하나니
내 마음 이제 나도 어쩌지 못하니라
저 빛나는 태양 아래 만물 너울너울 생명의 찬가 다투어 부르듯이
다만 너를 향해 커다란 꽃등인양 나의 마음 받쳐 들고
긴 여름 뜨거운 들녘 온종일 나는 이렇듯 정념에 불타 있노라
♧ 해바라기의 변명 - 김형출
시방 나는 미친 태양이다
황금빛이 유난히 예리하게 보이는 것은
태양을 사모하기 때문이다
시원한 땡볕이 그립다
팔월의 아침은 강인하다
사막에 뿌리 내린 선인장처럼
보도블록 틈새에서 탈골된 생명처럼
태양은 황금빛 꽃을 피운다
변절된 배반은 해바라기라는 이름일 뿐
강인함은 못되리라
녹색의 정원에 태양이 눈부시다
황금빛으로 세공한 고호의 해바라기가
벽에 붙어 우리 가족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
아들 비장에도 해바라기의 꽃씨가 피어나고
이글거리는 태양빛으로 또 다시 황금빛을 심어다오
파란 하늘 사이로 노을이 보이거든
우리는 땡볕 한 줌 호주머니에 넣고서
해바라기가 피어있는 잉카제국으로 달려가리라
너의 확장된 기다림을 위하여
♧ 해바라기 - 草里 유소례
당신을 해바라기라 부르고 싶습니다
햇살이 박히도록
시계 바늘 굴리는 것은 배신을 모르는
당신만의 몸짓입니다
긴 척추가 범 같은 폭풍에 차라리
명을 버릴지라도 휘지 않는 의미는
당신의 지고한 자존심입니다
다소곳이 아미를 낮게 하고
햇빛을 좇아 가슴을 익히는 의미는
눈물보다 진한 미소를 바람입니다
노을 불타는 가을, 둥근 얼굴에
촘촘한 씨앗이 별이 되어
어둠을 밝혀줄 의미는 당신의 꿈이기 때문입니다.
♧ 해바라기 1 - 이제민
내 마음 전할 수 있다면
담장 너머로 바라만 보는
해바라기가 되어도 좋다.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며
활짝 웃을 수 있고
먹구름이 몰려오면
고개를 떨어뜨리는
그런 모습으로 살고 싶다.
언덕 위로 부는 실바람에
설레임 간직하며
멀리 떨어진 그곳까지
잠시라도 내 존재를 알리고 싶다.
난 아직도 너의 빈자리를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는
그런 해바라기로 남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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