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숲길을 걷고 싶다

김창집 2015. 7. 13. 08:49

 

연일 오락가락하던 비바람도 그치고

옆 건물 위로 찬란한 태양이 비친다.

 

2~3일을 방안에서 갇혀 지내신 분은

이번 태풍에 대해 실감이 안 나겠지만,

나처럼 토요일 낮까지 들판 올레길을 걷은 후,

집으로 돌아와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뚫고

모임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다시 비바람을 맞으며 돌아온 사람은

반쯤 실감할 수 있었을 터.

 

그 기록적 피해를 주었던 나리 태풍 때

승용차를 몰고 서귀포지역의 태풍을 돌아보고

막 지나가는 태풍을 뚫고 돌아와

차를 세우고 식사를 하다가

차를 물에 떠내려 보낸 경험을 가진 사람이어서 그런지

태풍에 면역이 되었다고나 할까

겁이 없어 탈이다.

 

아무튼 이번 바람에

모두 무사했길 바라며,

장마가 끝나면 걸을

시원한 한라산 둘레길 2코스로 안내해본다.

 

 

♧ 숲길 - 권경업

 

숲은, 제 몸 갈라 길을 냈습니다

 

시닥나무 물들메 까치박달

아기배나무 사이 실개천 지나

타박타박, 길짐승 산책하며

부엉이랑 올빼미 밤이면 깃 내립니다

 

가끔, 야산(野山) 비둘기 자고 가는 신갈 숲 속

장끼 까투리, 갈잎 덤불 긁어 모아 살림 내는 날

산(山)사람 몇 지나갔습니다

 

얼마 뒤, 그들 품에 열리는 오솔길 한 올

누군가가 열리는 그 오솔길로, 다시

조잘대며 지나갑니다

“들리니 들려

저 새소리 물소리하며

조릿대 헤집는 저 바람소리하며

어머나어머나 저기 장당골

함박꽃 향기 자옥한

아침이 밝아 오는 길”

스스로를 비위 낸 길

서로가 서로에게 길 되어

세상의 모든 길, 동무 되어 갑니다

 

 

♧ 숲길을 걷노라면 - 김윤진

 

한적한 숲길을 걷노라면

어딘가 에서

나무타는 향내와

짙어 가는 녹음에

푸근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고 싶어진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미풍은

옷깃을 날리게 하고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어루만지는 산들거림은

감감소식인 친구가

부르는 손짓 같았다

 

 

♧ 예감의 숲길 - 김후란

 

그늘 짙은

숲 속을 거닐면

군때 묻은 소리꾼의

깊은 소리맛처럼

그 고요 잦아든

세월의 숨결 느끼다

땀 젖은 그림자

동반하고

어제 온 길

내일 갈 길

자유로와라 무한히 높은

예감의 손길

 

 

 

♧ 숲길에서 - 예당 조선윤(藝堂 趙鮮允)

 

도란도란 속삭이는 계곡물

굽어 돌아서 수정같이 맑아라

울창한 계곡 따라 걷노라니

몸도 마음도 숲이 된다

푸른 녹음 초록 숲을 울리는

자연의 소리에 맑아지는 마음

한 생명의 근원이요

청정한 성품을 일으켜 세우는

지극한 아름다움은 지극한 진실이다

 

산빛 물빛 산문의 빚장 열고

투명한 빛을 맞아

내면속 샘솟는 희열의 원음으로

소유와 집착의 끈을 풀고

자유와 안락의 쉼을 얻는다.

   

 

♧ 제주 사려니 숲길을 걸으며 - 東山 박태강

 

아름드리나무 빽빽이 늘어선 한라산 중턱 숲길을

수많은 연인 부부 친구 가족들

발걸음 보면

삶이 건강으로 이어져 행복을 찾는 길

 

높은 산길 물소리 하나 없이

이따금 들려오는 까옥 까옥 까마귀 소리

무엇이 바쁜지

말없이

재촉하는 숲길

 

수백년 살면서 보는 나무

고작 백년을 못살고 가는 인생

너에게서 생명을 구하려

오늘도 많은 사람

바쁜 걸음 걷노라 !

 

너가슴에 안기면

기쁜 일이 생길것 같은 예감에

먼 길 와서

너품에 안겨

삶의 오르가즘을 느끼노라.

   

 

♧ 숲길을 간다 - 김덕성

 

하늘을 뒤덮는

병풍처럼 늘어진

더위가 들어서지 못하는 숲

 

신선함에 취해

별세상

꿈길을 걷는 듯 황홀하고

숲은 완벽한 고요

숨소리초차

들리지 않고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 주는

맑은 공기에

 

영혼이 정화되어

숲과 같이

사랑을 나누며 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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