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녕리 마을 촬영을 갔다가
찾았던 바다
예부터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내가 그 바다에 떠있는 저 돛단배인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갈 줄이야,
이제 8월 중순이 되면서
더위가 차차 세력을 잃어 갈 때서야 찾아내
해맑은 바다의 모습을 펼쳐본다.
♧ 여름바다 - 김덕성
팔월 초순
불가마 속 같은 찜통더위에 밀려
달려와 가슴을 헤치니
글쎄 느닷없이
하이얀 거품을 물고
사자처럼 달려와
반갑게 포옹하며 물세례를 주는 파도
숨을 돌리려하면
다시 밀려와 반복하는 바다
이제 몸 열기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여름바다가
이렇게 좋은 걸...
♧ 섬 하나 - 장수남
여름바다
불타는 금빛하늘
햇살가득 실은
유람선 한척
바다는 파도를 타고
오륙도
외로운 섬 하나
석양에 걸쳐
그리움 가슴 깊숙이
내려놓는다.
♧ 여름바다에서 - 임영준
솔직한 알몸이 아니라면
함부로 모래를 더듬지 마라
도발을 꿈꾸지 않는다면
섣불리 파도에 엉키지 마라
수평선에 걸린 노을이
별들을 깨울 때까지
누구든 가뿐히 떠날 수 없다
모자란 열정이 아쉽구나
유한한 삶이 우습구나
생생한 추억을 부르는
섬의 노래도
한평생 맴돌고 있을 것을
♧ 다도해의 여름바다 - 김남복
동그란 세상
뜨거운 열기 가득하더니
그리운 나의 섬들은 어디가고
나는
뚜껑 없는 가마솥에
깊숙하게도 빠져 있다
머리 위로 외로운 수증기 떠다니고
타고 남은 검불의 재는 갈매기 되어
이리로 저리로 헤매이며
숭어가 덥다며 튀어 올라도
나 역시 티끌
꿈틀꿈틀 배암이 춤추던 물결에
육정이 꿈틀거리더니
어느새,
누구인가 계속하여 불을 지피고
검불이 타는 소리와 외로움을 태우는 소리는
뜨거움 속에 녹아내린다
♧ 너 떠난 여름의 끝자락에서 - 김점희
더운 바람 꼬리 물고 다가온 서늘한 찬 공기는
너 돌아설 때 옷자락 스치던 그 바람인지라,
이 계절의 갈림길이 나는 싫다.
평생을 두고 속삭일 사랑, 소나기처럼 퍼붓고
숨소리조차 남김없이 훌쩍 떠나버린 너,
이렇게 황망히 떠나 버릴 것을,
눈치 없는 난, 영원한 사랑이라 믿으며
단꿈에 젖어 있었네.
구멍 뚫린 시린 마음 달랠 길 없어 다시 찾아간,
차가워 발 담그지 못하는 낯선 늦여름바다엔
아직도 식지 않은 모래알 사그락 거리는
넓은 백사장에서, 발자국 없는 발걸음으로
그렇게 자취 없이 잊고 싶다.
미처 썰물에 떠 내려 보내지 못한 사랑의 밀어들,
코스모스 꽃잎 떨굴 때 낱낱이 떨구리라.
♧ 여름바다에서 가을을 본다 - 김귀녀
피서객들이 술렁이던 여름
먼 바다 수평선에 떠있는 가을을 본다
가을은, 남실남실 물결 따라 온다
검푸른 파도를 타고 하얗게 밀려온다
모래밭에 심겨진 발자국들을 지워내며
지나간 날의 맑은 추억들이 수초를 타고온다
40년 전, 손등을 두들기며 모래성 쌓아올리던 푸른 기억
하얀 파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면
어쩔 줄 몰라 두 손 두 발로
동동거리던 어린 소녀가
지금은 중년이 되어
아침 이슬 그리운
가을로 간다.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석날에 빛나던 흰부용화 (0) | 2015.08.21 |
---|---|
늦더위와 누리장나무 꽃 (0) | 2015.08.20 |
다시 숲에 들어 (0) | 2015.08.17 |
금강아지풀에 대한 명상 (0) | 2015.08.16 |
광복 70주년과 무궁화 (0) | 2015.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