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하늘엔 흰구름 둥둥

김창집 2015. 8. 26. 12:07

 

태풍 고니가

비를 뿌리고 간 하늘엔

구름만 둥둥 떠가네.

 

8월도 끝으로 치닫는

제법 선선한 오후,

옥상 위에 올라

파란 하늘을 바라보다가

구름 빛이 너무 고와

몇 조각 걷었다.

 

 

♧ 흰구름 - 오세영

 

연못에 떠오르는

연꽃 하나.

연꽃 잎에 구르는

이슬 하나.

이슬 위를 스치는

바람 하나.

 

거울에 떠오르는

얼굴 하나.

그 뺨 위로 구르는

눈물 하나.

눈물 위를 스치는

한숨 하나.

 

어이할꺼나

빈 사립 해어름 꽃잎 지는데

빈 가슴 목마름 금이 가는데

 

바람인 듯, 한숨인 듯, 꽃 향기인 듯,

동구 밖 사라지는

옷자락 한끝.

여름 하늘 스러지는

흰구름 한끝.

 

 

 

♧ 구름 사원 - 강해림

 

  벌떼들 잉잉대는 지리산 노고단을 오른다 오르기에만 급급한 마음 두 어깨가 무거워 바라보는 화엄의 누각, 무엇을 얻고 잃은 것인지 저 속수무책의 마음 나란히 흐를 수 있다면, 빚진 몸 하나 뜯겨나가는 줄 모르는 뭉클한 세월 빈 그루터기에 앉아 내려놓는 헛된 휴식이여

 

  더러는 산허리쯤 걸려서 저 산 아래 소식도 끊고 새털 같은 마음도 끊어, 면벽불와 스승의 옷자락 같은 참회의 물계단 망연히 걸어가고픈 허한 속이여 저 홀로 속고 속아서 더 깊이 흐를 수 있다면

  나 들어가 살만하면 등 떠밀던, 저 무심(無心)의 엷은 무늬들 사는 빈집

 

 

♧ 저 흘러가는 구름 따라 - 松花 강봉환

 

발길 가는대로 잠시 머무르는 그곳이

내 마음속 깊이 흐르는 深淵심연의 바다인데

 

언제나 마음 응어리는 그곳에 울어 내리고

그저 흘러가는 구름 따라 가면 되리니

 

어느 순간 저 구름이 모이는 그때를 기다려

발길을 멈추고 그곳에 한없이 안주하리라

 

나그네 가는 길을 결코 누가 막을까 만은,

저 구름은 알고 있을까

내 마음엔 어느새 가슴 비 내리는데

 

솔솔한 바람마저 흘러가는 구름을 몰고 오듯

한없이 쏟아지는 과거로의 旅程여정을 뭉게이며,

나 여기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지는 구나

 

 

♧ 구름 속에 내가 떠 있다 - 김길남

 

구름 속에 내가 떠 있다

칼날처럼 깎인 성인봉 능선 상에

바람 소리 벗 삼아

살아가는 나무들은

모두가 낯 설은 표적뿐인데

 

우유 빛 구름들은

사뿐 가쁜 춤을 추고

멀리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무슨 빛을 발하는지

분간키 어렵구나

 

뽀얀 구름

아니 안개인지도 몰라

그들은 내 시야를 가리우고

바람은 내 눈에 표적을 남기면서

젊음의 생동처럼 바삐도 달아나고

 

꿈 결 그려보던 울릉도는

오직 구름과 바람과

하늘과 맞 닿은 바다 빛은

정녕 푸른 건가 하얀 건가

심숭 삼숭 하여라

   

 

♧ 구름 - 박인걸

 

때로는 빠른 걸음으로 산을 넘고

어떤 날은 한가로이 산위에 앉아 쉰다.

구름은 바람에 떠밀려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달려가는 것이다.

구름의 使命사명은 給乳급유이고

태고부터 자연은 구름이 준 젖으로 살았다.

오늘은 어디로 갔는지 하늘이 텅 비었다.

아마도 다급한 울음소리에

떼를 지어 그쪽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누군가를 위하여 산다는 것은

자신을 모두 내어 주는 일이고

내어 준다는 것은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다.

가끔 하늘이 맑은 이유는

구름이 죽어 사라진 날이다.

하지만 남을 위해 죽는 다는 것은

죽지 않고 다시 사는 일

그래서인지 서쪽 하늘에

손바닥만한 구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 구름경전 - 김종구

 

무심타 하지 마시라

바람 따라 흐른다고

 

마음마저 없으면

어찌 그 높은 곳을 뛰어내릴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마른 곳 다 적시고도 남아

길을 내며 흐를 수가 있겠는가

반짝이는 침묵으로 흐르고 흘러

처음으로 돌아갈 줄 알겠는가

 

허황타 하지 마시라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가벼운 마음 하나로 하늘에 꽃을 피워

온 세상을 먹여 살리고

없던 나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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