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대왕암 앞바다에서

김창집 2015. 9. 22. 09:33

 

답사 둘째 날인 9월 16일.

우리는 토함산 석굴암을 본 뒤

감포로 차를 달렸다.

 

우선은 좀 떨어진 곳

양남 주상절리를 보고난 후 이른 곳은

문무왕릉으로 잘 알려진 대왕암 앞바다

한쪽에서는 그 넋을 위로하려는 듯

굿이 한창이고

방생한 고기를 먹어보려는 갈매기와 비둘기가

어지러이 날고 있었다.

 

 

“내가 죽은 뒤에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지킬 터이니,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 지내라.

 

화려한 능묘는 공연한 재물의 낭비이며

인력을 수고롭게 할 뿐

죽은 혼은 구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숨을 거둔 열흘 뒤에는

불로 태워 장사할 것이요,

초상 치르는 절차는 힘써 검소와 절약을 좇아라.”

 

<삼국사기> 문무왕 21년(681)조에 나온 대로

시신을 수중에 장사지낸 것이 아니라

시신을 태워 대왕암 위에 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유사>에는

“신문왕은 681년 7월7일 즉위하였다.

아버지 문무대왕을 위하여 동해변에 감은사를 세웠다.

 

문무왕이 왜병을 진압하고

이 절을 짓다가 돌아가 바다의 용이 되었는데,

그 아들 신문왕이 즉위하여 682년에 완성했다.

 

금당 계단 아래를 파헤쳐 동쪽에 구멍을 내었으니

용이 들어와 서리게 한 것이었다.

 

생각건대 유조로 장골(葬骨)케 한 곳을 대왕암이라 하고

절은 감은사라 하였으며,

그 후 용이 나타난 것을 본 곳은 이견대라 하였다.”

        -답사 여행의 길잡이2 ‘경주’ 편에서 옮김

 

 

♧ 파도는 - 최범영

 

봉길리 앞바다

동해 용왕이 팔을 벌려서일까

파도는

대왕암 벌린 품안에선 잦아든다

밤 대추 배 사과 참외 수박 진설하고

바닷바람에도 꺼지지 않게 촛불 밝혀

용왕님께 비는 끝없는 굿

홋소리 짓소리 이어지는 사뇌가

가슴 찌르는 징소리 커질 때마다

파도는

화답할 듯 모래밭위로 몰아친다

빌고 비는 그 간절한 기도 속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나는

제물로 방생되고 있었다

천년을 두고 이어지는 그 의식

신받이, 만신 덕에 용왕을 만나고

천년을 두고 쌓인 간절한 소망에

파도는

거품 문 용처럼 그칠 줄 모르고 파닥인다

 

 

♧ 대왕암 - 김정임

   -접신무

 

둥둥둥-

신열에 달구어진 북소리

묵은 세월 당겨지고 있다

 

붉은 장삼아래

청빛 날 세운 파도

 

어둠의 밑동

베어지고 있다

 

정령을 더듬어 가는 쇠방울 소리

촛불의 탄식 이승을 적시는데

 

대왕의 침묵

천년을 굴리고 있다

 

바닷물을 다 들이키고도

목이 말랐던 사랑

 

눈 감을 수 없어

적막을 꿰뚫고 있는가

 

바위로 키운 슬픔

동해의 섬이 되어 흐르고 있다

   

 

♧ 이견대(利見臺) - 김대원(瑞耕)

 

천존고(天尊庫)에 검은 옥대 피리소리 들리네

천신 되신 흥무왕(興武王)님

해룡(海龍)되신 문무왕(文武王)님

혈심으로 이루신 통일신라

죽은 후 방심 못해 내리신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의

그 크신 은혜

가히 잊을 길 없어

용당에 감은사 세우고

그 터에 삼층석탑 세우신

신문왕님

멀리서 선왕 지켜보시려

대왕암 한 눈에 보이는 이 곳에

이견대 세우시고

천존고 피리 부시어

국란극복 하셨던

검은 옥대 피리소리

지금도 들리네 들리네

하늘은 천신(天神)이 지키시고

바다는 해룡이 지키시는데

바람은 아직도 그칠 날 없고

파도는 여전히 동에서 밀려오니

그때 그 애국심 죽으신 들 묻힐 수 있으리요

해중에 백골 묻으신 후 오늘까지

일초일각 몰려오는 파도를

굽이굽이 물리쳐

흰 거품 입에 물고 그때마다 피 토하며 쓰러지게 하신

위대하신 대왕임 바위 바라보는

이견대 하늘 위에는 불타는 태양만이 지금도

삼국통일의 깃발로

저 국난 극복의 피리소리 안고

하늘에서 바다에서 승리의 징소리 나부끼며 펄럭이고 있네

펄럭이고 있네.

 

 

 

♧ 감포에서 - 제산 김 대식

 

동해의 붉은 태양 힘차게 떠오르고

금빛 줄기 아침 햇살 바다에 비취는데

작은 섬 대왕암엔 파도마저 고요하네.

 

삼국통일 이루시고 죽어서도 용이 되어

우리 국토 지키마 던 문무대왕 그 높은 뜻

편한 산 마다시고 물결 위에 자리했네.

 

찬란했던 천 년 신라, 용의 소리 울리던 곳

감은사 옛 종소리 파도에 묻혔는데

화려했던 천 년 자취 석탑만 마주 섰네.

   

 

♧ 파도 2 - 권오범

 

수평선에 낀 되바라진 구름장이

빠져나오려고 용쓰는 게 분명해

동풍이 몰고 온 이랑들이

대왕암 만나 소스라쳐

올랑촐랑 넘나드는 하얀 포말들

내 죽어 용이 되어

왜구를 결딴내리라던

문무대왕 충절은 간곳없고

갈매기들만이 지친 날개 접고

옹기종기 앉아 망중한 즐긴다

갯내 끌어안은 횟집들이

해종일 진득하게 바라보는

한적한 백사장 발치에선

메밀꽃이 하염없이 피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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