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도착한 이튿날인 9월 16일 수요일 오후
우리는 불국사를 보고 나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으로 갔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올 8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59일간
‘실크로드 경주 2015’라는 이름에
‘유라시아 문화특급’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개최 목적을 보면
*첨단 문화콘텐츠 융복합의 시현의 장으로 문화축전의 위상 재확립
*대한민국 대표 실크로드 브랜드화를 통한 한류문화의 위상 가속
*문화콘텐츠와 첨단 융복합 공간 접목의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적용
*다국가간 상호 문화 교류 및 이해로 문화를 통한 창조경제 실현이다.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를 보다
각국에서 나와 파는 색다른 먹거리를 먹어보기도 하고,
쇼핑도 하며 여유로이 돌아다니다 보니,
이 은행 열매가 익어가고 있었다.
제주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은행알을
가까이서 가만히 쳐다보며
가을 예감에 젖어보았다.
♧ 가을 예감 - 박금숙
가을이 오려나보네
온몸 서걱서걱
갈꽃 같은 그대 그리운 걸 보니
여름내 헛가지 마구 자라더니
나무들 속살 뜸 드는 걸 보니
과일 익듯 사랑도 익으려나보네
먹구름 훌훌 멀어지고
하늘빛 파랗게 시려오는 걸 보니
한가을 내내
약도 없는 속병을 앓으려나보네
가을 깊어지면
풀벌레 울음에 잠귀 밝아지듯
그대도 내 맘 알거나.
♧ 가을 예감 - 조사익
가을 색 빗줄기를 물방울로 뚝뚝 잘라
유리창에 뿌려대는 바람소리가 제법 찬 기운을 느끼게 한다
여름날 숨 고르기 한 번 못하고 크게만, 많게만 부풀려왔던 것들 모두
하늘빛마저 푸름을 멈추고 가을 색으로 물들어간다
비구름 쪼개진 틈새로
햇살 조금 남은 신작로 밑동까지 가을 닮은 석양 밟으며
어디쯤 오고 있을 가을빛 찾아 떠나는 길
후박나무 이파리 속살에서도 갈 빛 향기가 차오른다
여름날 숱한 이야기들이 오갔을 신작로에는
드물지만 가끔 꽃을 피운 코스모스 가녀린 모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보랏빛 향기 진하게 어우러진 맥문동 꽃대, 마저 눕고 나면
되려 허전할지도 모를 가을밤 귀뚜라미 소리에
잠시 고독을 노래하다 슬플지라도 왠지 가을예감이 향기롭다
해거름 노을 다음, 밤 깊어질 때면
어느 별자리는 벌써 가을을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은행나무 - 김명희(惠園)
또다른 물줄기 속으로
날아간 불새
솔잎을 먹고 산다고
어머니는 말했지만
나는 솔잎과 빌딩 숲 그늘에 산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랑마저 남김없이 돌려준
어머니는 지금 은행나무
가슴 속을 물들이던
이윤에 아직 남아 있는
도시는 한 폭의 그림
그 이름은 이제
누구의 가슴에 남을 것인가.
♧ 가을 예감 - 반기룡
아침저녁으로 샤워기에 기댈 때
제법 미지근한 물을 원하고
오동나무에 뱃가죽 비비던 말매미도
크레센드에서 디크레센드로 목소리를 낮추고 있네
얼룩배기 황소의 축 처진 불알은
몸 안쪽으로 바짝 끌어 당기고
요란하게 돌아가던 선풍기도 울음을 그친 채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네
여인네의 발걸음은
모데라토에서 라르고로 보폭을 바꾸고
길가에 핀 칸나와 부용화도 잎맥이 닫힌 듯
꺼칠꺼칠한 피부를 한 채 돌멩이만 툭툭 건드리네
무더위에 찌들었던 경운기도
배부른 들녘을 응시하며
황소걸음에서 잰걸음으로 가속을 하고
텅텅거리던 울음소리 한 옥타브 높여 탕탕거리며
더욱 기세를 드높이네
♧ 가을 예감 - 목필균
옛 사람이 그립고
그가 날 그리워하는지 알고 싶고
시퍼런 하늘이 눈물같고
무작정 전화도 하고 싶고
그 곁에서 한가롭게 걷고도 싶고
9월이 허리를 접은 후부터
내려가는 체감 온도를 올리고 싶어
안달이 난 그가
조용한 찻집에서 만나자고
문자메시지라도 보내올까
조바심치는 가슴 끝이
남몰래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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