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춘란
봄날 가슴 한 끝 예감으로 번져나는
한라산 푸서리에 무자년 춘란 하나
누군가 혀를 빼물어
바알간 四月 아침
어머님 기억 속에 가늠되던 그 손짓
빗돌은 없지마는 아, 이곳일 게다
솔바람 푸르른 자리
메아리만 남은 자리
헛봉분 그 위에도 산돌림은 지나갈까
나비도 찾지 않네
는개 이는 숲속에
반세기 목마른 뜻은 춘란으로 피고 싶다
♧ 수선화
한겨울에 저렇듯 푸를 수 있다니
그것도 숭숭한 섬의 담장을 베고
어기찬 하늬바람을
견딜 수 있다니
늦은 햇살에 지레 속잎을 펴며
넌지시 하늘을 떠받칠 때부터 나는,
보았네
절명의 순간에
꼿꼿할 네 모습을
이윽고
화려한 것들이 몸을 오그릴 때
너는 깨어
기를 모으고
허옇게 사정했구나
오오! 겨울 오르가슴
♧ 석류
오래 생각을 담은
탱탱한 말풍선이다
불경기 늦가을에 떨이 된 석류 한 알
동박새
속말을 털 듯
층층이 시어를 쏟네
사랑도 그런 거지
너와 나 당긴 줄에
봄, 여름, 가을의 맘, 꼭지꼭지 앉히다 보면
끝물은 고추잠자리
네 속눈썹
파르르 떤다
♧ 쑥부쟁이
철없네요
늦가을
따라비오름 햇살에
삼삼오오
무릎치마 입은
우리 동네 계집애들
모르게
향수도 뿌렸는지
건듯
꽃향기 나네요
♧ 술패랭이꽃
그냥
봤으면 됐지
무슨 말을 또 하려고
낮술에 불콰해진 내 고향 불알친구!
동구 밖 전송 나왔다
윤 칠월
술패랭이꽃
♧ 담쟁이
위험해요
맨손으로
벽을
타오르는 건
믿음이지요
한 가닥 자일에
목숨을
내맡기는 건
기어이
쏟아 붓네요
서늘한 별빛 몇 섬
♧ 등나무 꽃
편종소리 물고 있는
등꽃을 보아라
너와 나 간절한 뜻으로 탑을 쌓아올렸듯 등나무 숨막히도록 부둥켜안고 올라가 여린 손 내저으며 고해성사를 하느니. 하늘은 작은 탑들 꽃떨기를 내리시며 사는 게 별것이냐 넌지시 타이르는 봄날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운다
꽃잎
꽃잎
*홍성운의 ‘상수리나무 숲’ http://blog.naver.com/amiw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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