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홍성운의 ‘상수리나무 숲’에서

김창집 2016. 2. 23. 01:13

 

♧ 제주 춘란

 

봄날 가슴 한 끝 예감으로 번져나는

한라산 푸서리에 무자년 춘란 하나

누군가 혀를 빼물어

바알간 四月 아침

 

어머님 기억 속에 가늠되던 그 손짓

빗돌은 없지마는 아, 이곳일 게다

솔바람 푸르른 자리

메아리만 남은 자리

 

헛봉분 그 위에도 산돌림은 지나갈까

나비도 찾지 않네

는개 이는 숲속에

 

반세기 목마른 뜻은 춘란으로 피고 싶다

 

 

♧ 수선화

 

한겨울에 저렇듯 푸를 수 있다니

그것도 숭숭한 섬의 담장을 베고

어기찬 하늬바람을

견딜 수 있다니

 

늦은 햇살에 지레 속잎을 펴며

넌지시 하늘을 떠받칠 때부터 나는,

보았네

절명의 순간에

꼿꼿할 네 모습을

 

이윽고

화려한 것들이 몸을 오그릴 때

너는 깨어

기를 모으고

허옇게 사정했구나

오오! 겨울 오르가슴

   

 

♧ 석류

 

오래 생각을 담은

탱탱한 말풍선이다

 

불경기 늦가을에 떨이 된 석류 한 알

 

동박새

속말을 털 듯

층층이 시어를 쏟네

 

사랑도 그런 거지

너와 나 당긴 줄에

 

봄, 여름, 가을의 맘, 꼭지꼭지 앉히다 보면

 

끝물은 고추잠자리

네 속눈썹

파르르 떤다

   

 

♧ 쑥부쟁이

 

철없네요

늦가을

따라비오름 햇살에

 

삼삼오오

무릎치마 입은

우리 동네 계집애들

 

모르게

향수도 뿌렸는지

건듯

꽃향기 나네요

   

 

♧ 술패랭이꽃

 

그냥

봤으면 됐지

무슨 말을 또 하려고

낮술에 불콰해진 내 고향 불알친구!

 

동구 밖 전송 나왔다

 

윤 칠월

 

술패랭이꽃

 

 

♧ 담쟁이

 

위험해요

맨손으로

벽을

타오르는 건

 

믿음이지요

한 가닥 자일에

목숨을

내맡기는 건

 

기어이

쏟아 붓네요

서늘한 별빛 몇 섬

 

 

♧ 등나무 꽃

 

  편종소리 물고 있는

  등꽃을 보아라

 

  너와 나 간절한 뜻으로 탑을 쌓아올렸듯 등나무 숨막히도록 부둥켜안고 올라가 여린 손 내저으며 고해성사를 하느니. 하늘은 작은 탑들 꽃떨기를 내리시며 사는 게 별것이냐 넌지시 타이르는 봄날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운다

  꽃잎

  꽃잎

 

                                   *홍성운의 ‘상수리나무 숲’  http://blog.naver.com/amiw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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