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소화 고은영의 봄꽃시

김창집 2016. 4. 6. 09:16

 

 

고은영 시인은 제주 성산포 출신이며

아호는 소화(宵火)로,

서양화가, 수필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는 황혼녘 노을을 밟지 않는다 외 2편’이 시사문단(2005. 8)에

‘중년의 고독’ 외 2편,

‘사랑을 꿈꾸었네라’ 외 2편으로 한울문학(2005.2)에 등단했다.

시화집『그리움이 어두워질 때까지』를 2005년에 출판했고,

2011년 죽산문학상(竹山文學賞)을 수상했다.

 

경력으로

국제화우회회원, 그린아트 회원

아시아연합전, 홍콩작가 교류전 등 다수

현, 국제화우회, 그린아트 회원

대한민국 여성 공모 다수 입상

대한민국 수채화대전 다수 입상

아시아 연합전(일본 동경도 미술관)

홍콩작가 교류전(서울 갤러리)

강원국제관광 엑스포전

국제화우회 정기전

아름다운 서울 그림전 정기전

미의식의 표상전

그린아트 회원전

신우회 정기전

미맥회 정기전

뉴스서울 연작 시 연재

아름다운 가정 ‘고은영 시와 갤러리’ 연재 중이다.

 

현재 서양화가의 감성으로

세련되고 풍부한 내용의 다음카페

소화 고은영 Gallery & Poem을 운영 중이다.

http://cafe.daum.net/kong1177

 

 

 

♧ 4월에 피는 그리움

 

아무리 사월이 잔인하다 하여도

미친 듯 걸어온 세월에

이 계절의 의미는 사랑이라 칭하리

푸른 물오르는 나무잎새 사이로 바람은 미소 짓고

아무리 사는 게 고달파도 연녹색의 향연 속에

지금도 나는 당신의 순결한 신부가 되고 싶어라

 

땡볕 같은 인생이 슬픈 염불로 나부끼다가

계절의 노래만큼 꽃등에 타는 그리움

목마른 그대 앞에서 미세한 숨결로

수줍은 나의 영혼을 열고

시든 꽃일 수밖에 없는

첫 것의 아름다운 처녀를 회복하고

자박자박 싱그러운 이름의 초록으로

떨리는 가슴을 피워

그대의 모든 사랑을 훔치고 싶어라

 

   

 

♧ 하얀 목련, 그토록 그리웠던 해후(邂逅)

 

세상은 각박했고 잔인했다

꽁꽁 언 계절의 심연에서 겨울은

심화된 삶에 슬픔으로 출렁였다

더러 추운 가슴 위로 지나는 바람을 보며

덧댄 가난 속에도 눈물을 떨구던 나는

몇 방울의 눈물에 어른거리던

너를 절실하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기다림은 한없이 길었고

애타는 그리움에 몸살을 앓았다

순수한 빛의 서막과 함께

꿈꾸던 나의 애창(愛唱)을 열고

이만 때 즈음이면 실종된 의식을 일으켜

나에게 와 줄 너와의 해후를 그리워했던 만큼

진실하고 유일한 모습으로

네가 하루속히 나에게 당도하기를

 

현재가 과거로 흘러가는 동시성 속에

너 나에게 왔는가

그 길고 지루했던 어둠과

산발한 바람의 통로를 거쳐 지금

햇살이 찬란한 이 광장에서 나는 너를 만난다

눈부신 얼굴의 수줍음, 황홀하도록 순결한 미소

 

나는 이 세기가 가기 전 사라질 운명이어도

너는 몇 천 년인들 건너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이 시린 생애서

수십 번 세상의 바뀌어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내 품에 안긴 너의 충만한 사랑이

이토록 환한 미소로 내 영혼을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하다니

 

 

 

♧ 유채꽃 그 봄의 향기(香氣)

 

그 봄, 안개 가득한 작은 섬

섬 안의 섬으로 남아 고립과 싸우던

내 절망의 징검다리 그 푸르렀던 징검다리

은하수 강물 따라 흐르던 투명한 순수의 시대

바다, 유채 꽃향기, 바람, 안개, 돌, 가난,

수많은 물고기, 그리고 마른버짐 핀

비위 약한 깡마른 나....

 

비옥한 미소로 일관하는

유채 꽃향기와 파도 소리와

종일 바다 바다 외치는

해초 내음을 버무리고

지천에 바람을 휘모리로 담아내면

 

성산포 들판에 넘치던 하루해가

젖무덤 같은 둥근 오름을 껴안고

서쪽에서 잠들 때까지 싫어도 야금야금

영혼의 양식으로 먹어야 했던

정말로 비린 고독은 지겹기도 하였다

 

그만 멀미가 앞서면

줄창 유채꽃 향기와 해초 냄새를

한 됫박씩 게워냈다

싫었다

가난한 형편도 깡마른 육신도 배고픔도

유채꽃 향기도 바다 냄새도....

날마다 몸을 할퀴고 영혼을 허무는 바람결에

그 짙은 염병할 유채꽃

샛노란 얼굴로 온 마을 설레발까고

안방까지 노오랗게 물들인 뻔뻔한 봄의 향연

 

아, 절망을 부르던 그것은

희망의 노래인 줄도 모르고

파도 소리와 함께 나의 봄을 노략하던

주검 같은 어둠인 줄로 착각하던 때가 있었다

 

 

 

♧ 아카시아 향기 바람에 날리고

 

물밀듯 가슴에 차오른 계절의 향연

그러므로 너는 열린 가슴

함박 웃는 미소 머금어 아름다운

오만하지 않은 겸손한 순결이다

 

네 몸에 두른 하이얀 면사포에

창백한 손길로 써 내려가는 편지마다

사랑은 향기로 머물다 가는 아픈 사연일까

오로지 꽃피워도 열매 없는 고독한 연가일까

 

때가 되면 일어서는 흐드러진 네 고백은

눈부신 얼굴에 감추인 향기로 피는

너의 이면에 가장 절실한

혹은 또 다른 지독한 슬픔일까

 

천지를 진동하는

내어 주고 너를 비우는 말줄임표

그것은 언제나 생색 않는 소박한 사랑이다

표나지 않는 위대한 사랑이다

 

벌들이 침노해도

용서로 키우는 공존의 법칙이다

세상을 향한 고귀한 애틋함이다

푸른 창공에 흔들리는 순수다

 

 

 

♧ 찔레꽃

 

보아주는 이 없는

깊은 산,

그래서

물빛 서러움일레라

 

하이얀 미소

순결의 서약으로 떠도는

슬픈 입맞춤

외로운 몸짓일레라

 

우수수

소리도 없이 떨어지는

깊은 언어의 침묵

아, 고독한 사랑일레라

 

천년을 기다려도

만날 수 없는 임을 그리다

이는 바람에 포물선 그리는

너의 하얀 비망록

 

 

 

♧ 달맞이 꽃

 

된서리 맞은 밤이 이어졌다

파르르 달빛에 젖던 가슴 진물이 흘렀다

천지에 놓인 버려짐 보다

밀랍 같은 그리움이라

단명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밤마다 꿈을 꾸고

적 빛 마음을 파내지도 못하고

꼬치에서 허물을 벗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밤이면 침실로 찾아와

이슬 젖은 내 입을 벌린 채

오른손을 꽃술을 가슴을 덥석 물었다

 

무른 잎처럼 바스러지는 이성

고통의 쾌감으로 씹히는 일그러지는 오른손

그러나 고통의 쾌감도 견딜 만한 것이다

애초 내겐 꿈이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무력한 시간을 따라 왔던 길로 가는 것이

주어진 운명인 걸 나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