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어버이날에 술패랭이꽃을

김창집 2016. 5. 8. 00:19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10여 년.

아버님이 돌아가신지는 40여 년.

너무도 세월이 멀리 흘러갔군요.

 

더구나 아버님께서는 고생만하시다가 지금의 내 나이보다 훨씬 젊었을 때

편안함도 한 번 누리시지 못하고 일만 하다 돌아가시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오랜만에 이 공간에서라도 한 번 불러 볼랍니다.

"아버지-----"

"어머니-----"

 

 

♧ 어버이날에 - 제산 김 대식

 

매년 해마다 어버이날은 오는 데

나는 무엇 하나

부모님께 잘한 것이 없어

죄송하기만 하다.

살아계실 때

조금이나마 잘해드렸더라면

이렇게 마음 아프진 않으련만

가슴에 못 박을 심한 말만 했던

나 자신이 지금에 와 너무도 부끄럽다.

유난히도 잔병치레가 많았던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 등에 업혀 의원 집을 많이도 드나들었다.

밤새워 배 주무르시는 어머니 손은

어느 의사보다도 잘 듣는 약손이었다.

어머니 손잡고 길을 가다 어머니 손 놓치면

세상을 다 놓친 것 같아

그만 땅에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어머니, 못된 자식에게도

그리 사랑으로 주시기만 했던 어머니

나의 어머니

참 보고 싶은 나의 어머니

오늘은 무덤에라도 가서 울고 싶다.  

 

 

♧ 불효 - 강은령

 

어버이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아직도 빈손으로 가야 오히려 부모님 맘 편하실 터이니

무얼 해드려야 하는지 마음이 더 어지럽기만 하다.

십 년도 넘은 어느 가을, 상경하신 어머니와 부대찌게 집으로 들어갔다.

길을 걷다가 빈혈 증세도 보였으면서

굳이 어머니만 혼자서 드시라고 고집을 부렸다.

배가 부르다고도 입맛이 없다고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안 먹겠다고 결사적이었다.

속이 상하신 어머니는 결국 다 드시지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셨다.

단지 내 몫으로 지불될 음식 값이 아까워서였는데,

어떤 선물로 그날 뜯겨져 나간 어머니의 가슴을 메워드릴 수 있을까

 

 

♧ 나는 말없이 - 전병조

    --어버이날에 즈음하여

 

나는 제 살을 떼어서

씨앗에 되돌려 주는 나무가 고맙다

 

제 속에 숨은 열정, 환희의 아픔으로 열매를 만들고

온 여름 열병에 시달리며 스스로 흙이 되어 돌아가는 나무

 

그 열매, 단단한 씨앗으로 자랄 때까지

헌신으로 매달아 주는 나무의 사랑이

나는 너무도 고맙다

 

그래서 더욱 거칠어 진 침묵의 몸뚱이로

다가올 새봄의 영광을 몸으로 포옹하는 그들의 모습이

 

내 어머니의 까실한 젖꼭지만큼이나

눈물겹고 애처로워

가만히 가슴으로 기대어 본다

 

살며시, 나는 말없이…….

   

 

♧ 쇠고기 한 근 - 윤용기

 

어언 2년여의 세월을 삼켜 버렸습니다.

당신이 떠나 간지가 말입니다.

99년 가을 어느 날 딸네 집이며 너네 집에 꼭 한번 다녀가고 싶다던 팔순의 노모를 모시고 나는 봉천동 골목길 어귀에 사는 둘째 누님 댁에 당신을 모시고 갔다.

일 주일동안 있으면서 “지겹다, 나 내려 갈란다.” 하시며 더 모시고 싶어 하던 누이와 당신과의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하는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아들 네 집에서도 일주일 머물다 당신을 대구에까지 모셔다 드리면서 서부 주차장에 당신을 놓아두고....

평소에 피부병이 있어 늘 건지러워 낫지 않는 그 고얀 놈 때문에 돼지고기, 닭고기는 입에도 대지 못하시던 당신 그래서 쇠고기가 아니면 잡수지를 못하시던 당신이기에 나는 정육점에 들러 부드러운 쇠고기 한 근과 평소 좋아하시던 갈치 한 마리를 사서 당신의 보자기에 싸 넣어 드리고 우곡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보지도 않고 수원으로 오기 급해 발길을 돌린 자신이 늘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사 드린 마지막 쇠고기 한 근

지금도 가슴이 메입니다.

또다시 어버이날을 맞이하고 당신이 그리워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 혼난 적도 있습니다.

당신의 모습이 점 점 잊혀지는 까닭은 내 사랑이 식은 까닭이겠지요.

늘 당신을 생각할 때면 오늘도 밤하늘에 카시오페아 자리를 보며 당신의 영혼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매일 밤하늘 그 자리를 찾아 헤맵니다.

어머니

당신이 보고픈 밤입니다.

당신이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양의 날에 병꽃을  (0) 2016.05.11
가정의 달에 보내는 시   (0) 2016.05.09
한라식물 열다섯 번째 전시회에서  (0) 2016.05.03
황매산으로 떠나면서  (0) 2016.04.30
초록빛 들판에 서서  (0) 201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