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해녀의 한을 감춘 해녀콩

김창집 2016. 8. 11. 12:50


호건 살아 보젠 허난(어떡하든 살아보려고 하니까) - (宵火)고은영

    -어느 해녀의 한

 

서른혼 설 나던 해에 과부 들언

바당 나간 서방 오곳 잡아먹엉

호건 살아 보젠 대마도 물질 가는디

그 어린 새끼덜은 무사 경 울코 예

오래비 말 잘들민

어멍 헌적 갔다 오마 해도

노 시로 말을 안들읍디게

게난 눈만 배롱헌 그것덜 떼어 배동 대마돈 가난

두 오누이가 족은 집 얹엉 살멍

둘이 정제에서 검질 덮언 좀 잠댄 허곤데

무사 경 창지 대싸지게 눈물만 나코 예

지속으로 난 새끼 아니엔

구박이엔 헌 구박은 다 받으난

오누이가 존디젠 허난 설움은 좀 해실 거꽈

다슴애기도 그자락은 안헙니다

창지 곪아가멍 산 날이 눈물 반 원망 반입대게

이제 왕 옛말허민 미시거헐 것꽈

경해도 목숨 보짝허게 붙은 날까진

어떵해도 새끼덜이영 살아 살 거 아니꽈

 

-----

 

서른한 살 나던 해에 과부 들어서

바다 나간 남편 온전히 잡아먹고

어떡하든 살아보려고 대마도 물질을 가는데

어린 자식들이 왜 그렇게 우는지

오라비 말 잘 들으면

엄마 빨리 갔다 온다 하여도

한사코 말을 듣지 않습디다

그렇게 눈망울만 초롱초롱한

자식들을 떼어놓고 대마도에 가니

두 오누이가 작은집에 얹어 살면서

부엌에서 검불을 덮고 잔다기에

왜 그렇게 창자가 뒤틀리도록 눈물이 나는지

자기 속으로 난 자식이 아니라고

그 어린 것들이 구박이란 구박을 받으니

오누이가 견디려니 그 설움이 오죽했겠습니까

아무리 친 자식이 아니지만

그 정도 지나치게 구박하지 않습니다

창자가 곪도록 굶주리며 산 날이

눈물 반 원망 반입디다

인제 와서 옛말하면 뭐합니까

그래도 목숨 생생하게 붙어있는 날까지는

어떡하든 자식들과 살아야 할 거 아닙니까

    

 

 

제주남원 해녀의 집 - 박태강


바다 끝자락에 붙은 언덕위에

검은 돌로 쌓아 지은 건물

해녀의 집

앞을 보면 망망 대해 푸른 물빛

검은 갯바위가 어울려 노닐고

뒤에는 한라산의 푸르름이 눈가득한 곳

바다에서 삶을 영위하는

해녀가 잡은 고기로

길손들의 넋을 빼앗는 해녀의 집 음식맛

특미 갈치조림은 담백하면서

감칠맛 나는 특유의 향기로

입가진 사람들의 탄성을 부른다

주인아저씨의 해학스런 이야기

보이는 바다 푸른 오름 어울려

즐거움이 아리는 곳 해녀의 집.

        

 

해녀박물관 - 하영순

 

탐라의 초석이 되었던 해녀의 손때 묻은

흔적이

볼거리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해녀박물관

 

스쳐 지나기엔 가슴 아픈 그네들의 삶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한적한 어촌 마을에

 

구석구석 숨비 소리

귓전을 울리지만

그 소리만은 누구도 이해 할 수 없다

오직 내 뱉는 그녀만이 아는 소리다

 

소라전복이

그녀의 목숨을 앗아간 순간순간

20메다 물속 전복 한 마리 눈에 들어온 것이

놓쳐버린 촌음이 되어

영영 물 밖으로 올라오지 못한 해녀의 일생이

내 뇌리를 강타하는 시간

 

다리에 경련을 느끼면서

묘한 연정이 고개를 들어

피어 보지 못하고 처절하게 던져 버린 해녀의 명복을 비는 마음

묵념을 하고 관람 관을 뒤로 하는데

 

빗속을 헤엄치고 불어오는 바람 속에

~ 하고

숨비 소리 들린다.

        

 

해녀 - 강정식


곤고한 날들만큼이나 헤어진 검정 물 옷 입고

해풍에 등 대고 기다리는

푸른 바다로 물질을 간다

질척대는 남편에게 몸을 주듯

철썩이는 물살에 내어 주고

자맥질해 내려간다

갈매기조차 놓고 간 시간 속으로

파도에 밀려온 날들만큼이나

칙칙하고 어둑해진 물속

죽고 사는 것이

숨 한끝 밖인 그 가장자리

천년을 가라앉아 기다리고 있는

바위 문 두드려 본다

과거와 지금 사이에서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물밑과

기다리는 이 없는

날들 사이를 들락이면서

눌러 참았던

목쉰 날숨 소리만 길게

대답 없는 바다를 부른다

갈매기를 부른다

 

차가운 물살

그녀를 끌어안고 놓으려 하지 않는다

        

 

하도리 해녀군상1) - 권갑하

 

등 뒤로 바르팟2) 흰 살결 아롱아롱 피워 올리는

북제주군 하도리 해안도로변 해녀들은

함부로 그 날 얘기를 풀어 놓지 않는다.

 

뿔 돋은 소라 껍질 밀물 썰물 모래가 되고

젖부른 엄마는 자꾸 아이 젖을 물리지만

현무암 검은 가슴엔 하얀 포말이 섬뜩하다.

 

이여싸나 이여싸나

혼백상자 등에 지곡

가슴 아피 두렁박 차곡

한질 두질 들어가난

저승길이 왓닥 갓닥

이여싸나 이여싸나3)

 

머리엔 흰 수건, 두 손엔 빗창과 호미

-이 호-이 숨비질소리 수평선 띄워 놓고

일 천여 분노의 노래 주재소로 몰려갔다.

 

그날 밤 덩치 큰 해일이 섬을 다 삼켰다

불턱5)에 갈무려 둔 불씨마저 다 지우고

바다는 고요가 잠든 밤 속으로만 흐느꼈다.

 

..........

1) 북제주군 하도리 해변에는 현무암으로 조각된 5명의 해녀가 젖먹이 둘을 안고 있는 '해녀군상'이 세워져 있다.

2) 바다밭

3) 제주민요 '해녀의 노래' 일부

4) 일제가 해녀어업조합을 만들어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일본 상인에게 터무니없는 값에 팔게 하고, 목돈을 벌기 위해 제주도 이외 지역인 중국, 러시아 등지로 떠나갈 때 조합비를 지나치게 징수하는 등 수탈이 극에 달하자 구좌면 하도리를 비롯한 연평리(우도), 종달리, 세화리 해녀들은 1932년 정월 이의 시정을 요구하며 극렬한 시위를 벌였다. 한 달 동안 계속된 이 시위에는 238회 집회에 연인원 17천여명이 참가했고 남녀 70여명이 검거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5) 바닷가 바위 위에 둥그렇게 돌담을 둘러서 물옷을 갈아 입거나 불을 지펴 쬐게 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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