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 1월호가 벌써 배달되었다. 만해 한용운의 ‘복종’이 권두시로 시작되는 시지의 시를 읽고 앞 부분에서 몇 편을 옮겨, 요즘 추위 속에서 한창 피어나는 광대나물 꽃과 같이 올린다.
♧ 통권 343호 주요 목차
*권두 에세이 임보
*신작시 24인 選 김석규 김영호 김일곤 임연규 남유정 박원혜 김성호 도경희 유진 이송희
민문자 김혜경 이수풀 조길성 이종섶 임미리 고훈실 박병대 심우기 김종호 우정연
장유정 송미숙 정유광
*기획연재 인물詩 이인평
*신작 소시집 김현희 *테마 소시집 이재부
*시 에세이 임채우 김승기 *한시한담 조영임
♧ 하늘 맑은 날 - 김석규
아기에게 젖을 물린 새댁 어디에 가서 보나
꽃 핀 양지녘의 여신이 사는 동네면 되리라
♧ 루이스 호수(Lake Louise)*
짙은 비취색 베일 속의 호수,
새들이 물빛을 찍어
날개에 화장을 하고 있네.
나뭇잎들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단풍잎이 되어 나오네.
바람이 물빛을 바라보다
무지개가 되었네.
사람들이 물빛을 손에 담아
청춘의 묘약으로 마시네.
구름이 물위에 노를 저어가다
초록빛 함박눈으로 내리네.
---
*캐나다 밴프에 위치한 세계 10대 절경중 하나.
♧ 마음에 끼는 반지 - 김일곤
겉 꾸미는 저 모든 것들이
영원할 것 같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나가야 할 것은 다 지나가고
시간의 사슬은 풀리기 마련
나에게 온 시간을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변할 것은 다 변하고
산란한 마음에도
편안할 때가 올 것이니
묵묵히 기다려요
다만 마음에 변화의 씨앗을 뿌리면
조바심도 봄비처럼
여유로움으로 찾아오는 것
손에 들고 있는 두려움이 오래 갈 것 같아도
두려움은 단지
나를 한 번 더 가르쳐주고 홀연히 가고
뼈 깎는 슬픔이 닥쳐온다 할지라도 거친 들판을 달려가는 말무리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니
멀리, 저 멀리 바라다볼 뿐
너무 성급해 하지 말아요
---
*다윗왕의 반지에서 인용.
♧ 옷 - 임연규
옷
나무
일생
세 벌의 옷
봄ㆍ여름ㆍ가을
그리고
“裸木”
‘상표’
---사람이란---
한 벌의
옷.
♧ 눈 내리는 날 - 남유정
눈이 내려요
어느 전생의 소식을 펼쳐놓은 듯
한 겹의 꿈이 세상을 덮어
눈감은 산 하나가 사라지고
세상의 숱한 샛길이 지워지면
기억 속에 잠든 것들이
파닥이며 깨어나는 소리
거기, 눈이 내리는지요
꿈에 젖은 나무들이
냇물 건너편으로 멀어지고
하얀 여백에는 아이들이
강아지처럼 뛰어노는지요
삶을 뜨개질하던 손을 멈추고
먼 기억의 실타래를 풀며
그 길을 따라가는 당신
여린 마음을 엎지르기도 하는지요
어느 전생의 소식을 펼쳐놓은 듯
눈이 내려요
♧ 황금연못 - 김성호
고층건물은 그림자도 길다
그 깊이와 길이를 잴 수 있는
신의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그림자에서 금을 캔다
푸른 기와집에는 연못이 있다
물속에서도 숨쉴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저들만 사는
연못의 색깔이 언제부턴가
황금색을 띠기 시작했다
더 덥고 어 춥게 느껴져
하루해를 정해진 시간보다
더 길게 견디며 사는 사람들이
황금연못을 구경하려면
파란 안경을 써야만 한다.
♧ 허생의 넋두리 - 이송희
부모님 잔소리에 집 나온 지 어언 십 년
세 평 남짓 고시촌은 천국인가 지옥인가 오늘도 책상 위에 무거운 질문만 쌓여 수없이 읽어봤을 문제들과 지문들 다섯 개의 보기 중에 정답이 있다던가 그 속에 틀어박힌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 변씨 집 찾아가는 어둡고 긴 골목길에 갈피를 잡지 못한 별들만 총총하다
마흔의 고갯길에서 정답 찾아 떠도는 길
♧ 시꽃 - 민문자
시공을 초월하여 추구하는 가치
삶의 기쁨과 슬픔 모두 녹여 피운 혼불
사뿐사뿐 유려한 모국어에 담아
신비롭게 피워낸 시나무 시꽃
오색 찬란하게 눈부신 아름다운 꽃
암울한 세상 희망의 메시지로
오롯이 사랑과 지혜의 등불 되자네
아름다워라 자랑스러워라
고고히 당당히 도도히 유유히
날개 펴고 하늘 높이 나풀나풀
동그라미 그리며 신나게 춤추다
살포시 온 세상 감싸안는 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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