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양순진 첫 동시집 '향나무 아파트'

김창집 2017. 1. 15. 12:25


양순진 첫 동시집

향나무 아파트가 나왔다.

 

아동문예문학상으로 동시를 쓰기 시작해,

시인정신에선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자작나무 카페’와

       ‘노란 환상통’이 있다.

 

현재,

제주아동문학협회 사무국장,

제주작가회의 회원,

한라산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향나무 아파트

 

층층이 향기를 달고 살아요.

층층이 바람을 달고 살아요.

 

층층이 초록 대문

초록 지붕

초록 유리창

손 닿는 곳마다

초록이 묻어나요.

 

울 할머니 다녀가시면

할머니 머리카락도 초록으로

변할까요?

 

우리 반 짱 서은이 질투하는

이 시커먼 마음도

초록이 될까요?

 

향나무 아파트에 살게 되면

욕심쟁이도

도깨비도

착해질 것 같아요.

 

향기에 씻겨서

바람에 씻겨서.

      

 

 

파도타기

 

푸른 악어 떼 우루루 몰려온다.

 

몸을 가뿐히 낮추고

휙 날아서 악어 등 위로 올라간다.

 

악어 등은 해적선처럼 아슬아슬해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동맹 맺고

 

!

다시 얍얍!

 

반복되는 제압에 항복할 줄 알았는데

점점 거세어지는 악어의 하얀 이빨

 

노을이 심판 내리기 전까지

불붙은 악어와 한판

 

악어 떼 물러가자

온몸엔 푸른 멍

 

악어는 떼어 냈는데

바다가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시소의 마음

 

할머니는 한 번만, 하고

아이는 한 번 더, 하고

 

할머니는 힘들어, 하고

아이는 아이 좋아, 하고

 

시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후의 명작

 

비가

땅 위에 그림을 그린다.

 

동그랗고 동그랗게

원을 만들고

멋진 필체로

그 안에 물방울무늬 새긴다.

 

빗살무늬 토기보다

민무늬 토기보다

더 신비한 작품

 

하나 둘 셋

하루 종일 세어도

끝나지 않는

비의 그림들

     

 

화분 빌라

 

우리 빌라 입구 화분엔

해바라기 두 그루

쇠비름

코스모스

달개비

 

집 없는 영세민

모두 무료 분양한

화분 빌라

 

문 닫고

입 막고 사는

우리 빌라보다

훈훈하다.

   

 

 

다문화 가족

 

엄마가

다육이와 선인장

입양했다.

 

다희야! 선이야!

부르면

집 안이 꽉 찬다.

 

사랑초 이름은 사랑이

달개비 이름은 달비

돌나물 이름은 물나

채송화 이름은 송화

 

작디작은 애들도

자기소개 한다.

 

민족이 다르다고

가족이 될 수 없는 건 아니야

 

엄마는 불어난 식구

토닥토닥

마음 내준다.

     

 

공감

 

학교 가는 길목

키도 닿지 않은 높은 담벼락 끝

선인장 화분

 

나는 까치발로

선인장과 인사하고

 

선인장은 고개 늘어뜨려

나에게 손 내민다.

 

높은 것과 낮은 것의

화음

 

조금만 위로

조금만 낮게

다가가면 돼.

 

 

                         *양순진 첫 동화집 향나무 아파트’(책과나무, 201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