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불기 2561년, 부처님 오신 날

김창집 2017. 5. 3. 07:15



오랫동안 우리들의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아온 부처님.

일찍이 불교를 받아들인 우리 민족은

부처님을 통해 자비를 배우고

마음을 수양하면서

품격 높은 문화와 고매한 정신세계를 구축해

삶을 한층 안정되게 해온 것이 사실이다.

 

불기 2561년 부처님 오신 날(53)을 맞아

조계종과 천태종에서 봉축법어를 발표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고통의 바다에 빠진 중생들을 위해 대자대비(大慈大悲)의 연민으로

참나 선언과 참된 생명 본연을 만유 법계에 천명(闡明)하신 것이라

규정한 뒤

큰 지혜와 공덕을 누리고자 할진대,

일상생활 속에서 오매불망 간절히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 나인가?’ 하고

의심하고 의심할 지어다.”라고 당부했다.

 

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은

오늘은 참 좋은 날이라는 봉축 법어에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나와 이웃을 인도하여

청정한 불국토를 실현하는 그 자리에

부처님은 오신다.“고 말했다.

이어 어둡고 차가운 그늘에 가려

힘들고 지친 이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그 자리에,

진흙 속에서 때 묻지 않는 연꽃의 청정함이

우리의 모습이기를 기도하는 그 자리에

부처님은 오신다.”고 말했다.

   

 

 

산사 - 하두자

 

살아온 날들의 허리를 잘라

이름 없는 별로 띄워 놓고

당신 앞에 서면

이렇듯 청청해지는

사바의 세계

각기 다른 소망 달고

흔들리는 연등 사이로

풍경 건드려 고요를 깨는

당신의 뜨거운 손

스스로 비운 적도 있습니다

 

햇살 사위어

적막처럼 가라앉는 어둠 속에서

영겁의 꽃씨

저마다의 가슴 텃밭에 심으니

 

이 땅에 오신

당신의 뜻 결코 헛되지 않아

헤매는 길손의 구원이더이다

우리 가는 이 길에

당신은

     

 

내 마음에 연등을 달고 - 목필균

 

여린 바람에도 흔들리는 마음

힘겹게 부려놓는다.

법당으로 들어서는 가지 많은 나무

 

몸에서 나는 절은 때

향을 피워 가리고

백 팔 배로 머리 속을 지운다

 

합장하는 두 손

꿇어앉는 두 무릎

바닥에 닿은 백 여덟 번의 이마들

 

탐욕을 먹으면 탐욕을 잘라내고

분노를 만나면 분노를 비워내고

미련을 행하면 미련을 쓸어내고

미움을 마시면 미움을 몰아내고

사랑을 품으면 사랑을 풀어내고

 

스치는 바람에도 베이는 아린 상처가

무성하게 자란 잡초로 뽑혀지고서야

촛불로 밝혀지는 정좌된 마음

 

마음의 거울 맑게 닦이면

눈부신 오월의 햇살 속으로

처마 끝 풍경마다 방생의 소리를 낳는다

 

 

木魚 - 정군수

 

용머리 틀어 올린 대들보

단청에 감겨서 울지도 못하다가

등위의 붉은 먼지 씻어내려고

부처님 오신 날에나

비어 있는 뱃속을 열어 놓는다

스님의 염불소리

녹음기 하나로 삼경을 지새우지만

공양미 씻어내던 사미승이나

무딘 정으로 가슴 깎던 목공이라도

속을 저어야 아픔이 운다

마른 목청은 울림도 없어 끊기고

수중을 헤매는 혼을 부르지 못하고

공양미 씻어낸 뜨물에서나

개울물 소리로 절 마당을 씻는다

     

 

그릇만큼 비우고 - 엄혜숙

 

승용차 한 대 가누기 버거워

구불구불 접혔다 펴지는

백운사 가는 길

부처님 오신 날 奉祝 드리려

풀잎들은 일제히 고개 숙이고 있다

바람 속에 드문드문 섞여

가늘게 늘어져 우는 목탁소리 밟으며

一切唯心造라는 화두 속을 걸어간다

마흔이 넘도록 옷섶의 단추 제대로 채우지 못한

헐거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비움과 버림에 대하여 일어서지 말아야 할

마음은 환한 꽃잎 따라 몸 기대는데

발길은 오히려 늪 속으로 길을 낸다

 

언덕 위 토담집이 길 위를 지날 때

올망졸망 장독대들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비는 일정한 간격으로 마음 닿는 곳에 내리고

입 벌린 장독은 그릇만큼만 담아내고 있다

나의 밑동 새는 그릇은 어쩔 수 없이 넋놓고 앉아

고인 것 뱉어 내야 하는 저 빈 물동 닮았을까

벼랑 끝에 부러지는 바람 담을 수 있는

속 깊은 그릇 빚어내고 싶다

지는 해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시는

부처님 동공 속에 無形

보이지 않는 넉넉한 그릇 보인다



○ 천수경 - 삼보사(三寶寺)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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