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5일 화요일 맑음
프랑스 북서쪽 노르망디 해변의 작은 섬 몽셀미셀에 8세기초 천사 미카엘의 계시로 지어진 수도원을 돌아본 뒤, 유네스코 문화유산 샤르트르 대성당과 쟌다르크 성당을 보고 돌아오다 지베르니로 갔다. 파리로부터 북서쪽으로 약 80km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 베르농(Vernon)에서 5km쯤 떨어진 곳이 지베르니이다.
지베르니는 우리가 인상파 화가로 부르는 클로드 모네가 1883년에 이사하여 그림을 그리며 여생을 보낸 곳이다. 모네는 1926년 여든여섯에 폐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의 사망 후 아들이 집과 터를 프랑스 예술아카데미에 기증했는데, 아카데미에서는 그곳에 모네 기념관을 짓고, 그의 그림에 나오는 정원에 가깝도록 꾸며 개방함으로써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마을 주변은 조용하고 아름다웠으며 그 이웃들도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아름다운 나무와 꽃들은 가꾸어 흡사 이상향에 온 듯하였다. 화단이나 일본식 정원에 계절마다 피는 꽃을 골고루 심어 놓아, 봄여름가을 언제 가도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4월말이어서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수련은 볼 수 없었지만, 아름다운 정원은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개양귀비 대신 심어놓은 꽃양귀비가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그와 가족이 살았던 집과 작업실에 실내 장식과 가구도 모네가 살았던 당시의 것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으며, 그림까지 전시해 놓아 찾는 이들에게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에서는 복사본 그림을 싼 값에 구입하고, 여러 가지 특산품이나 잘 디자인된 기념품이 전시되어 있어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다만 중국어와 일본어로 된 도록(圖錄)은 있는데, 한글로 된 도록이 없어 아쉬웠다.
♧ 여름이 오기 전에 드리는 고백 - 소년의 사랑
서두르지 마세요
멈추어 주세요
노고지리 콧노래로 피어오르는 들꽃의 아침
저 능선 위 초록 망울마다 소녀같은 부끄러운 수줍음
입망울 가득한 미소로 들릴락 말락
풀잎 속 이야기 되어 하루종일 지저귑니다
이슬같은 情정의 고백 햇살로도 사라질까 두렵답니다.
이팝나무며 산벚에며 솔이며 허리 허리마다 하양 연홍 꽃물이랍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소녀로 머물고 싶답니다
같이 가고 싶어요
뒤를 살며시 밟아서 목 허리 감싸고도는
솔숲을 안아오는 송화 향, 소녀의 소년이랍니다.
같이 가고 싶어요
풀꽃반지로 두 손 걸어 놓은 언덕 위 이야기
숲가지 사이사이 햇님들 미소가 동화를 지어 내면
아지랑이로 내려 온 산마루 능선엔 작은 노래
그곳에 머물고 싶어요
산나리가 산 벚 웃음에, 산수유의 망울이 복사꽃 향기에
불꽃 자운영 잎 사이 바람으로 스치다가도
이름 위에 꽃 얼굴 그려놓고 싶은
봄이 흐르는 들판에 같이 있어요
쑥대며 쇠비들이며 독새끼며 땅찔레가 어울려 아름다운 들처럼
그곳에
진홍으로 붉어질 여름을 맞아요
칸나와 장미의 여름을 맞아요
진한 여름을 준비해요
그리워 소망하고 어울려 지내는 산천초목의 지혜가
함께하는 이 봄의 사랑을,
풀 한 포기에서 불 밝히는 정성을 아는가요, 풀빛에서 향내 나는 순명을 아는가요,
사랑을 배워요
우리는 둘, 봄이라는 정원, 그대로 있게 해주세요
그대이름으로 봄으로 멈추어 주세요.
소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여름이 오기 전에 드리는 고백
사랑한다는 소년의 사랑
소녀 한 분만으로도 평화로우신 봄소년으로 있게 해주세요
*이민영李旻影 - 행복한 사랑
'해외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골에서 본 피뿌리풀 꽃 (0) | 2017.05.29 |
---|---|
몽골 3박4일 여행 (0) | 2017.05.25 |
모네 정원의 산딸나무 분홍꽃 (0) | 2017.05.04 |
고흐의 자취가 남아있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 (0) | 2017.05.02 |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보다 (0) | 2017.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