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몽골에서 본 피뿌리풀 꽃

김창집 2017. 5. 29. 00:05


불과 15년 전만해도

제주의 오름에서 자주 보던 꽃이었다.

 

그러던 것이

꽃이 예쁘고

피같이 붉은 뿌리가 약이 된다고 입소문이 나더니

언제부터인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식물이 되었다.

 

한강 이남에는 제주도에만 있고

한강 이북 산야의 풀밭에 자란다는 꽃,

 

누구의 추측으로는

고려 때 원나라에서 말을 들여오면서 같이 묻어와

제주에서 자라게 되었다는

그럴 듯한 추측에 힘입어

'몽골의 풀밭에 엄청나게 많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번 참에 그 피뿌리풀 꽃을 확인해보는 게

몽골 가는 목표 중의 하나였다.

 

계절이 조금 이르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기우를 말끔히 씻어버리고

아직 풀밭은 푸르러지지 않았지만

피뿌리풀 꽃은  원 없이 보았다.

 

다만 단체와 함께 움직이는 거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해

예쁘게 찍지 못한 게 흠이다  

 

 

피뿌리풀 - 김승기


무슨 서러움을 온몸 칭칭 감았느냐

쏘아보는 눈동자 핏발이 섰구나

 

아무리 피 맺힌 사연인들

풀지 못할 것 무엇이냐

 

지금은 새파란 하늘이지만

서쪽 바다에 뜨는 노을이

너보다는 붉을 것이네

 

힘들게 사는 목숨

어디 너뿐이겠느냐

 

이생에서의 그림자를

내생으로 옮기지 말게나

 

윤회하는 세상

꽃으로 피기가 쉬운 일이더냐

너무 많은 피를 뿌리지 말게나

 

고요의 침대 위에

마음을 뉘이게나

 

바람으로 햇빛으로

이불이 되어주마

 

너의 떨치지 못하는 분노

그 아픈 사랑도

한낱 구름으로 지나는 그림자 아니겠느냐

   

 

 

* 피뿌리풀 꽃 - 양전형

 

뿌리에 흐르는 피 끌어올려

꽃소리로 나를 말하겠네

뒤안길엔 아린 무자년도 있지만

속세의 각다귀판은

가풀진 오름 깊이 묻었네

 

제주 민중의 피가 이리 곱게 사붉었네

노을도 부끄러워 조용히 눈 감는데

누구든 내 핀 가슴 보면

먼발치서 애간장만 태우시게

 

저 하늘에다 대고 청정하지 못한 사람

그 가슴패기 함부로

나를 만지려 들지 말게

온몸 피 다 쏟아내며

오름 비탈에 눕고 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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