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성산포에서 날이 저물다

김창집 2017. 10. 11. 12:59


성산포 취재를 위해

뒤늦게 차에 올랐다.

 

잘못 탔는지 새로 개편된 버스는

마을과 동네마다 서기를 반복하더니,

1시간 40분여를 걸려 성산에 부려놓는다.

 

먼저 성산에 오른다.

낮이었고 습해서 그런지

가을인데도 너무 더워

연신 땀을 닦으며 올랐다.

 

생각해보니 이 성산은

겨울철에 대부분 올랐던 것 같다.

 

날씨가 좋은 것과는 달리

희뿌연 미세먼지와 매연이 어울려서

멀리 있는 것들을 가려버린다.

 

내려와

해녀들의 공연을 보고,

점심을 먹은 후,

이사무소에 들려 이장과 얘기를 나눈다.

 

찾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교통이 말이 아니란다.

그리고 땅값이 너무 올라

주택지가 없어 아이들은 줄어가는데,

초등학교 존속 문제도 그렇고

마을 운영에 애로가 많단다.



 

사무소에서 나와

일제 군사기지 땅굴을 찍고,

영등굿 하는 오정개 해녀의 집도 찍고,

전에 찍은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시공원은 그냥 건너뛰고,

마을 포제단을 찍고,

우도항에 가서 새로 지은 주차시설도 찍고 나니,

걸음이 무겁고 목이 마르다.

 

왜 성산포에서는

우도 땅콩 막거리만 팔고, 제주 막걸리 파는 집은 그렇게 드문지

기웃거리다

마침 편의점에 막걸리가 보여 한 병 사들고,

성산오조갑문 한도교를 건너

식산봉에서 오조리로 넘어가는 널길에서

황홀한 석양을 만났다.

 

그래 짐을 부려 사진 찍다가

목마르면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또 한 잔을 마시고 혼자서 반복하다가

일뤠당인 족지할망당을 찍고 나자,

9월의 관광지 첫 번째 오른 쌍월동산이 생각나

다시 식산봉과 일출봉이 보이는 곳에 왔더니,

추석이 지난지가 몇 일째인가 달이 뜨지 않는다.

 

올레길 따라 겨우 걸어 나와 부지런히 걸어

정류장에 겨우 다 왔는가 싶었는데,

버스는 이미 출발하였다.

버스를 향해 손을 애원하듯 흔들어 대자

기사님이 고맙게 세워줘

제주시 오는 버스를 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

    


 

 

제주도 성산포 - 권태원


제주도 성산포에 가면

하늘은 불을 끄고

바다는 파도 이불을 덮어 버린다

 

늘씬한 알 몸인 바다는

밤새도록 잠이 들지 못한다

 

나는 내일

오륙도 고향으로 가야하는 데

성산포는 함께 떠나지 못한다

 

오 오, 그리운 성산포여

우리,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서 살자

 

바다가 없으면

산을 하나 무너뜨려

바다 하나 만들어 버리자

 

바다가 보이지 않으면

그래 그래,

 

우리 비처럼 음악같은

이 세상 바다에 다시 오자 



 

 

성산포 파도는 그리움처럼 - 만은 김종원

 

가을비 추척이는

성산포 신산마을 앞바다

 

오대양을 떠돌던 바람 한 줄기

성산포 바닷가에 다다르면

파도가 먼저 달려나가 반가워서

데굴데굴 구른다.

 

바다는 울렁거리는 가슴

억겁을 설레인 큰 그리움으로

성산포는 물안개처럼 하얗게 젖는다.

 

철들고 외롭지 않은 날이

어디 있었으랴

 

소라잔에 고독을 채워 마시면

첫날밤 맹세는 별빛에 부딪치고

제주도 바닷가에 만리장성처럼

소망탑이 쌓일수록

파도는 훼방꾼처럼

영원을 순간처럼 지운다.

 

오늘도 성산포 바닷가에 가면

그리운 얼굴 어루만지듯

밤새운 순정이 하얗게 흐느낀다.

 

누가 던진 순정이기에

어느 연인들의 간절한 전설이기에

하늘이 젖도록 이처럼 애달픈가

    


 

 

나는 그리운 너를 노래하리니 - (宵火)고은영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나니

한 해의 말미에 나는 또 너를 그리나니

가슴에는 바람, 파도 소리, 파도 소리

절망으로 걷던 하나의 잎이 지고

그리움이 어둠을 돌아 새날이 열리나니

순결의 체취로 한껏 피어올라라

 

나는 그리운 너를 노래 하리니

고향 어귀에 흩날리던 눈발에

시린 발목을 줄창 푸른 너에 담그면

너의 자궁에 흐르는 양수가 따듯하리니

, 그리운 바다여 이 깊은 겨울의 한파에도

한껏 목청을 돋우고 웅장한 태고를 노래하여라

사랑을 불러라

그리움을 노래하여라

아직도 원형을 그리고 있느냐

인생의 서러운 중심에 흘러간 세월의 흔적에도

변함없이 혼절한 젊음을 노래하느냐

무딘 감각으로 그리는 비구상의 캔버스에

너는 형상 없는 나의 이데아를 일으켜 세워라

 

그립다

그립다 지쳐 쓰러질 나의 그리움이여

처녀의 혼으로 울던 그녀들의 솟곳을 기억하느냐

가난한 궤적에 버거운 생을 깁던

그들의 눈물의 무게를 아직도 기억하느냐

흘러간 내 유년의 하냥 그리운

그들의 아픈 눈동자를 아직도 기억하느냐

그리운 이들 그리운 이름들 그 서러웠던 변방의 애환을

 

나를 사랑했던 그들도 더러는

미련 없이 인생의 종착지를 향하여 떠난 지 오래라

, 처절하게 서러운 그리움에 데여 뜨거워진 가슴을 식혀다오

고향 성산포여 겨울 바다여

보고픈 사람들이여 나의 사랑했던 사람들이여

나의 영원한 그리움이여

    


 

 

성산포에서 - 목필균


들깨알 같은 모래밭에서

올려다보면

 

일출봉은 까마득하게

계단으로 길을 내고 있다

 

올라설수록

시퍼렇게 깊어지는 바다

 

파도 소리도 여전하고

자지러지는 포말도 여전하고

매운 바람도 여전한데

 

일출봉으로 올라서는

발걸음만 무디어지는 나이

 

내려가기 위해

올라서는 발자국 위에

떠오르는 하루가

숨가쁘다

    

 

  

 

성산포 등대 - 이생진

    -등대 이야기 ·14


우도항은 신혼부부들이 모이는 항구다

도항선에 오르기 전 승선 명단에

제 이름 옆에 신부의 이름을 써보는 신랑의 손

그 손이 신부의 손을 꼭 잡는다

떠나면서 두 개의 등대가

서로 마주보며 가까이 온다

그리고 또 멀어졌다

흰 등대와 빨간 등대가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신혼부부

손을 꼭 잡고 우도로 건너간다

    


 

 

성산포의 안개 - (宵火)고은영

 

선과 악이 공존하는

모든 담을 허물고

어둠과 함께 안개는

인간의 모든 구획을 묻어 버렸다

어떤 규칙도 담아낼 수 없는

흉흉한 안개 골짜기

 

밤이면 배는 안개로 침몰했다.

침몰한 배가 돌아올 줄 모르는 것은

안개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넋이 고파 밤을 배회하는

안개를 늘 두려워했다

시도때도없이 봄이면 그 마을은

안개로 덮여 지천에 죽음의 냄새로

방파제를 넘나들고 사람들이 가슴을 비비던

어판장 깨어진 의자조차

야금야금 집어삼켰다

어느 날 밤 바다를 지키던 노인이

절벽을 타고 바다로 추락해

처참하게 죽어 갔다

사람들은 귀신에 홀려 죽었다고 했다

그것이 안개 때문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부정했다

봄 밤 배시시 웃는 유채꽃도 안개로 젖으면

얼굴을 숨기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안개는 시간의 경계를 저울질하다 급습했다

삽시간에

성산포 그 섬 같은 작을 마을은

안개가 몰려오면 안개의 퇴적층마다

한 서린 등대가 목이 쉬도록 정적을 깨고

밤마다 길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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