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정인수 시집 '섬과 섬 사이'의 '해녀'

김창집 2017. 12. 18. 13:38


숨비소리 

 

칠성판 등에 지고

명정포 머리에 이고*

 

오락가락 저승길에

온 몸을 내던지는,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저 바다의 숨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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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요 해녀노래에서.

        

 

물질마당

 

한 많은 제주바당

훌훌 털고 나선 것이,

 

한반도 구석구석

안 간 데가 없다던데,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는

이름보다 더 멀구나!

   

 

 

난바르

 

육지물질 나갈 때는

난바르*도 겪었었네.

 

배에서 보름쯤을

물질하고 먹고 자고,

 

하루에 여남은 번이나

물에 들고 나고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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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일행이 배를 타고 나가서 여러 날 동안 배에서 먹고 자면서 치르는 물질.

 

 

 

바깥물질

 

한반도, 일본열도,

동북아로 뻗은 행로,

 

철쭉 길 떠나고선

추석 전에 돌아온다.

 

철새의 대 이동 같던

제주해녀 바깥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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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턱 2

 

남정네도 피해가는

바닷가 은밀한 곳,

 

옷을 벗어 갈아입는

해녀들의 왕국에서

 

쬐는 불 옆구리마다에

저며 오는 통증이어.

   

 

 

마라도해녀

 

마라도해녀들은

저마다 상군이다.

 

이 집 저 집 가려봤자

열댓 집 안팎이라.

 

빗창날 번득이는 곳에

뒤집히는 소라전복

   

 

 

제주해녀

 

돌라진 섬 제주에는

해녀가 따로 없다.

 

집에 들면 현모양처

밭에 가면 농군인데

 

둘러맨 테왁망사리*

작살 들면 제주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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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왁망사리 : 마른 박통과 그물로 만든 해산물 따 넣는 망태기.

 

 

 

할망바당 1

 

밭일 없는 마라도엔

할망바당* 따로 있다.

 

늙어서 힘 빠지면

상군도 기진하여,

 

오로지 먹고 살 길은

물질뿐인 좁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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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바당 : ‘할머니 바다의 제주어.

 

 

       *정인수 시집 섬과 섬 사이(현대시조 100인선 52, 고요아침, 201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