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홍해리 시인의 '동백꽃' 시

김창집 2020. 1. 16. 12:19

  

동백 등불 - 홍해리

 

먼저 간 이들

길 밝혀 주려

동백은 나뭇가지 끝끝

왁자지껄, 한 생을 밝혀

적막 허공을 감싸 안는다.

 

한 생이 금방이라고

여행이란 이런 것이라고.

 

지상의 시린 영혼들

등 다숩게 덥혀 주려고

동백꽃

야단법석, 땅에 내려

다시 한 번 등을 밝힌다.

 

사랑이란 이런 거라고

세월은 이렇게 흘러간다고.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홍해리

 

 

     뚝!

 

 

              * 홍해리 꽃시집금강초롱(우리시인선 030, 2013)에서

    

 

 

  -지난 일요일 서귀포시 표선면에 자리한 토산봉에 갔다가, 주차장에서 꽃을 빽빽하게 달고 서 있는 동백나무에 눈길이 가서 연신 셔터를 누르고 돌아와 컴에 내려보니, 너무 멀어 시원치가 않다.(아래 사진) 

 

  사실 제주에서 동백꽃은 이르면 11월말에 피어나기도 하는데, 꽃가루받이 수정이 끝나면 임무를 끝냈다는 듯이 뚝!소리 없이 지고 만다. 그러나 한겨울 추울 때는 매개 곤충(벌)이나 새(동박새)들이 안 와, 기온이 내려가면 꽃잎 끝이 얼어서 시들고 말라버릴 때까지도 임을 기다린다.

 

  요즘은 여러 가지 원예종 동백이 들어와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가 칙칙하게 말라 비뚤어진 채로 나무에 달려 있는 것도 있고, 가을부터 봄까지 쉴새없이 피는 것들도 많다. 반면, 날씨가 따뜻해서 제때 후드득 떨어지는 재래종 동백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